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설립에 발벗고 나선다. 부동산을 전체 매각하는 것보다 리츠에 편입시켜 주주 자리를 지키는 한편 손쉽게 현금을 쥘 수 있어서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태광그룹은 최근 리츠 사업 진출을 위해 KB스타리츠의 투자운용을 담당하던 원광석 KB자산운용 리츠본부장을 영입했다.
원 본부장은 부동산 투자·운용 경력이 약 20년에 달한다. 한국투자증권, KB자산운용 등을 거친 그는 지난해부터 KB금융그룹의 첫 상장리츠인 KB스타리츠를 진두지휘했다.
원 본부장은 태광그룹 리츠 AMC(자산관리회사)의 핵심 인물로서 스폰서 리츠 설립을 위한 본격적인 업무에 착수할 예정이다.
태광그룹은 섬유·석유화학, 금융, 미디어, 레저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대기업집단이다.
그중 금융 계열사인 흥국생명에서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리츠로 편입시키는 데에 주력할 것이라고 IB업계는 전망한다.
대표적인 부동산 자산은 광화문에 위치한 흥국생명 본사사옥이다. 서울 핵심 업무권역(CBD)의 오피스로 자산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소재지는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 68다. 지하 7층~지상 24층, 연면적 7만2054㎡ 규모다.
이외에도 흥국생명 남대문사옥, 흥국생명 강남금융플라자, 흥국생명 대전·부산사옥 등도 모두 흥국생명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이다.
태광그룹 외 다른 기업들도 리츠 설립에 박차를 가한다.
대신파이낸셜그룹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서울 주요 지역 부동산 자산을 담은 ‘대신밸류리츠’ 영업인가를 받았다.
대신밸류리츠는 서울 본사사옥인 ‘대신343’을 자산으로 담는 국내 최초의 금융·디벨로퍼형 스폰서 리츠가 될 전망이다.
대신343은 CBD에 위치해 있고 가치 또한 6620억원으로 평가된다. 이미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국내 굴지의 증권사들이 자체 지분투자를 결정했거나 인수의사를 타진 중이다.
LG그룹의 자산관리 계열사 D&O도 현재 인수를 추진하는 서울 상암동 LG헬로비전 본사 사옥 편입을 위한 리츠 설립을 진행 중이다.
LG헬로비전 본사 사옥은 연면적 3만8075㎡ 규모의 오피스빌딩으로 매도자인 이화자산운용과 1700억원 안팎 가격에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엔 리츠 AMC추진 TF(태스크포스) 총괄로 부동산 투자 베테랑인 이학구 전 다올자산운용 부사장을 선임했다.
일찍이 삼성, SK, 한화, 롯데그룹은 리츠 사업에 진출했다. 리츠 AMC를 통해 각각 삼성FN리츠, SK리츠, 한화리츠, 롯데리츠 등의 상장리츠를 운용 중이다.
전략에 따라 그룹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편입시켰다. 삼성FN리츠는 대치타워, 에스원빌딩, 판교사옥 등의 오피스 자산을, 롯데리츠는 롯데백화점 강남점, 롯데백화점 광주점,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 등의 리테일 자산을 갖고 있다.
다만 현재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국내 리츠 시장의 자금이 메말라 스폰서 리츠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밝지만은 않다.
이같은 분위기를 고려해 신세계그룹의 AMC인 신세계프라퍼티투자운용은 신세계스타리츠에 담을 첫 자산인 스타필드 하남의 유동화 작업의 속도를 조절하기로 최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