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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석유화학업체 영업이익.
주요 석유화학업체 영업이익.

 

장기 불황에 빠진 석유화학 기업들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석유화학 빅4 중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은 올해 3분기 일제히 적자를 냈다.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금호석유화학도 영업이익 6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7% 감소했다.

 

최근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의 진원지로 지목된 롯데케미칼은 3분기에만 4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 3사 중 적자 규모가 가장 컸다.

 

수장 바꾸고 생산 중단하고…자구책 안간힘

석유화학 기업의 경영진 상당수는 올해 인사에서 교체됐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7월 예년보다 한 달 빠른 사장단 인사를 단행해 케미칼 부문과 큐셀 부문, 여천NCC 3개 계열사 대표를 전격 교체했다.

 

롯데 화학군은 총 13명의 대표이사(CEO) 중 10명을 교체했다. 지난해 선임된 롯데알미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LC USA 대표 3명만 자리를 지켰다. 롯데 화학군을 이끈 이훈기 사장은 1년 만에 일선에서 물러났고 이영준 사장이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와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이사를 겸임하게 됐다.

 

LG화학은 내년 3월 임기 만료 예정이었던 신학철 부회장을 유임했지만 석유화학과 첨단소재 사업본부장을 교체했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 대표를 바꿨다.중국발 공급과잉에 중동과 인도까지 새로운 경쟁자로 떠오르며 석유화학업계는 그야말로 공멸의 위기 직전이다. 시황 악화로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지속되자 기업들은 기초화학 다운사이징 등 자체적인 생산 조절과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위주의 사업재편을 통한 자구책 마련에 한창이다.

 

롯데케미칼은 애셋라이트 전략 등 저수익 자산 매각에 나섰으며 여수·대산 공장은 원가 절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최근 여수2공장 내 에틸렌그라이콜(EG), 산화에틸렌유도체(EOA) 등 생산라인 가동을 멈추며 효율화 작업에 착수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현재 여수 2공장 전체를 가동 중단한 것은 아니며 기초화학 생산부문의 원가절감, 수익성 확보를 위한 공장 단위의 운영 효율화(Operation Excellence)를 위해 다운스트림 일부 라인의 가동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파키스탄 법인 등의 매각도 추진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기초화학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2030년까지 스페셜티 매출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LG화학은 스티로폼의 원료 스티렌모노머(SM)와 에틸렌옥시드(EO), 에틸렌글리콜(EG) 생산라인 가동을 줄줄이 중지했다. 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제조하는 나프타분해시설인 여수 NCC 제2공장의 매각도 검토 중이나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여수공장의 폴리염화비닐(PVC) 라인 일부를 고부가가치 스페셜티로 전환하기로 했다. LG화학은 나주 공장의 알코올(2-에틸헥산올) 생산 라인 중단을 결정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재배치 관련 설명회를 진행했다.

 

“M&A 적극 지원해 활로 터 줘야”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은 오일쇼크로 범용제품 수익성이 하락하자 석유 부문과 화학 부문을 통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대형 화학업체들은 정유설비를 인수해 원가 경쟁력을 높인 종합화학사로 거듭났고, 기존 설비를 매각한 화학업체들은 매각 대금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제품 비중을 늘렸다.일본은 정부 주도로 과잉 설비를 줄이기 위해 범용 부문 설비를 통폐합하고 스페셜티 비중을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면 취득세 경감, 독점금지법의 예외 적용, 기업결합 심사기간의 단축 등과 같은 인센티브를 부여했다.

 

정부는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공정거래법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예했던 일본과 M&A를 통한 대형화, 전문화를 추진한 유럽의 사례를 참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일본 석유화학업계의 사업 재편 현황을 참고하기 위해 긴급 연구용역도 발주했다.

 

석유화학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범정부 차원의 지원 및 대책도 중요하지만 먼저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인데 이해관계가 다른 개별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을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석유화학 구조조정 논의가 지지부진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하려고 해도 개별 기업끼리 섣불리 협의에 나섰다간 독과점 등 공정거래법에 걸릴 수 있어서 산업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서 큰 그림을 그려줘야 한다”고 했다. 업계에선 인위적 구조조정이 아닌 자발적 사업재편을 유도하되 큰 틀에서 정부가 감독 및 관리자 역할을 하며 다양한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공급과잉이기 때문에 생산량을 줄여야 하는데 국내에는 너무 많은 석유화학 기업들이 있다. 이대로라면 모두 망한다. 개별 기업들끼리 협의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적절한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규제를 풀어주면서 자발적 M&A를 통한 통폐합을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삼일PwC는 ‘위기의 K석유화학 ‘팀 코리아’로 돌파하라’ 보고서에서 구조조정의 구체적 방안으로 ‘팀 코리아’를 제시했다. 현재 울산·여수·대산 등에 소재한 나프타분해설비(NCC)의 운영 주체를 1~2개로 압축해 통합법인를 만들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설비를 폐쇄 또는 매각해 채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민준선 삼일PwC 부문 대표는정부는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을 있도록 특별법 제정, 세제 지원, 저금리 정책 자금 제공, 채권 금융기관 역할 유도 파격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제안했다.

LG화학 여수 석유화학 공장 용성단지.
LG화학 여수 석유화학 공장 용성단지.

경제 컨트롤타워 ‘올스톱’…정부 대책은 언제쯤

정부는 최근 석유화학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을 본격 예고했다.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업활력법) 등을 통해 세제 및 금융지원을 제공해 기업 간 M&A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를 중심으로 정책금융 지원, 중장기 사업 재편 인센티브 등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관계부처 간 논의가 끝나는 대로 이르면 12월 중 석유화학 산업 재편에 관한 제도적 지원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12월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사태 여파로 지원책 불확실성이 커졌다.

 

경제 컨트롤타워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포함한 국무위원 전원이 12월 4일 한덕수 총리가 주재한 회의에서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당초 최상목 부총리는 이달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석유화학업계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정부 대책을 기다려왔던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계엄령 사태와 갑작스러운 탄핵 정국으로 인해 정부가 추진해온 경제정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정부 지원안 발표가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석유화학 구조조정 관련 정책의 추진 동력이 떨어지면서 골든타임을 놓칠까 우려된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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