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한 정세 장기화 예상...소비자심리 위축 가능성↑
전 박근혜 대통령 시기 때도 10% 가까이 급락해
캐럴이 울려 퍼지고 사람들로 바글 거리는 12월의 모습을 상상하던 유통업계가 비상이다. 지난 3일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 표결이 부결되면서, 불안한 정세가 장기화되고 소비자 심리가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 내내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 연말은 유통업계에서는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성수기다. 혼란한 정국이 지속되면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유통가는 1년간 준비해온 크리스마스 대목을 놓치게 되는 셈이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의혹이 처음 제기된 2016년 4분기 민간 소비 증가율은 0.2%로 같은 해 2분기(0.8%)와 3분기(0.4%)에 못 미쳤다.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떨어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2016년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4로 두 달 전보다 10% 가까이 급락한 바 있다.
힘든 코로나 시기를 지낸 유통업계는 올해 크리스마스 성수기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 11월부터 앞다퉈 크리스마스 장식을 선보였는데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상황에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1일부터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서울을 포함한 15개 점포에 ‘움직이는 대극장’을 테마로 한 크리스마스 공간을 열었고 신세계백화점은 서울 중구 본점에 지난해보다 13% 가량 면적을 넓힌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해 손님맞이를 준비했다. 또 롯데백화점은 올해 처음으로 본점 외벽에도 라이팅 쇼 형식의 볼거리를 추가해 지난해보다 화려한 크리스마스를 예고했다.
하지만 유통가의 발 빠른 준비에도 혼란한 정세에 크리스마스에 시큰둥한 분위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나라가 이 꼴인데 무슨 크리스마스냐' '크리스마스 선물 받고 싶다, 탄핵' 등과 같은 푸념이 적힌 게시물이 연달아 올라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국이 불안정하면 소비자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소비도 줄일 가능성이 있다"라며 "1년 중 크리스마스 시즌이 유통가에서는 대목인 만큼 내부적으로 불안감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단 비상계엄이 해제됐기 때문에 유통기업들은 내부적으로 특별한 대응책은 없지만 줄어들 매출 상황에 상황을 예의주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