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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코하마 소재 닛산 자동차 본사 앞 모습.
일본 요코하마 소재 닛산 자동차 본사 앞 모습.

 

글로벌 전기차 선두주자인 미국 테슬라 및 중국 비야디(BYD)와 전통 완성차 업체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세계 주요 11개 업체의 올해 7~9월 실적을 분석한 결과 테슬라와 BYD만 순이익이 늘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독일 폭스바겐(VW) 등 9곳은 순이익이 감소했다. 전기차 후발주자의 고통이 표면화하는 모습이다.

 

신구 메이커 실적 희비

“매우 어려운 경쟁 환경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익을 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7~9월 실적 설명회에서 이렇게 말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반면 아르노 안틀리츠 폭스바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대폭적인 비용 절감과 효율성 향상이 필요하다”며 어려움을 시인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글로벌 주요 11개 완성차 업체의 7~9월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전기차 선두그룹은 순항했지만 후발주자는 일제히 순이익이 감소했다. 도요타가 5737억 엔의 순이익을 거두며 이익 규모로는 1위를 유지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한 실적이다. 혼다는 61% 감소한 1000억 엔, 닛산자동차는 93억 엔 적자로 돌아섰다.

 

폭스바겐은 64% 감소한 15억7600만 유로에 그쳤다. 메르세데스 벤츠, BMW까지 ‘독일 빅3’ 모두 50% 이상 감소했다. 미국 포드는 26% 줄었고 제너럴모터스(GM)는 대형차 호조에 소폭 감소로 겨우 선방했다.전기차에서 앞서가는 테슬라는 순이익이 17%, BYD는 11% 증가했다. 자동차 한 대당 판매 이익은 테슬라가 약 600만원으로, 벤츠(약 400만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도요타(약 180만원)와는 세 배 이상 차이를 벌렸다.

 

격변의 중국…벤츠도 폭탄 세일

격변의 진원지는 세계 완성차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중국이다. BYD가 약진하며 전통 메이커의 수요를 빼앗기 시작했다. ‘자동차 강국’을 지향하는 중국은 전기차 전환을 발판 삼아 자국 업체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BYD의 7~9월 글로벌 판매는 38% 증가한 113만 대로 급성장했다. 이 가운데 전기차는 3% 증가한 44만 대, PHEV는 68만 대로 76% 늘었다. 판매의 90% 이상은 중국이다. BYD의 세계 판매 순위는 도요타, 폭스바겐, GM에 이어 4위로 올라섰다. 전년 동기 8위에서 4계단 상승했다. 1년 만에 포드, 현대차, 혼다, 닛산을 제쳤다.

 

BYD 직원 수는 최근 90만 명을 넘어 작년 말보다 약 20만 명 늘었다. 올해 들어서만 도요타 전체 직원(38만 명)의 절반 이상 규모를 채용한 것이다. BYD는 대규모 채용으로 생산과 판매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저가 공세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면서도 순이익은 116억 위안을 달성하며 폭스바겐, 혼다 등을 앞질렀다.타격을 입은 것은 유럽과 일본 업체다. 폭스바겐과 벤츠는 7~9월 중국 판매가 2022년 대비 각각 20% 줄었다. 도요타도 20%가량 감소했다. 닛산과 혼다는 각각 50% 안팎 급감했다. 아오야마 신지 혼다 부사장은 “예상보다 감소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 판매 비중이 2022년 기준 전 세계 40%를 차지했던 폭스바겐의 타격은 심각하다. 독일 내 최소 3개 공장을 폐쇄하고 수만 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안을 내놨다. 중국 현지 자동차 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벤츠 E클래스 일부 트림은 1900만원이 넘는 할인을 하고 있다. 할인율이 20%에 달하는 ‘폭탄 세일’이다.

 

중국 전기차 왜 강한가

중국 신흥 전기차 업체는 일본, 미국, 유럽 등과 비교해 근로시간이 매우 길다. 미국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가 완성차 업체 직원의 한 달 평균 잔업 시간을 조사한 결과 BYD는 20~40시간, 지리차는 40~70시간이었다. NIO 등 신흥 업체는 70~100시간으로 격렬하게 일하는 문화가 퍼져 있다. 반면 폭스바겐과 도요타 중국 현지법인은 0~20시간에 불과했다.

 

장시간 근로에도 불구하고 직원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 일반 소프트웨어 개발자 연봉은 약 40만 위안이다. 우수 개발자는 60만 위안, 최고 수준은 100만~150만 위안에 달한다. “의사나 변호사보다 돈을 잘 버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가장 인기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자동차 대기업은 엔지니어 1만2000명 중 40%에 해당하는 5000명이 소프트웨어 전문 개발자다. 알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BYD 등 신흥 업체가 차종을 전면 개편하는 주기는 평균 1년 6개월로 약 5년이 넘는 일본이나 독일 업체에 비해 훨씬 빠르다.

 

미국 재고 1.4배로 급증

중국에서만 어려운 게 아니다. 일본 자동차 메이커의 최대 수익원인 미국 시장도 인기 차종인 하이브리드를 제외하면 성장이 정체돼 있다. 코로나19와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차량 공급 부족이 한풀 꺾이면서 최근 재고 증가세가 두드러졌다.미국 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미국 내 차량 입고에서 판매까지 기간을 나타내는 재고 일수는 9월 말 기준 평균 81일로 지난해 8월보다 1.4배 길어졌다. 재고를 줄이기 위해 제조사가 할인이나 대출 금리 우대 등으로 판매점에 지급하는 인센티브는 늘고 있다. 인센티브는 대당 약 3500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0% 증가했다.

 

하이브리드를 미국 현지에 투입하지 못한 닛산은 재고가 105일, 인센티브가 4500달러를 넘은 것이 7~9월 적자로 돌아선 요인이었다. 하이브리드 경쟁력이 높은 도요타는 재고를 33일, 인센티브를 1450달러로 억제하고 있다.테슬라는 차량 생산 비용 하락이 순이익 증가 요인이다. 다른 제조사에서 얻는 배출가스 규제 크레딧 수입도 늘었고 급속 충전망과 운전지원시스템 오토파일럿 등 서비스 수입도 증가했다. 수익력을 높인 테슬라의 3분기 순이익은 21억6700만 달러로 도요타, GM, 현대차에 이어 4위로 올라섰다. 전년 동기 7위에서 3계단 점프했다.

 

100년에 한 번 오는 변혁기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업체는 전동화에 대한 투자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CEO는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장기화하는 것은 큰 함정”이라고 말했다. 휘발유차와 전기차 모두에 대한 투자가 길어지면 수익성 하락에 직면할 것이라는 취지다.

 

이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전기차 개발에도 제약이 따른다. 혼다는 2030년까지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10조 엔을 투자할 계획인데 7~9월에는 연구개발비로만 영업이익을 529억 엔 깎아먹었다. GM은 전기 픽업트럭 공장 투자를 두 차례 연기했고 2025년까지 전기차 생산 100만 대를 달성하겠다던 목표도 재검토한다.중국 자동차에 대항하는 데 있어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곳이 인도다. 인도는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를 가지게 됐는데 자동차 보급률이 낮아 중장기적 수요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인도 정부는 국경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의 투자를 제한하고 있어 중국 업체 점유율은 미미하다. 작년에는 BYD의 인도 공장 투자 계획이 ‘안보 우려’를 이유로 거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주행 성능 향상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 재구축도 초점이다. 차량에 탑재된 소프트웨어가 차량의 경쟁력을 좌우하는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시장이 커지면서 미래 수요 개척을 노리는 제휴도 잇따르고 있다. 도요타와 NTT 최근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인공지능(AI) 개발 제휴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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