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으로 외환시장이 큰 폭으로 흔들리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무산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미국 투자은행의 전망이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7일(현지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가 급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BoA의 아시아 금리 및 외환 전략 공동 책임자인 아다르쉬 신하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탄핵 실패로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경제 펀더멘털이 약한 상황에서 정치적 불안까지 겹쳐 원화에 하방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10원 오른 1419.20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중 한때 환율이 1429.20원까지 치솟으며 큰 변동폭을 보였다. 주간 거래에서 1420원대 환율이 나타난 것은 2022년 11월 4일 이후 약 2년 1개월 만이다.앞서 4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야간 거래에서는 환율이 1442원까지 상승한 바 있으나, 거래량이 적은 야간 거래 특성상 대표성이 낮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주간 거래에서는 환율이 1420원대로 치솟으면서 외환당국이 대규모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최고 1450원까지 오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번 주 원화 가치는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 가장 약세를 보였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정책과 반도체 경기 우려로 11월부터 투자 심리가 악화하고 있었다"며 "여기에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악재가 더해져 원화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계속 나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반면 대만 등 일부 아시아 시장은 12월 들어 주가 반등세를 보이며 투자 심리가 회복되는 모습이다. 이는 대만과 한국 간 경제 및 정치적 격차를 더욱 부각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BoA의 신하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정치적 혼란이 더해져 원화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 불안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 자체가 원화 약세를 지속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환시장에서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수출 경쟁력 제고라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지만, 정치적 혼란과 경제 펀더멘털 약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인 금융시장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시장에서는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한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개입과 함께 정치적 혼란 해소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