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3분기 최대 매출 불구 운임 폭등에 영업익 20% 줄어
삼성전자도 물류비 직격탄
작년에 비해 올해 1조 더 들어 車생산·내수·수출 트리플 감소
반도체는 中공세에 전전긍긍
원자재 수입 많은 협력업체원화값 약세에 손실 눈덩이
◆ 수출기업 비상 ◆
LG전자는 올해 3분기 전년 동기보다 20.9% 감소한 751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역대 3분기 최대 매출액(22조1700억원)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해상운임 폭등과 마케팅비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수출 환경 악화로 4분기에도 저조한 실적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세탁기를 비롯한 가전제품에 '관세 폭탄'이 부과될 우려까지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 3분기 413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중국 저가 석유화학 제품의 물량공세로 인해 경쟁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료 가격과 해상운임까지 상승하면서 강한 원가 압박을 받았다. LG화학, 한화솔루션 등 석유화학업계는 적자의 굴레에 빠져들었다.
11월 국내 자동차 수출은 22만8827대로, 작년 동월 대비 6.6% 감소했다. 현대차가 5.8% 줄었고, 기아의 수출 물량은 급감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트랜시스의 파업으로 인한 부품 조달 중단과 폭설로 인한 기아 화성공장의 조업 중단이 수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10월까지만 해도 신차 출시 등에 힘입어 전년 대비 수출·생산·내수가 동시에 늘어났지만 힘이 다했다.
우리 경제를 그나마 떠받쳐 오던 수출 전선에 경고등이 켜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글로벌 관세전쟁은 수출품의 가격뿐 아니라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져 수출 기업들은 연달아 악재를 맞닥뜨렸다.
대표적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지난 3분기에 정점을 찍고 하락세에 들어간 상태에서 이번 4분기에는 물류비 폭탄이 터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운반비(물류비)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2조1481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1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LG전자 역시 같은 기간 2조2874억원으로, 3000억원가량 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주요국으로 향하는 해상 수출 운임비용은 이미 지난해의 두 배를 웃돌고 있다.
완성차업계는 '트리플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의 발표 통계를 보면 자동차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13.6%, 생산과 내수 판매량은 각각 7.1%, 7.9% 줄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11월 수출액 감소는 현대차의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된 데다, 지난달 말 폭설을 비롯한 기상 악화로 인천항과 평택항에서 수출 차량 선적이 줄어든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내년 자동차 수출이 올해보다 3.1%가량 줄어든 270만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은경 KAMA 조사연구실장은 "보호무역주의 증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전쟁을 포함한 지정학적 리스크 상시화로 통상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며 "중국 자동차의 시장 확장에 따라 주요국 시장에서 판매 여건이 악화되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도 불안하다. 최근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기반으로 기술력을 빠르게 따라잡아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 역량을 강화하며 한국산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중국 시안공장 생산 비중은 올해 40%에 육박한다. SK하이닉스는 우시와 다롄에 10나노급 4세대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시설을 각각 가동 중인데, SK하이닉스 D램의 약 40%, 낸드플래시의 약 30%가 중국 우시·다롄공장에서 생산된다. KOTRA는 16일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에서 한국을 빠르게 따라잡고, 대만은 시스템 반도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반도체가 주요국의 전략적 지원 대상으로 부상함에 따라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 전략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요동치는 환율도 변수다. 대기업들은 원자재 수입 비용이 높아지는 걸 수출 단가 상승으로 상쇄할 수 있지만 협력업체들은 원화값이 하락할수록 손실을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달러 대비 원화값이 1400원대로 낮아진 상황 속에서 원자재를 달러화로 수입해 부품을 제조한 다음 원화로 공급해야 하는 협력업체들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며 "그나마 원화값이 높거나 낮거나 안정적이라면 대처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지금처럼 원화값이 널뛰는 상황에선 대응 방법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