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사업 재편이 최근 비상 계엄과 탄핵 정국에 따른 주가 급락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르면 이날 또는 11일 임시 주총 개최 여부를 결정하는 임시 이사회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오는 12일 임시 주총에서 분할 합병 관련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었다.하지만 최근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급락하면서 이러한 사업 재편안은 지난 8월 말 철회 결정에 이어 또다시 백지화할 위기를 맞았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 46.1%를 두산로보틱스로 이전하는 그룹 사업 개편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양사 주주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약속된 주가에 주식을 사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제시했다.
그러나 비상계엄이라는 돌발 변수로 약속한 주가와 실제 주가와의 괴리가 커지면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예상보다 큰 비용 부담을 안게 됐고, 그 결과 분할합병의 실익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두산이 제시한 주식 매수 예정가액은 두산에너빌리티 2만890원, 두산로보틱스 8만472원이지만, 양사의 전날 종가는 1만7380원, 5만7400원으로 이에 크게 못 미쳤다.
핵심 주주인 국민연금은 양사 주가가 두산의 주식 매수 예정가액(2만890원)보다 높을 경우 이번 사업재편안에 찬성하기로 했으나, 최근 주가 흐름에 따라 기권할 확률이 크게 높아진 상태다. 주가가 오를 가능성은 작아 국민연금의 결정은 기권과 같다는 게 증권업계의 해석이다.
여기에 소액주주들도 대규모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나서면서 예상 매수 한도액인 6000억원을 넘길 경우 분할합병 계약은 해제되고 사업재편안도 철회될 가능성이 커졌다.
만약 이사회 결정으로 임시 주총 개최가 취소될 경우 두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목적으로 추진했던 분할합병 건은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이번 재편안에 대해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은 찬반으로 갈렸다. 글래스루이스와 한국ESG기준원, 한국ESG연구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지배구조자문위원회는 찬성 의견을 냈고, ISS와 서스틴베스트, 아주기업경영연구소 등은 반대를 권고했다.
두산로보틱스 주식은 이날 오전 11시 4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5.40% 내린 5만4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가는 장중 12.54% 내린 5만20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0.12%, 두산밥캣은 1.65%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