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시장에 올해 첫 대어급 공모주가 등판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국내는 물론 해외 기관 투자자들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회사가 당초 제시한 기업가치의 2배 이상으로 주가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본다. 단, 유통가능 물량이 비교적 많다는 점은 위험 요소로 꼽힌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효과로 다른 유통주들의 매력이 부각될 경우 수급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2월 14일부터 15일까지 이틀간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다. 대표 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 공동 주관사는 하나증권이다. 공모가는 회사가 제출한 희망범위(14만7000~20만원) 상단을 초과한 25만원이다. 지난 2월 2일부터 8일까지 진행한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약 2000개 참여 기관 중 97% 이상이 상단 이상의 가격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26만원 이상의 금액을 제출한 기관도 36%에 달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기관의 관심도 상당한 분위기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초 해외에서 진행한 기업설명회(IR)에서 해외 기관들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대형 해외 펀드들도 공격적으로 투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에이피알은 올해 첫 조 단위 몸값의 대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확정된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는 1조896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지난해 상장한 두산로보틱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 대어들이 대부분 B2B(기업 간 거래) 기업이었다는 점도 소비재 기업인 에이피알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에이피알은 메디큐브, 에이프릴스킨, 널디, 포토그레이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기업이다. 그중 메디큐브를 중심으로 한 뷰티 부문에서 글로벌 입지가 탄탄하다. ‘김희선 미용기기’로 알려진 뷰티 디바이스 ‘에이지알’을 지난 2021년 처음 선보인 이후 지난해 말까지 뷰티 디바이스의 국내외 누적 판매량은 168만대를 기록했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3718억원을 기록했는데, 그중 해외 매출 비중이 37%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98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19% 수준이다.
올해도 실적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에망이 우세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에이피알의 실적 추정치는 매출 7963억원, 영업이익 1501억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51%, 49% 늘어난 수준이다.
이처럼 안정적인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상장 직후 수급까지 쏠릴 경우,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상장 첫날 시가총액이 3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적잖다. 시가총액 3조원을 주가로 환산하면 주당 39만5500원 수준이다. 이는 공모가 대비 58% 높은 가격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회사가 제시한 수치보다 올해 실적 추정치를 보수적으로 잡아도 적정 기업가치 하단은 2조원대 초중반”이라며 “이는 유사 기업들과 비슷한 수준의 주가수익비율(PER) 18~19배를 적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모레퍼시픽의 PER이 30배 이상이라는 점에서 그와 비슷한 수준의 배수를 적용하면 기업가치 3조원 돌파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며 “상장 당일 시장 분위기에 따라 주가가 급격히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단, 상장 후 유통 물량이 비교적 많다는 점에서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 당일의 유통 물량이 37%, 2개월 내 보호예수가 풀리는 물량이 23.2%로 많은 편”이라며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다른 유통주들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점도 에이피알 투자자들에게는 불안 요소”라고 지적했다.
에이피알은 공모주 청약을 거쳐 오는 2월 27일 코스피에 상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