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구글, 퀄컴과 손잡고 확장현실(XR) 시장에 본격 뛰어든다. 삼성전자는 구글, 퀄컴과의 협업을 통해 개발한 XR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XR’을 공개했다. 이 OS는 삼성전자가 내년에 선보이는 XR기기 ‘프로젝트 무한’에 처음 탑재된다.
메타와 애플이 주도하는 XR 시장에 삼성-구글 연합이 참전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구글, 퀄컴과 12일 미국 뉴욕 구글 캠퍼스에서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XR 언락' 행사를 개최하며 '안드로이드 XR' 플랫폼과 이를 탑재할 최초의 기기인 '프로젝트 무한(無限)'을 소개했다. XR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과 혼합현실(MR) 기술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사용자가 시각, 청각, 움직임 등 다양한 감각을 활용해 주변 현실과 가상 세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물리적 제한을 넘어 업무, 학습, 엔터테인먼트, 게이밍, 건강관리 등 일상을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AR 실패한 구글, VR 실패한 삼성
XR은 손잡고 재도전
삼성전자와 구글은 이전 증강, 가상 현실 시장에 도전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구글과 구글은 2013년부터 빅테크 중 가장 먼저 AR안경인 ‘구글 글래스’ 개발에 나섰지만, 당시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전화받기·메시지 확인 등에 제한돼 곧 판매가 중단됐었다.
삼성전자는 2015년 VR기기 ‘기어VR’을 출시했었지만, 큰 성적을 내지 못하고 제품 출시도 멈췄다.
약 10년 만에 XR 시장에 재도전하는 삼성전자와 구글은 각자의 역할을 나눴다. 두 회사가 협업해 XR OS를 먼저 개발했고 삼성전자는 여기에 최적화된 기기 출시를 예고한 것이다. 여기에 퀄컴은 XR 기기 '무한'에 최적화된 스냅드래곤을 개발했다. 삼성전자와 구글, 퀄컴이 본격적인 협업을 발표한 건 지난해 2월이었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은 당시 ‘갤럭시 언팩 2023' 기자 간담회에서 "퀄컴은 XR 기술 인에이블러(enabler)로서 기술을 발전시켜 왔고 구글은 콘텐츠와 플랫폼 업계 최강자이며 삼성은 스마트폰 업계 리더로서 개방과 열린 협력의 오픈 생태계 차용으로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소프트웨어 기업과 하드웨어 기업이 손잡고 XR 시장에 진출하는 만큼 현재 애플과 메타가 주도하는 XR 시장도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구글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삼성전자는 하드웨어를 담당하면서 하드웨어사가 손잡고 스마트폰 시장의 최대 라이벌인 애플과 스마트안경 분야에서도 정면 승부를 벌이게 될 전망이다.
이 날 공개된 프로젝트 '무한'이 그 결과물이다. 무한에 탑재될 안드로이드 XR은 구글의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에 의해 구동된다. 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대화 방식으로 새로운 정보를 탐색할 수 있다. 사용 상황과 맥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맞춤형 응답을 제공하는 AI 비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드로이드 XR은 기존 안드로이드, 오픈(Open) XR, VR 및 모바일 AR 커뮤니티와 개방형 협업을 통해 확장성을 강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유튜브, 구글 맵스, 구글 TV 등 구글의 주요 앱을 구동할 수 있다. 헤드셋 출시에 맞춰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특화된 기능도 제공될 예정이다.
또한, 헤드셋과 글래스를 포함한 다양한 폼팩터에 적용될 수 있는 범용성이 특징으로, XR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과 목적에 부합하는 여러 형태의 기기를 지원할 예정이다코드명 '프로젝트 무한'은 안드로이드 XR이 적용될 최초의 헤드셋으로, 2025년 출시될 예정이다. 무한(無限)이라는 이름 그대로 물리적 한계를 초월한 공간에서 몰입감 넘치는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삼성전자 MX 사업부 개발실장 최원준 부사장은 이 날 행사에 연사로 나서 "XR은 주변 현실과 가상 세계를 넘나들며 물리적 제약없이 기술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완전히 새로운 차원을 열어줄 것"이라며, "최첨단 XR 기술과 사용 맥락을 이해하는 멀티모달 AI의 결합으로 새로운 폼팩터 혁신을 위한 완벽한 조건이 갖춰졌다"고 말했다.특히, "안드로이드 XR 플랫폼의 뛰어난 확장성과 함께 다양한 폼팩터에 적용될 수 있는 강점이 있다"며, "끊임없이 확장되는 에코시스템 및 폭넓은 콘텐츠를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더욱 풍요로운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미르 사맛 구글 안드로이드 에코시스템 부문 사장은 기조 연사로 나와 행사 첫 시작을 열고 XR 비전을 소개했고, 샤흐람 이자디 구글 AR 부문 부사장은 헤드셋 및 글래스 개발과 향후 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지아드 아즈가(Ziad Asghar) 퀄컴 XR 및 공간 컴퓨팅 수석 부사장도 무대에 올라 '프로젝트 무한'을 위해 '스냅드래곤 XR2플러스 2세대'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