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랠리 속 버핏 지수 195%까지 상승
닷컴 거품 붕괴나 금융위기 때보다 높아
전문가들 “강력한 기업 실적이 주가 받쳐줘”
연일 신고가를 찍으며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 증시를 둘러싸고 ‘거품 논란'이 한창인데 흥미로운 건 '투자의 거장' 워런 버핏이 선호하는 ‘버핏지수’로 보면 거품이 가득 끼어있다는 점이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CEO인 버핏이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주식 시가총액과 국내총생산(GDP)을 비교하는 것이 현재 주식이 고평가되었는지 저평가되었는지를 판단하는 가장 좋은 지표라고 언급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버핏지수'는 미국 주식시장의 과열을 판단할 때 자주 인용되곤 한다.
그런데 미국 금융산업 매체인 벤징가에 따르면 주가와 상품 지수 제공업체인 바차트(Barchart)를 통해 확인해 봤을 때 현재 버핏지수는 195%로, 닷컴 거품 붕괴 이전과 2007~2008년 금융위기 이전보다 올라갔다는 것이다. 석 달 전에는 약 190% 정도였는데 버핏지수도 주가와 동반 상승했다.
수많은 인터넷 주식이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하며 투기 논란이 심했던 2000년에도 버핏지수가 약 140%였다는 점에서 버핏지수로만 봤을 때 현재 미국 증시는 심각한 고평가 상태로 보일 수 있다.
수년간 미국 경제를 혼란에 빠뜨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07년에도 버핏지수는 110% 정도였다.
CNBC에 따르면 버핏지수가 지금처럼 올라간 가장 최근 사례는 2년 전인 2022년이었는데 이때 미국 증시의 벤치마크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S&P500) 지수는 18% 급락했다.
버핏 지수로만 보면 美 증시는 역대급 거품
버핏지수는 GDP 대비 전체 시장 지수의 비율로 계산하는데, 현재 전체 미국 증시의 시장 지수는 3000개 이상의 기업으로 구성된 미국 전체 상장 기업의 주가를 추적하는 시가총액 가중 지수인 ‘윌셔 5000’ 지수를 기준으로 한다.
버핏지수가 100% 이하면 주식시장이 저평가되었고, 100% 이상이면 주식이 고평가되었다는 걸 신호한다고 간주된다.
실제로 고금리 장기화도 증시 투자 열풍을 꺾지 못하면서 인공지능(AI) 붐을 일으킨 엔비디아나 테슬라 같은 기술주들의 포워드 주가지수비율(PER)은 S&P500 기업들의 역사적 평균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면서 거품 논란을 키우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해리 덴트 같은 이코노미스트는 6월에 폭스뉴스디지털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것에 낀 거품이 아직 터지지 않았으며 1929년 대공황 때보다 더 큰 폭락이 찾아올 수 있다”면서 내년 엔비디아 주가가 98% 폭락하는 대폭락이 찾아올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 증시는 이런 논란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일 종가를 높여가고 있다.
15일(현지시간)에도 투자자들이 주말 터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암살 시도 실패로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그가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을 누르고 승리할 것이라라는 데 베팅하면서 미국 증시의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특히 우량주로 구성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S&P500 지수는 모두 장중 신고가를 찍었고, 다우지수는 사상 최고가를 마감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시장에 우호적인 재정정책을 운용하면서 증시의 강세장이 연장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이처럼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 "탄탄한 실적이 받쳐주고 있다, 거품 아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버핏지수만으로 미국 증시가 거품에 빠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결국 매우 강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의 실적이 증시 고평가와 거품 논란을 종식시켜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즉, 이런 기대 밑에는 버핏 지수상으로 증시에 잔뜩 거품이 낀 것처럼 보일 수 있고, 일각에서 거품 붕괴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기업 실적을 보면 아직은 증시의 거품 논란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SoFi의 투자 전략 책임자인 리즈 영은 CNBC에 “(닷컴 거품이 터졌던)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와 비교하면 지금은 증시에 거품이 끼지 않았다”면서 “밸류에이션이 확장된 상태지만 터무니없지도 않고 차트에서 벗어난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버핏 지수가 과도할 만큼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그만큼 기업들에 대한 실적 기대감이 높아져서 주가가 올랐기 때문인데 실제로 미국 기업들이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해왔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 데이터 제공 회사인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의 순이익은 2분기에 9.3%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예상대로라면 이는 2022년 1분기 때의 증가율 9.4% 이후 가장 높은 전년 대비 순이익 증가율이다.
팩트셋은 그러나 대부분의 S&P500 기업의 실제 실적이 예상치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나온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2분기 미국 기업들의 순이익 증가율이 최소 12%는 될 것으로 낙관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미주 지역 최고투자포트폴리오 전략가인 가르기 초우두리는 “지금까지의 증시 랠리는 기업 실적 성장에 의해 주도되었다”면서 “이러한 실적 성장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개인적으로 거품이란 개념을 좀 더 인정했을 것”이라며 거품 논란에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