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통' 한상우 카카오게임즈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현 CSO·최고전략책임자)가 글로벌화에 방점을 찍고 '카카오게임즈 제2의 도약'을 위해 고삐를 당긴다. 전임자인 조계현 현 대표와 남궁훈 전 대표가 게임 장르 다각화 및 신사업 확장, 코스닥 상장을 이끌었다면, 한 내정자는 중국 게임시장 전문가로서 쌓아온 경력을 살려 카카오게임즈의 글로벌 확장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한 내정자는 카카오게임즈 대표이사와 내부 쇄신TF(태스크포스) 수장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향후 카카오게임즈의 전략적 사업 계획을 위한 과제 수립에 매진 중이다.
'연간 실적’ 사라진 2023년 IR자료…글로벌 진출로 만회하나
카카오게임즈는 2023년 연간 매출 1조241억원, 영업이익 745억원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카카오게임즈는 지난달 공개한 2023년 4분기 및 연간 실적발표 IR자료에 이전과는 다르게 '연간 실적'을 강조한 페이지를 삭제했다. 3년 연속 연간 매출 1조원 이상 달성이라는 성과에도 불구, 전년 대비 매출 11%, 영업이익 58% 감소한 작년 연간 실적을 의식한 것으로 읽힌다.
카카오게임즈 2023년 4분기 실적 표. (사진=카카오게임즈 2023년 4분기 실적발표 IR 자료 화면 갈무리)
카카오게임즈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CAGR(연평균 성장율) 43%'(2019년 매출 3910억원, 2022년 매출 1조1477억원)를 기록했지만 작년에 실적이 악화되면서 이같은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특히 지난해 4분기의 경우 마케팅 비용을 전년 동기 대비 32.7%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음에도 불구, 전체 매출 감소 및 수익성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올해 초 카카오게임즈는 장르 다각화, 코스닥 상장을 이끈 조계현 현 대표 대신 한상우 CSO를 신임 대표로 낙점했다. 카카오 그룹 전반의 쇄신 작업으로 인한 수장 교체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카카오게임즈 자체의 변화 또한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계현 현 대표와 남궁훈 전 대표가 카카오게임즈를 캐주얼 및 퍼블리싱(배급) 기업에서 MMROPG 등 다양한 장르 개발력을 보유한 게임사로 변모시켰다면, 한 내정자는 카카오게임즈가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내정자는 국내 게임사의 중국 지사나 중국 게임사의 한국 지사 대표 등을 역임하며 중국 게임시장 사정에 정통한 '중국통'으로 알려져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대만, 일본 등 해외 시장에 진출시키며 글로벌 발판을 다져왔는데, 이 역시 해외사업 본부장 및 최고전략책임자를 맡은 한 내정자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 내정자는 2021년 12월 남궁훈 전 각자대표 사임 후 조계현 단독대표 체제 전환 당시 수석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조 대표 단독대표 체제 이후 '시즌2'를 맞은 카카오게임즈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한 시점이다.
업계는 한 내정자 발탁은 카카오 그룹의 쇄신 기조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있다. 카카오는 김범수 창업자가 나서 경영 및 인적 쇄신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는 계열사 수장을 교체한 바 있고, 카카오게임즈 역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과 함께 대표 교체를 알렸다. 이에 카카오게임즈의 쇄신은 카카오 그룹 전체의 현재 분위기에 맞춰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현재 한 내정자는 카카오VX, 세나테크놀로지,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기타 비상무이사 역임하고 있어 카카오게임즈 내부 쇄신 TF 수장의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최대 게임 수출국은 중국…'아키에이지 워'로 중화권 공략
한상우 내정자는 네오위즈 차이나, 텐센트코리아 등을 거친 '중국통'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06년~2012년 네오위즈에서 글로벌 사업 총괄 부사장 및 네오위즈 차이나 대표를, 2012년~2015년에는 모바일 게임사 아이나게임즈 COO(최고운영책임자)를 거쳐 2015년 중국의 대형 게임사 텐센트게임즈의 한국지사인 텐센트코리아 대표를 맡았다.
카카오게임즈 2024년 신작 라인업 및 출시 지역. (사진=카카오게임즈 2023년 4분기 실적발표 IR 자료 화면 갈무리)
카카오게임즈 2024년 신작 라인업 및 출시 지역. (사진=카카오게임즈 2023년 4분기 실적발표 IR 자료 화면 갈무리)
한 내정자는 2018년 8월 카카오게임즈에 합류했다. 당시 카카오게임즈는 장르 다각화를 준비하던 시기로, 그는 카카오게임즈 합류 후 최고전략책임자, 해외사업 본부장을 역임했다. 한 내정자느 PC온라인 게임을 캐시카우로, 모바일 게임 부문은 퍼즐 등 캐주얼 게임을 중심으로 서비스했던 카카오게임즈의 장기적 성장 계획 및 IPO(기업공개) 계획 수립에 주요 경영진으로 참여했다.
이후 카카오게임즈가 배급한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 2021년 6월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1위에 올랐다. 오딘: 발할라 라이징은 이듬해 3월 대만에 선보이면서 글로벌 공략에도 성공했다. 대만, 홍콩 등 지역은 중화권으로 분류되는 곳으로 한 내정자의 역할이 컸음을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이제 한 내정자를 필두로 '글로벌화'에 나선다. 이미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대만 시장에 선보인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2분기 내에 PC·모바일 MMORPG '아키에이지 워'를 대만 등 중화권과 일본, 동남아시아 9개 지역에 퍼블리싱할 계획이다.
한 내정자는 지난달 초 카카오게임즈의 2023년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 나서 "PC온라인, 콘솔 대응팀을 카카오게임즈 내부에서 새로 구축했고, 글로벌 사업 전략에 맞춰 루트슈터,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 투자를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달 한국과 대만에서 동시 서비스를 시작한 MMORPG '롬(ROM: 리멤버 오브 마제스티)'를 통해서도 중화권 공략에 나선 바 있다. 롬은 7일 기준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 3위에 오르며 론칭 초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롬의 개발사 레드랩게임즈는 카카오게임즈가 2022년 7월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게임사로, 카카오게임즈는 레드랩게임즈 지분 11.11%를 보유하고 있다.
2022년 한국의 게임 수출 국가별 비중 그래프.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 자료 화면 갈무리)
중국은 한국 게임의 최대 수출국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카카오게임즈 글로벌화의 시작점은 중국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4일 발간한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2년 한국 게임의 주요 수출 지역은 중국이 30.1%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는 일본(14.4%), 대만(12.0%), 북미(11.5%), 유럽(9.8%) 순으로 중화권은 41.1% 비중이다.
또한 지난해 국내 게임사가 중국 당국으로부터 외자 판호(해외 게임의 중국 내 서비스 허가권)를 받으며 중국 활로가 열린 것을 고려하면 향후 수출 비중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중국 외자 판호를 받은 한국 게임은 △엔씨소프트 '블레이드 & 소울2' △ 위메이드 '미르M'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X: 넥스트 제너레이션'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넷마블에프앤씨) △블루 아카이브(넥슨게임즈) △쿠키런: 킹덤(데브시스터즈) △메이플스토리 H5(넥슨게임즈) △클럽 오디션(T3엔터테인먼트) △라그나로크 오리진(그라비티) 등이다.
카카오게임즈의 글로벌화는 주류 플랫폼이 콘솔인 북미·유럽 시장 겨냥이라는 목표와 함께 감소한 아시아 지역 매출 회복도 포함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게임즈의 2023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 2023년 3분기 누적 해외 매출은 전체 26%인 2036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큰 아시아 지역은 754억원으로, 전년 동기 1292억원) 대비 41.7% 줄었다.
특히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아키에이지 워를 대만 등 중화권과 일본, 동남아시아에 론칭하며 아시아 매출 감소를 만회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지역 매출 감소를 회복하고 슈팅 등 장르 다각화를 통해 개발한 신작으로 북미·유럽 시장을 겨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블로터>에 "(한 내정자가 이끄는)쇄신 TF는 카카오게임즈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사업 전략과 관련한 과제를 수립하기 위한 조직으로, 한 내정자를 필두로 한 쇄신TF는 (글로벌화, 다각화를 강조한)카카오게임즈 성장을 위해 구체적인 전략 및 과제 수립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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