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월 3일 한밤중 선포한 ‘비상계엄’에 대한민국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이날 오후 10시 23분 대통령의 긴급 특별담화가 시작됐고 10시 30분 계엄군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진입했다. 4일 0시 7분에는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해 긴박한 상황이 이어졌다.
이번 계엄선포가 절차적인 정당성을 어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계엄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때 계엄의 이유, 종류, 시행일시, 시행지역, 계엄사령관 등을 공고해야 하는데 정부는 비상계엄 발동과 해제 모두를 관보에 게재하지 않았다.
또 계엄령을 선포했을 때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하는데 국회의장에 따르면 정부는 이를 국회에 통고하지 않았다.
3일 오전 정상회담, 밤에는 계엄 선포
윤 대통령은 3일 오후 10시 27분께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국을 공식 방문한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을 맞아 정상회담을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회담을 빨리 끝내고 오찬을 갖자’며 일정을 서둘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이날 오전부터 비상계엄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정부는 계엄령 선포 직전인 오후 9시~9시 40분 대통령실 국무회의장에서 국무회의가 열렸다고 밝혔다. 헌법 제77조는 대통령의 계엄령 권한을 규정하며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 참석한 대부분의 장관은 회의장에 도착해서야 심의 안건을 알게 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후 오후 10시 23분 대통령실 청사 1층 브리핑실에서 카메라 앞에 앉아 계엄 선포 대국민 담화를 읽어 내려갔다. 담화 발표 소식을 접한 일부 기자가 청사에 와 있었지만 브리핑실 출입문은 봉쇄돼 기자들은 방송을 통해 계엄 선포 소식을 들었다.윤 대통령의 입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말이 나온 것은 10시 27분이었다.
10시 49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위헌적 계엄을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발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시 56분 국회를 지켜 달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국회로 들어갔다.
11시 25분 비상계엄 선포 한 시간 만에 계엄 지역의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할 계엄사령부가 설치됐고 계엄사령관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임명됐다. 계엄사령관은 ‘포고령 제1호’를 발표했다. 국회와 지방회의, 정당의 활동과 시위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내용이었다.
4일 새벽 0시 헬기에서 내린 무장 계엄군이 국회 경내로 진입했다. 이후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는 계엄군에 국회의원과 보좌진 등이 격렬히 저항하면서 곳곳에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새벽 0시 50분 국회 본회의장이 시끄러웠다. 계엄군이 본청으로 진입하자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빨리 결의안을 상정하라”고 소리쳤다. 책상을 내리치는 의원도 있었다. 국민의힘 의원 일부도 우 의장을 압박했다. 우 의장은 “국회가 정한 절차에 오류가 없도록 진행해야 한다”며 10여 분간 안건 상정을 기다렸다.
새벽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재석 190인, 찬성 190인으로 가결됐다. 우 의장은 국회 본회의에서 “(계엄법) 11조에는 계엄 상황이 평상 상태로 회복되거나 국회가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경우에는 대통령은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고 이를 공고해야 한다고 돼 있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이어 “이 통지서가 대통령실에 가면 지체 없이 계엄령을 해제하는 절차를 대통령실에서는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헌법 제77조 제5항은 국회가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또 우 의장의 언급대로 계엄법 11조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해제하기까지는 이로부터 3시간여가 걸렸다.
윤 대통령은 오전 4시 26분부터 방송된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무회의를 통해 국회의 요구를 수용해 계엄을 해제하겠다”며 “다만 새벽인 관계로 아직 (국무회의) 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해 (국무위원들이) 오는 대로 바로 계엄을 해제하겠다”고 했다.
30분쯤 뒤인 오전 5시께 국무총리실은 “4시 30분에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6시간 동안 전 국민은 물론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계엄령 사태가 일단락됐다. 오전 9시 45분 대통령실 수석 비서관 이상 고위 참모진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이날 오전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뜻을 모은 결과다.
오전 11시 25분 민주당이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을 추진하고 이들을 내란죄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의원 40여 명이 모여 꾸린 ‘윤석열탄핵국회의원연대’도 이날 중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오후 2시 33분 민주당을 비롯한 야 6당이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이날 오후 2시 40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5일 오전 9시 30분 국민의힘은 탄핵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08명 의원의 총의를 모아 반드시 부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10시 30분 민주당은 7일 오후 7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