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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지난해에는 1조원 이상의 ‘메가딜’이 실종되고 스몰딜 중심의 중소형 거래가 대세를 이뤘다. 공격적 인수합병(M&A)으로 외형 확대에 주력하던 대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변동과 내수 부진에 따라 M&A 투자를 대폭 줄인 탓이다.

 

거래 규모도 쪼그라들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대기업 361곳을 대상으로 2024년 12월 13일까지 M&A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24년 M&A 투자 규모가 총 8조5808억원으로 전년(14조1297억원)보다 39.3% 감소했다. M&A 건수도 총 50건으로 전년(87건)보다 42.5% 급감했다.

 

거래가 완료된 2024년 M&A 투자 규모 상위 10개 기업은 대한항공(1조5000억원)·한화에어로스페이스(8207억원)·E1(7242억원)·사조대림(6474억원)·아모레퍼시픽(6321억원)·미래에셋증권(3574억원)·오리온(5485억원)·신세계(4700억원)·SK케미칼(3563억원)·LIG넥스원(3329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1조원 이상 빅딜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건(총 1조8000억원)이 유일했다.2025년은 주요 그룹의 사업재편, 구조조정 과정에서 각 계열사들의 비핵심 자산 매각 추세에 따라 특정 부문이나 자산을 분리해 매각하는 ‘카브아웃 딜’이 대세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카브아웃 딜을 통해 현금 확보와 자산 유동화로 재무구조 개선을 꾀하면서 중장기 성장 전략에 맞지 않는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려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공격적인 확장 기조에서 리밸런싱(사업 구조조정) 본격화로 긴축기조로 전환한 SK그룹과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졌던 롯데그룹을 비롯한 주요 그룹에서 카브아웃 딜이 대거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M&A 투자 금액 톱10
2024년 M&A 투자 금액 톱10

 

SK, 리밸런싱으로 AI·반도체에 투자

SK그룹은 재무구조 개선과 인공지능(AI)·반도체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2024년 고강도 리밸런싱 작업을 추진했다. 716개에 달했던 종속기업 수도 660개로 7.8% 줄였다. 2024년 12월 특수가스제조사 SK스페셜티의 지분 85%를 한앤컴퍼니에 2조7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SK네트웍스는 자회사 SK렌터카를 어피너티에 8200억원에 매각했다. SKC의 자회사 SK엔펄스는 반도체 후공정 장비사업을 물적분할로 떼어내고 CMP패드사업을 한앤컴퍼니에 341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뿐 아니라 SK그룹은 2024년 SK피유코어(4024억원), 원커머스(2700억원),어센드엘리먼츠(1300억원), SK매직 가전사업부문(400억원), SK넥실리스 박막사업부(950억원) 등을 팔았다. SK그룹의 리밸런싱 기조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에 따른 후폭풍으로 매수자를 찾지 못한 SK스퀘어의 자회사 11번가 매각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소송 대법원 판단에 따라 향후 재산분할 재원 마련을 위해 SK실트론 지분 매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롯데·CJ, 비주력 팔고 현금 확보전

롯데그룹은 양대 축인 유통과 화학부문의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고강도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최근 국내 렌터카 1위인 롯데렌탈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를 선정했다.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56.2% 지분을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주당 7만7115원에 넘기는 것으로 매각 금액은 1조5729억원이다.

 

2024년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의 진원지로 지목된 롯데케미칼은 해외 사업장을 중심으로 자산 유동화에 나섰다. 2조원대 회사채 조기 상환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 그룹 상징인 롯데월드타워까지 담보로 내놨다.롯데케미칼은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LUSR을 청산하기로 했고 미국 루이지애나 내 에틸렌글리콜(EG) 생산법인인 LCLA 지분 40%를 처분해 6600억원을 조달했다. 올해는 인도네시아 법인 LCI 지분도 매각해 6500억원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유통군에서는 자산 유동화를 위해 지방 소재 호텔, 롯데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 매각도 추진 중이다. 2022년 4월 롯데지주로부터 700억원을 출자받아 설립했던 롯데헬스케어는 올해 상반기 청산절차를 밟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점검하고 간 롯데칠성음료의 서초동 부지 매각설과 롯데하이마트 매각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2025년 잠재매물
2025년 잠재매물
서울 중구 CJ더센터.
서울 중구 CJ더센터.

CJ그룹은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그린바이오) 매각을 추진 중이다. 그린바이오 사업은 라이신, 트립토판 등 동물 사료 보충제 등을 생산하는 기업 간 거래(B2B)가 주력으로 세계 시장점유율 1위다.이번 매각은 그린바이오를 대상으로 추진되며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는 화이트바이오와 신약 기술 등을 개발하는 레드바이오는 제외된다. 업계에서는 매각가가 6조원을 웃돌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KKR, 칼라일, MBK파트너스 등 세계적인 사모펀드(PE) 운용사들이 잠재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그린바이오 대신 화이트바이오와 레드바이오를 미래 먹거리로 집중 육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

 

깨어난 M&A 본능한화 3형제도 주목

한화그룹은 지난해 M&A 시장에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과감한 M&A로 새로운 성장판을 열어왔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사업 재편을 주도하며 공격적인 M&A 행보를 보이고 있다.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 딜도 활발하다.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2023년 한화오션 인수 이후 정상화에 매진하면서 2024년 미국 필리조선소, 싱가포르 다이나맥 인수로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과 해양플랜트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 시장에서는 김 부회장이 한화오션의 글로벌 사업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인수 검토를 중단했던 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 인수를 재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부사장)은 범LG가 국내 2위 단체급식 업체인 아워홈 인수를 추진 중이다. 김 부사장은 한화그룹의 한 축인 유통과 로봇, 기계사업을 맡고 있다. 푸드테크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미국 로봇피자 기업 ‘스텔라피자’, 음료 제조업체 퓨어플러스 인수를 주도했다.

 

그러나 아워홈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인 데다 예상 매각가가 지분 100% 기준 1조5000억원으로 거론되고 있어 동종업계 대비 높은 가격에 시너지가 불분명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지난해 4 인도네시아의 노부은행 지분 투자로 해외 은행업에 진출한데 이어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지분 75% 매입하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했다. 사장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정체 상태에 직면한 국내 생명보험 시장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동남아시아에서는 성장 시장 확보와 고객 확장 전략을, 미국에서는 자본시장에서 우수한 투자 기회와 인력 확보 전략을 통해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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