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최초 우주유영 기록을 세운 재러드 아이작먼(41)이 미 항공우주국(나사·NASA) 수장에 지명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우주기업인 스페이스X와 인연이 깊은 아이작먼이 낙점되면서, 항공우주 분야에서 머스크의 영향력이 세질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4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뛰어난 사업가이자 자선가, 우주비행사인 아이작먼을 나사 관리자로 지명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그는 우주 과학, 탐사 분야에서 획기적인 업적을 이룰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사는 미국의 항공우주 분야를 총괄하는 기관으로, 연간 약 250억 달러(약 35조 3000억원)의 예산을 집행한다.
지명 소식에 아이작먼은 X(옛 트위터)에 "미국인들은 달과 화성을 걷게 될 것이며, 우리는 그렇게 함으로써 지구에서의 삶을 더 좋게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우주는 제조·생명공학·에너지 분야에서 획기적인 진전을 이룰 잠재력이 있다"면서 "번창하는 우주 경제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많은 이들이 우주에서 살고 일할 기회를 만들어 낼 것"이라며 "나사에서 이런 가능성을 열정적으로 추구하고 인류가 진정한 우주 항해를 하는 시대를 열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머스크 우군 앉혀"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가 머스크의 우군(ally)을 나사에 앉혔다"면서 "이번 지명을 통해 나사가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 특혜를 줄 거란 우려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도 머스크와의 밀접한 사업 관계가 아이작먼의 인준 청문회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작먼은 2020년부터 스페이스X의 투자자로 머스크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2021년 스페이스X의 첫 번째 민간인 우주비행인 '인스피레이션 4' 임무를 주도했고, 임무에 필요한 자금도 댔다. 지난 9월 스페이스X의 '폴라리스 던' 프로젝트에 참여해 민간인 최초 우주유영 기록을 세웠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이작먼이 지금까지 스페이스X에 지원한 돈은 2750만 달러(약 389억원)에 이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인준 청문회에서 아이작먼은 수년 내에 우주인을 달로 다시 보내는 현재의 나사 프로젝트를 지지할지, 아니면 머스크의 오랜 야망인 화성 유인 탐사에 더 많은 지원을 할지 질문받게 될 것"이라 전했다.
또한 일각에선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은 머스크가 자신의 우주 사업에 방해가 되는 정부 규제에 칼을 댈 것이란 우려도 흘러 나온다. 머스크는 그간 스페이스X의 주요 발주처인 나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진 않았지만, 항공우주 분야에서 각종 정부 규제에 대해 여러 차례 불만을 제기했다.
결제업체 세워 부자 돼…머스크 닮은꼴
아이작먼과 머스크는 둘 다 우주여행에 관심이 많고, 금융 결제 사업으로 부를 쌓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1999년 16살이던 아이작먼은 뉴저지주(州) 부모님 집 지하실에서 결제업체 시프트 4를 세웠다. 시프트 4는 KFC, 힐튼 호텔 등 미국 내 식당과 호텔 결제의 3분의 1을 처리하는 회사가 됐다.
'비행광'인 아이작먼은 군용 항공기 조종 자격을 따고 2009년 경량 제트기로 세계 일주를 하는 기록도 세웠다. 2011년엔 공군 훈련 및 민간 군용 항공기 방위 산업체 '드라켄 인터내셔널'을 세웠다. 이후 2019년 드라켄의 지분 상당 부분을 매각해 억만장자가 됐다. 올해 9월 기준 그의 순 자산은 19억 달러(약 2조6800억원)로 추산된다. 아내 모니카와 결혼해 두 딸을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