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변은행 1위 업체와 협력
근감소증 공동 연구 나서기로
식품·헬스케어 사업과 시너지
삼양식품이 마이크로바이옴(장속 미생물)을 활용한 신약을 개발하고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진출한다. 최근 바이오 분야를 그룹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가운데 장내 미생물 이식 기술의 잠재력에 주목해 마이크로바이옴을 첫 사업으로 낙점했다. 기존 식품 사업과 헬스케어 사업 간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회사 바이오뱅크힐링과 ‘근감소증 마이크로바이옴 임상연구 및 건기식 개별인정형 유효성 평가에 대한 공동 연구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바이오뱅크힐링이 보유한 차세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물질을 활용해 근감소증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와 건강기능식품 개발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프로바이오틱스는 근육 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 식품 소재로 최근 각광받고 있다. 특히 대장 속 유산균을 활용하면 일반적인 유산균 대비 효능 유지가 탁월해 차세대 프로바이오틱스(NGP)라고도 불린다.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하면 건강식품의 효능이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부분도 개선할 수 있다.
바이오뱅크힐링은 아시아 최초이자 국내 최대 규모의 대변은행과 분변이식(FMT) 제품 제조 기술을 보유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회사다. 건강한 사람에게서 분리한 장내 미생물을 활용한 차세대 프로바이오틱스 치료제 플랫폼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FMT 기술은 사람들의 대변에서 장내 미생물을 검출하고 분석해 면역력 저하나 질환 여부를 판단하는 게 핵심이다. 여태껏 해결하지 못했던 항생제 내성과 과민성 증후군 등 다양한 난치성 장질환에 대한 치료 효과가 탁월해 미국을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대학병원들이 난치성 장질환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
바이오뱅크힐링은 실제 임상에서 치료제로 사용되는 FMT 이식액과 FMT 경구제를 개발해 현재 30개 이상 국내 대학병원과 일반병원에 공급하고 있다. 전 세계 최초 대변은행 및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회사인 나스닥 상장사 세레스 테라퓨틱스와 경쟁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벤처기업 중에서는 최초로 내년 1월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초청을 받을 정도로 현재 미국 다음으로 기술 개발 속도가 빠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고령화사회에서 급격히 늘어나는 항생제 내성 장질환 등에서 임상 효과가 입증되면서 항생제 내성 장질환 치료제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원석 바이오뱅크힐링 부대표(경영총괄 이사)는 “장내 미생물 이식 기술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며 “최근 시술로 자폐증 환자, 파킨슨 환자에게서도 높은 치료 효과가 확인됐고,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면역항암제가 잘 듣지 않는 암 환자에게 면역항암제가 잘 듣거나 건강한 사람의 분변속 미생물을 이식해 항암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게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이 실제 임상에서 항암뿐만 아니라 다양한 난치성 질환 치료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신화를 이어 나가기 위해 일찌감치 헬스케어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의 오너가 3세인 전병우 상무는 지난해 9월 비전 선포식을 통해 바이오 산업 진출 계획을 밝혔다.
미래 신사업 중 하나로 마이크로바이옴 등 바이오 사업을 제시했고, 이후 바이오·헬스케어 사업과 관련된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전 상무는 평소 항노화 연구에도 관심이 많아 미국 건강수명연구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억7000만달러(약 3800억원)에서 2029년 13억7000만달러(약 1조95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부대표는 “본격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시점에서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기반으로 실제 임상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는 신약과 관리할수 있는 건기식을 개발해 향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난치성 질환 치료제 및 헬스케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