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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콘도 평균가격 3.3㎡당 1.1억원, 자산정보 확실해야 매수 가능 
선진국 따라가는 서울 주택시장, 지역·단지따라 격차 커져

 

“서울 아파트는 한 채만 남기고 다 팔고 싶다. 원화 가치가 자꾸 떨어지니 자산이 녹고 있는 기분이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자산가 A 씨의 말이다. 그는 사업소득 일부를 서울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했다. 지난 몇 년간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어느덧 이들 아파트 시세는 총 100억원을 넘겼다.

 

표면적인 자산가치는 불어났지만 A 씨는 마음이 편치 않다. 재건축 아파트 소유주 간 갈등이 불거지며 사업이 늦어지고 있는 데다 탄핵 정국 이후 원·달러 환율 상승, 주택 양도소득세 중과 등을 고려할 때 매도 후에도 실질적인 투자수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A 씨는 “투자 지식이 별로 없어 재건축 아파트를 매수했는데 달러가 오른 것을 생각하면 자녀가 공부하고 있는 미국 뉴욕에 부동산을 샀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는 국내에서 가장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일자리와 교통, 문화 등 각종 인프라가 집중돼 실거주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의 ‘아파트 사랑’도 서울 아파트의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거주하기 편리하면서 개별성보다 동질성이 강한 부동산 상품이라 거래가 빈번하고 환금성도 높다. 외국에선 기피하는 저층의 낡은 아파트를 사도 재건축이라는 ‘로또’를 노릴 수 있는 것이 서울 아파트의 특징이다.

 

미국 뉴욕시(NYC)도 서울보다 일찍 공동주택 문화가 자리 잡은 곳이다. 주거 형태도 다양하다. 미국에서 아파트먼트(apartment)는 기업이 통건물로 운영하는 임대용 주택을 뜻한다. 학생이나 사회초년생, 서민들이 주로 거주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7년까지 준공된 공동주택 중 81.2%가 임대용으로 공급됐다.한국 아파트와 비슷한 형태로는 콘도미니엄(condominium)이 대표적이다. 서울처럼 땅값이 비싸고 실수요가 많아 시세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점, 단독주택보다 일반적으로 관리가 편하다는 점으로 인해 뉴욕 공동주택은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실물자산 투자’와 ‘달러자산 투자’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다만 한국과는 전혀 다른 제도와 문화로 인해 주택 매수는 까다로운 편이다. 자산 증명을 해야 하는 데다 전세제도가 없어 ‘갭투자’는 불가능하다. 국내 부동산과 달리 시세차익을 노린 단기 투자가 어려운 이유다. 그럼에도 상속 및 증여, 양도소득세 등 복잡한 국내 규제를 피하기 위해 국내 자산가들은 지속적으로 뉴욕 부동산 투자에 주목하고 있는 추세다.

서울 주요 자치구 최고가 아파트 3.3평 당 시세
서울 주요 자치구 최고가 아파트 3.3평 당 시세

 

서울 아파트값, 뉴욕 추격 중

서울에서 가장 아파트값이 비싼 자치구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강북 한강변인 용산구, 성동구 등 5개 지역이다. 단위면적당 가격은 강남구와 서초구가 각각 1, 2위를 달리는 가운데 같은 강남권인 송파구와 용산, 성동이 집계 기관에 따라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6일 기준 강남구의 3.3㎡(평)당 아파트 시세는 6475만원이다.

 

그러나 자치구 내에서 가장 비싼 ‘압구정현대 14차’ 가격은 평균 시세의 두 배가 넘는 1억4033만원이다. 강북에선 격차가 더 심하다. 용산구 평균 아파트 시세는 3.3㎡당 5261만원인데 최고가 아파트인 ‘나인원 한남’이 1억5091만원으로 평균의 3배에 육박한다. 성동구도 마찬가지다. ‘아크로서울포레스트’는 3.3㎡당 1억3917만원인데 성동구 평균은 3분의 1 수준인 4691만원에 불과하다.

뉴요시 주요 지역별 콘도, 고급주택 평균 매매가격
뉴요시 주요 지역별 콘도, 고급주택 평균 매매가격

이처럼 국내에서 초고가 아파트가 3.3㎡당 1억원을 가뿐히 넘어 어느새 2억원을 바라보면서 세계적 대도시인 뉴욕 집값을 따라잡고 있다. 뉴욕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자치구는 월스트리트와 센트럴파크 등 랜드마크가 밀집된 맨해튼이다.

 

미국 부동산 서비스 업체인 더글러스엘리먼(Douglas Elliman)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맨해튼 콘도 가격은 1제곱피트(sq. ft.)당 2127달러로 3.3㎡당 약 1억1000만원 정도다. 고급 주택은 3.3㎡당 1억5400만원 수준이다.미국 콘도 역시 위치나 상품의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서울 아파트와 가격 격차가 크지 않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4분기 맨해튼 콘도의 평균 가격은 298만4992달러(약 43억5000만원), 중위가격은 166만5000달러(약 24억3000만원)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4년 12월 서울 강남구 평균 아파트 가격은 24억1332만원이었다. 반면 2023년 기준 뉴욕의 1인당 GDP는 20만 달러로 3억원에 육박하는데 서울은 5825만원으로 큰 차이가 난다. 

 

전미부동산협회(NAR)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샌타클래라 같은 캘리포니아 서부 해안가 도시와 부자들의 휴양지가 몰려 있는 와이오밍 티턴 카운티 등 2024년 3분기 기준 뉴욕 맨해튼보다 주택 중위가격이 높은 곳이 많았다. 이처럼 고액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거주지가 뉴욕 외에도 이곳저곳 분산된 미국에 비해 국내에선 모든 부동산 투자가 서울 일부 지역으로 집중되는 ‘단극 체제’가 심화하는 편이다.

 

공세권·강세권 찾는 한국·뉴욕 부자들

수도권 고소득층 주택유형
수도권 고소득층 주택유형

이 같은 수요 집중으로 인해 서울 주택시장은 점차 극단적인 양극화 장세로 가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 서울과 다른 수도권 지역, 강남과 비강남에서 이제 같은 지역 내에서도 선호 단지나 동네가 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서울에선 한강변 아파트의 인기나 시세가 급등했다.한강이나 공원 조망이 인기인 데다 나인원한남이나 아크로서울포레스트처럼 일명 ‘하이엔드(high-end)’ 콘셉트로 지어지는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극심한 교통난으로 인해 서울 시내 이동이 편한 한강변으로의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지는 추세다. 이를 노리고 100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을 분양받아 웃돈을 받는 투자자도 생겼다.

 

김성곤 오앤에스부동산중개법인 과장은 “전통적인 부자들은 사생활을 중시해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요즘은 모든 것이 공개되는 사회인 만큼 자산가들도 위치가 좋은 신축 아파트 생활을 선호하는 편”이라며 “최근 인기 있었던 곳은 아크로서울포레스트로 그곳에 이사해 거주하면서 압구정 현대 등 재건축 아파트를 매도하지 않고 컬렉션처럼 함께 보유하는 고객들도 있다”고 말했다.미국에서는 중산층 이상이면 지대가 높은 단독주택촌을 주거지로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뉴욕 맨해튼은 고층빌딩 숲이 된 지 이미 100년이 넘은 도시로 높은 인구밀도 탓에 부유층도 공동주택에 살아야 하는 환경이다. 87㎢ 면적에 약 170만 명이 살고 있는데 인구밀도가 1㎢당 2만8873명꼴로 서울 인구밀도(1㎢당 1만5506명)의 1.86배 수준이다.

 

맨해튼에서도 인기 지역으로는 전통부촌인 어퍼이스트사이드와 신흥부촌인 트라이베카가 꼽힌다. 센트럴파크와 이스트강 사이에 위치한 어퍼이스트사이드는 밴더빌트, 카네기, 록펠러, 케네디 등 미국 명문가와 블룸버그, 우디 앨런 등 유명인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어퍼이스트사이드와 남쪽으로 접하고 있는 미드타운의 센트럴파크 인근도 부유층 거주지역이다.

 

맨해튼 남부 허드슨 강변에 위치한 트라이베카는 ‘트라이베카 영화제’로 알려진 ‘예술촌’으로 ‘뉴욕의 성수동’이라고도 불린다. 낙후됐던 지역에 예술가들이 모이며 낡은 공장과 물류창고 등을 개조해 자연스레 도시재생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2017년에는 젠가타워로 불리는 고급 주상복합 ‘56 레너드스트리트’가 완공됐다. 허드슨강이 내려다보이는 주택이 인기이며 현재 미국 최고 인기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와 할리우드 스타들이 거주하고 있다.

 

콧대 높은 맨해튼 아파트 “신용카드 내역 달라”

뉴욕 맨해튼 소호 인근 콘도 건물 모습.
뉴욕 맨해튼 소호 인근 콘도 건물 모습.

 

펜플라자프라퍼티(Penn Plaza Property) 소속 현지 중개인(agent) 제니퍼 심은 “어퍼이스트가 전통적 부자들이 사는 곳이라면 트라이베카는 젊은 ‘힙스터’나 금융인들이 선호하는 곳”이라며 “트라이베카 주민 구성이 전반적으로 좋아지면서 공립학교 학군도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에선 이 같은 부촌에도 1910~1930년대 지어진 공동주택은 물론 1880~1890년대 지어진 오래된 건물들이 흔하다. 이들 공동주택 상당수는 일반적인 콘도가 아닌, 민간주택조합 형태인 코업(Co-op)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입주민을 철저히 가려 받고 있다. 쾌적한 주거환경과 입주민 안전을 위해서다.코업은 콘도처럼 소유주가 구분 호실을 소유하는 개념과 달리 건물 지분을 매입해 한 호실에 거주할 권리를 갖게 되는 원리로 운영된다. 단지마다 정도는 다르지만 통상 입주자대표들로 구성된 이사회(board)에서 자산부터 직업, 신용카드 사용 내역까지 심사해 주민을 가려 받는다. 팝스타 마돈나가 센트럴파크 서쪽에 인접한 고급주택 ‘산 리모(San Remo)’ 입주 심사에서 탈락한 일화는 유명하다. 매수 대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서울 고급주택과 달리 미국의 공동주택 문화는 더 까다롭고 노골적인 장벽을 세우고 있다.

 

제니퍼 심은 “맨해튼 소재에 매매가 가능한 공동주택의 75%는 코업으로 매우 흔한 형태”라며 “코업의 시세는 콘도의 60~70% 선에 형성됐지만 입주민 심사를 받고 실거주해야 하는 문제 등으로 한국에서 투자하는 고객들은 대부분 콘도를 매수한다”고 말했다.

 

그는 “콘도를 매수하는 경우에도 예비 매수인이 자산의 세부항목을 밝히거나 은행으로부터 예금 또는 모기지에 대한 인증서를 제출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이처럼 매수하기 까다롭지만 자녀나 가족들이 실거주하는 주택이라면 뉴욕 콘도에 대한 매수인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재건축은 기업 몫, 분양도 부자들 대상

이처럼 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는 낡은 공동주택이 많지만 뉴욕에서 한국식 아파트 재건축은 찾아보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과거 양국의 건축 기술 및 자재 차이, 공사비 차이 등으로 인한 현상으로 보고 있다. 서양의 고층 건물 대부분은 100년 전에도 석재나 콘크리트 자재로 지어졌기 때문이다.천고가 높은 기둥식 구조에 한국과는 다른 난방방식도 건물을 오래 쓸 수 있는 요소이다. 한국 아파트는 바닥에 난방 배관을 깔고 시멘트 모르타르로 미장하는 습식 난방이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배관이 부식되거나 낡으면 아래층에 누수가 발생하고 수리에 비용이 많이 든다.

 

권대중 서강대 교수는 “40~50년 전 국내에서는 빠른 주택공급을 위해 아파트를 날림공사하는 사례가 많았고 현재 재건축 대상인 반포나 잠실 주공아파트 대부분이 그렇다”며 “일찍이 선진 건축기술이 발달한 서양처럼 안전이나 주거 편의 면에서 100년 가기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공사비가 비싸고 현장 관리나 감리가 엄격한 선진국에서 건물 리노베이션이나 재건축은 전문 개발업체의 몫이다. 공동주택 분양을 하더라도 한국 같은 선분양이나 무주택자 대상 청약제도 없이 후분양으로 시장 가격에 따라 공급한다. 따라서 이 같은 분양물량은 전체 공동주택 공급량 대비 소수이며 ‘타깃 수요층’은 고액 자산가들이다.

 

최원철 한양대 교수는 “한국도 최근 자재비는 물론 인건비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1년 만에 공사비가 30% 가까이 상승했다”며 “용도지역 제도하에서 재건축을 하면 사업성이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미국 대도시처럼 용도 제한을 없애고 용적률 규제를 푸는 대신 100년 갈 수 있는 고층 건물을 짓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테디셀러’ 뉴욕 부동산 매매, 상속·증여·달러투자가 목적

2024년 미국 내 외국인 주택구매 10위권 국가비율

뉴욕 부동산은 오랫동안 전 세계 자산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동아시아에선 1980년대까지 호황을 겪은 일본, 2000년대 이후에는 중국 고객들이 큰손이었다.

 

그런데 외국인들의 미국 부동산 투자 규모가 급격히 줄고 있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달러 가치가 상승해 외국인 입장에선 미국 주택가격의 부담이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부터 본격화한 ‘자국 우선주의’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중국자본의 투자가 빠지고 있다. NAR에 따르면 중국은 16%를 기록하며 2015년 외국인의 미국 주택 매수 비중 1위를 차지했다. 그러던 것이 2019년부터 11%로 하락하는 등 캐나다에 1위 자리를 내줬다. 2024년 국적별 주택 매수 비중에선 캐나다가 13%로 11%를 기록한 중국과 멕시코를 제쳤다.비록 10위권 내에는 없지만 한국인들도 뉴욕을 비롯한 미국 주요 지역 부동산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 예적금 금리가 워낙 낮고 국내의 높은 증여·상속세를 피할 수 있어서다. 마침 엔데믹 이후에도 재택근무로 인해 오피스 공실은 여전한 반면, 주택 수요가 늘고 있어 상업·업무용 건물을 개조한 공동주택 공급도 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뉴욕은 대학이 많은 지역이라 자녀 유학을 고려해 방 하나짜리 맨해튼 콘도를 200만 달러 정도에 매입하는 사례가 다수”라며 “뉴욕에선 이렇게 작은 집도 월세가 400만~500만원 정도였지만 국내 자산가 입장에선 매매 대금을 은행에 넣고 받는 이자보다 저렴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국에선 피상속인 기준 우리 돈으로 200억원가량은 세금 없이 상속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한국에서 인기였던 ‘꼬마빌딩’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뉴욕 비주거 시장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로 수익을 보기 어려운 구조다. 제니퍼 심은 “한국 고객이 매수한 웨스트빌리지 소재 6층짜리 믹스드 유즈(mixed-use) 빌딩 사례를 들면 임대수익률이 5%로 3% 아래인 강남 빌딩 수익률보다 훨씬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뉴욕에서 이 같은 건물 가격은 임대수익률에 철저히 연동돼 임대료 상승 없이 단기간에 가격을 올려 팔기가 어렵다. 주마다 다르지만 미국에선 통상 거래세가 낮은 반면 재산세가 높은 편이라 주의가 필요하다.

 

제니퍼 심은빌딩 투자 고수들은 보유하던 임대료가 오르면 덩달아 오른 건물 가치만큼 대출을 받아 다른 빌딩에 재투자하는 식으로 자산을 불린다 “1031 교환 방식으로 투자 부동산의 양도세 납부를 미룬 상속을 통해 세금을 내지 않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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