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가상화폐 수도로 만들겠다’는 플랜에 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가상화폐 워킹그룹을 신설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가상화폐 관련 정책을 검토할 실무그룹 신설을 지시한 것이다. 지난 20일 취임 이후 4일 만에 내놓은 가상화폐 업계 관련 첫 조치다.
가상화폐 실무그룹은 트럼프 행정부의 가상화폐 및 인공지능(AI) 총책임자인 데이비드 색스가 이끈다. 재무장관, 법무장관,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 등 관련 정부 기구 수장들이 대거 관여한다.실무그룹은 디지털 자산 관련 정책에 대해 백악관에 조언하는 역할을 하며 6개월 이내에 가상화폐 입법 관련 제안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디지털 자산 산업은 미국의 혁신과 경제 발전뿐 아니라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디지털 자산의 책임 있는 성장과 사용을 지원하는 것이 우리 행정부의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실무그룹은 크게 두 가지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상화폐 업계에 대한 규제 완화와 비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에 대한 국가 차원의 비축 방안이다.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비트코인의 전략적 비축을 공언해왔다. 지난해 7월 ‘비트코인 콘퍼런스’에 참석해 “미국이 지구의 가상화폐 수도이자 비트코인 강대국이 되도록 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비트코인을 전략적 준비자산으로 삼을 것”,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100% 비축할 것”, “현재 정부 소유의 비트코인을 단 한 개도 매도하지 않을 것” 등의 발언을 하며 가상화폐 산업 육성을 공약한 바 있다.
이 실무그룹이 본격 출범하면서 앞으로 6개월 내 이런 방안을 마련하기까지 가상화폐 가격은 크게 요동칠 수 있다. 비트코인 비축량을 어느 수준으로 할지, 비트코인 외에 다른 가상화폐도 비축 자산에 포함될지 여부는 앞으로 시장의 큰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이미 지난해 8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비트코인을 준비자산으로 삼고 5년간 약 100만 개를 매입해 20년간 보유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가상화폐 업체들을 위한 은행 서비스가 보호받도록 하고 가상화폐를 다른 나라가 아닌 미국에서 채굴해 미국에서 만들도록 하는 방안도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다만 이번 조치에 대해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블록체인 협회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틴 스미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을 “업계에 중요한 진전”이라고 말한 반면 뉴욕타임스(NYT)는 연방 기관들이 가상화폐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철회하거나, 연방 정부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구매하도록 하는 지시가 담겨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가족과 함께 가상화폐 기업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I)을 설립해 가상화폐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 17일부터는 자신과 아내 멜라니아 여사의 밈코인을 판매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