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ETF 수익률 1~4위 美 상품 차지
개인 순매수 10위 내 9개 美 투자 ETF
“국내 투자 상품은 선별적 접근 필요”
최근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 상위권을 미국 투자 상품이 장악했다. 지지부진한 한국 증시 흐름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투자 상품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자연스레 개인 투자자 자금도 미국 투자 ETF로 몰린다. 미국 쏠림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려면 업종별 반등 폭과 수급 등을 선별적으로 분석한 뒤 접근하란 조언이 나온다.
19일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이달 들어 18일까지 ETF 등락률 상위 10개 중 6개가 미국 투자 상품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빅테크TOP7 Plus레버리지(합성)’가 31% 오르며 가장 크게 상승했다.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26.5%)와 한화자산운용의 ‘PLUS 미국테크TOP10레버리지(합성)’(25.4%), ‘ACE 글로벌AI맞춤형반도체’(21.5%)가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19.9%)과 ‘TIGER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합성)’(17.9%)도 각각 수익률 6위와 8위에 이름을 올렸다.
11월 분위기는 달랐다. 지난달 상승률 상위 10개 종목 중 미국 투자 상품은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와 ‘TIGER 글로벌클라우드컴퓨팅INDXX’ 2개에 불과했다. 11월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각각 3.9%, 8.7% 하락했다. 그러나 업종별 순환매 장세가 나타난 덕에 KB자산운용의 ‘RISE AI&로봇’(22.8%), ‘ACE KPOP포커스’(22.0%) 등 여러 국내 주식 테마 ETF가 수익률 상위권을 지켰다. 조선주에 투자하는 ETF 3종(TIGER 조선TOP10·SOL 조선TOP3플러스·HANARO Fn조선해운)도 10위 안에 들었다.
12월 들어서는 전날까지 코스피 지수가 1.2%, 코스닥 지수가 2.9% 상승하며 회복세를 보였는데도 국내 업종 테마 ETF 중에서는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인 상품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증시, 특히 빅테크 관련주가 다시 질주하자 국내에 출시된 상품 수익률도 개선된 것이다.
주가가 오르니 개인 자금도 미국 투자 ETF를 향한다. 이달 들어 2386억원이 몰린 ‘TIGER 미국S&P500’ ETF가 순매수 1위 자치를 차지했다. 순매수 상위 10개 중 9개 상품이 미국 관련 ETF였다.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1194억원), ‘KODEX 미국S&P500TR’(976억원), ‘TIGER 미국나스닥100’(676억원), ‘TIGER 미국필라델피아AI반도체나스닥’(658억원), ‘KODEX 미국나스닥100TR’(602억원),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460억원) 등이다.
지난달 순매수 1위는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4559억원), 3위는 ‘KODEX 레버리지’(2004억원)였다. 이들 ETF는 각각 코스닥150 지수와 코스피200 지수의 하루 상승률을 2배로 따라가는 상품이다. 국내 증시가 계속 오를 것으로 보고 공격적인 베팅에 나선 투자자가 많았다는 의미다. 이달 들어선 이런 움직임도 둔화해 각각 848억원, 230억원씩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증시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국내 주식시장에서 손을 떼는 투자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달 한국 증시(유가증권·코스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6조2887억원으로, 11월(16조8916억원)보다 6000억원 넘게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은 끝났지만 아직 헌법재판소의 시간이 남았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리스크도 여전하다고 했다. 당분간은 국내 증시에 투자하려면 업종별 상승률, 외국인 수급 등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정상휘 흥국증권 연구원은 “탄핵 가결은 긍정적인 이벤트지만, 그 자체의 반등 기간과 폭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증시 환경 자체가 좋지 않은 만큼 고배당 등 방어적인 업종·종목 선정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이달 3일 계엄 선포 이후 코스피에서 2조원가량 순매도했지만, 소프트웨어·건강관리·기계·유틸리티·IT하드웨어 섹터는 사들였다”며 “이런 외국인 수급과 반등 강도를 고려할 때 건강관리와 IT하드웨어 업종이 유리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