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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은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작동하는 점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지만 아직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기존 로봇은 사전에 정해진 동작만 수행할 수 있어서 작업 환경이나 업무의 변화에 맞춰 신속하고 융통성 있게 동작을 바꾸지는 못한다. 사람처럼 다양한 물체들을 실시간으로 식별하고 각각의 속성에 맞춰 다루지도 못한다. 기존 로봇이 지닌 단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각종 AI를 로봇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AI, 로봇에 유연한 적응 능력 부여

로봇이 제공하는 핵심 가치는 사람을 대신해서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로봇의 활동 영역은 제조 공장을 벗어나 물류창고, 식당, 백화점 등 점차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고, 실내를 넘어 실외 공간으로도 넓어지고 있다. 로봇에 대한 잠재 수요도 노동 인구가 감소하거나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국가,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국가 등 노동력 확보가 주요 경제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에 반해 인식, 학습 등 로봇에 결여된 기능들은 로봇의 확산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이 되고 있다. 로봇이 늘어나는 잠재 수요에 부응하려면 로봇의 학습, 인식, 작동 수준이 지금보다 향상되어야 한다. 사람이 최소 한도로 조종하거나, 조종을 전혀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로봇이 스스로 다양한 사물들을 식별하거나, 변화한 환경을 인지하고, 부드럽거나 단단한 물체 등 각 사물의 속성에 맞춰 작동 방식도 유연하게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최근 로봇 기업들은 다양한 AI를 적극적으로 도입, 활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전문가형 AI를 거쳐 머신러닝, 딥러닝, 생성형 AI 등으로 발전하면서 AI의 인식, 학습 수준이 상당히 높아져 로봇에 활용할 여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도로 발전한 AI는 자율적인 인지, 판단, 대응 능력을 로봇에 부여해 로봇의 수준을 상당히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품을 식별하고 조립 상태를 인식하는 시각 AI

AI 중에서 많은 로봇 기업의 도입 시도가 가장 많은 것은 단연 시각 AI다. 카메라, 라이다 등을 통해 수집한 이미지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종 로봇들이 사전에 파악해야 할 필수 정보인 각종 사물의 위치, 형태, 크기 등을 감지하는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시각 AI의 구체적인 역할은 로봇의 용도, 작업 내용에 따라 다르다. AMR과 같은 이동, 운반 작업용 로봇 분야에서 시각 AI의 역할은 로봇이 장애물과의 충돌을 회피할 수 있도록 이동경로에 있는 사물의 위치, 크기를 파악하는 것이다.

 

조립, 제작 작업을 수행하는 산업용로봇 분야에서는 시각 AI가 로봇이 여러 부품 중에서 필요한 품목만 정확하게 고르고, 해당 부품을 제대로 다룰 수 있도록 물체의 위치, 크기, 모양이나 조립 지점 등의 정보를 인식하는 역할을 맡는다. 예를 들어 전자회로기판에 반도체 칩을 부착하는 공정에서 로봇은 시각 AI를 통해 필요한 칩을 식별하고, 칩이 부착될 전자기판상의 위치를 파악하게 된다. 

 

최근에는 협동로봇 분야에서 시각 AI를 활용하려는 노력이 늘고 있다. 협동로봇 시장에서 동작 속도와 정밀도, 가반 하중 등의 상향 평준화가 진행됨에 따라 새로운 차별화의 기반으로 시각 AI가 주목받고 있어서다. 대만의 협동로봇 기업인 테크맨로봇(Techman Robot)은 머신러닝 기반의 시각 AI 모듈을 장착한 AI Cobot 시리즈를 최근 출시했다. 테크맨로봇이 출시한 3D 카메라 기반의 AI 비전 시스템은 부품 분류, 부품 조립 위치 파악, 조립 부품의 개수 확인, 조립품의 3D 포지셔닝 등으로 조립에서 불량품 검수까지 다양한 작업을 지원한다. 테크맨의 시각 AI는 작업 선반에 부착된 QR 코드를 인식해 작업대의 기울기에 맞춰 협동로봇의 팔과 로봇 손의 동작 각도를 조정할 수도 있다.로봇 팔에 부착된 시각 AI 시스템의 구성은 로봇 기업이 작업 환경을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 상이하다. 테크맨의 시각 AI 모듈은 3D 카메라로 수집한 이미지 데이터를 자사 클라우드 서버로 송출한 다음, 서버에 설치된 머신러닝 AI 모델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각종 정보를 추출하는 시스템이다. 

 

반면 산업용로봇 제어기 전문 기업인 오스트리아의 케바(Keba)는 통신이 끊기면 작동하지 못하는 클라우드 기반의 AI 시스템은 로봇에 사용하기에 불안정하다고 본다. 케바는 클라우드 기반의 AI 시스템보다 로봇 개체 내에서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AI 시스템이 더 안정적이고 실용적이라고 여긴다. 

 

케바는 로봇 개체 내에서 작동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추구하므로 강력한 성능을 가지고 있지만 너무 크고 에너지 소모도 많은 LLM 등의 초거대 AI보다 작고 효율적인 소형 머신러닝 AI가 더 효율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케바가 개발하고 있는 AI 로봇 제어기는 소형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자사 서버와 연결되지 않아도 로봇 개체 내에서 독자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사람 말 알아듣는 자연어 AI

일부 로봇 기업들은 시각 AI뿐만 아니라 자연어 AI를 도입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케바의 AI 로봇 제어기에는 자연어 AI도 내장돼 있어 사람이 티칭 펜던트나 제어용 컨트롤러를 이용하지 않고 말로 지시하더라도 로봇이 명령 사항을 알아듣고 수행하는 과정을 여러 차례 시연했다. 자연어 AI를 통해 사람의 구두 명령을 알아듣고, 시각 AI를 이용해서 작업을 수행하는 케바의 AI 제어기와 같은 접근은 로봇의 사용 편의성과 작업 수준의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동작 학습하는 티칭용 AI

일부 기업들은 협동로봇의 티칭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AI를 활용하고 있다. 티칭이란 로봇을 투입하는 작업 공정을 바꿀 때마다 새로운 작업에 맞춰 로봇이 작동하도록 관련 데이터를 입력하는 식으로 학습시키는 기능이다. 산업용로봇의 선도 기업인 일본의 파낙(FANUC)은 머신러닝 AI를 통해 티칭 기능을 향상시킨 협동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파낙의 AI 기반 티칭은 기존 방식보다 훨씬 쉬우면서 학습 속도도 빨라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감독이 선수의 손을 직접 잡고 움직이면서 필요한 동작을 가르치듯이 사람이 로봇 팔을 잡아 당기거나 밀면서 동작 패턴을 알려주기만 하면 로봇은 프로그램 수정을 따로 하지 않더라도 지시 받은 동작을 재연할 수 있다.

작업 내용을 스스로 코딩하는 생성형 AI

로봇을 새로운 공정에 투입해서 완전히 다른 패턴의 동작을 하도록 만들려면 로봇의 동작 프로그램을 사람이 일일이 수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제는 수작업에 의존해 온 작업 지시용 프로그램을 로봇이 스스로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AI도 개발되고 있다. 로봇에 생성형 AI를 탑재해서 동작 수정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로봇이 스스로 작성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생성형 AI의 코딩 능력을 로봇에 응용하려는 이 같은 시도가 성공하면 앞으로는 로봇 프로그램을 다룰 줄 모르는 비전문가도 로봇을 전문가처럼 쉽게 다룰 수 있게 될 것이다.

 

일본 덴소(Denso) 작년 12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국제로봇전시회에서 코딩용 AI 시연한 있다. 덴소의 GPT 기반 로봇 제어 프로그램에서는 사람이 말로 명령하면 필요한 동작을 구현하기 위한 프로그램 코딩을 GPT 스스로 작성한다. 바리스타 로봇을 예시로 행사에서 덴소의 AI 제어 프로그램은 고객이 원하는 메뉴와 조리법을 구두로 지시하면 고객이 말한 내용에 맞춰 로봇이 스스로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프로그램에 따라 커피를 만들어서 제공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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