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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마코토일본 닛산자동차 사장(왼쪽)과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이 지난해 8월 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우치다 마코토일본 닛산자동차 사장(왼쪽)과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이 지난해 8월 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일본 2·3위 완성차 업체인 혼다와 닛산자동차가 경영 통합을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양사는 자동차 산업의 경쟁축이 100년 넘게 지배해온 내연기관 기술에서 전기차(EV)·인공지능(AI), 자율주행으로 급속히 이동하면서 생존을 위해 통합을 발표했다. 하지만 결국 통합 과정에서 입장 차를 확인하고 두달 만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합치지 못한 일본車 공룡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혼다와 닛산은 이날 경영 통합을 위한 기본합의서(MOU)를 철회하기로 방침을 굳혔다. 지주회사 방식으로 협의를 진행했으나 통합 비율 등 조건에서 의견이 맞지 않았다. 혼다는 닛산의 자회사화 방안을 타진했지만 닛산 내부에서 강한 반발이 일어나 협의 종료를 결정했다. 

 

양사는 통합 협의를 다시 진행할지, EV 등 특정 분야에서 협력만 지속할지를 앞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양사는 지난해 12월 경영 통합 협의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양사는 2025년 6월 최종 합의를 목표로 지주회사 설립 후 각각의 회사를 산하에 두는 방식으로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혼다는 경영 통합 협의의 조건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닛산이 재건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지를 전제로 삼았다. 닛산은 재건 계획을 세워왔지만 지역별 구조조정에 대한 반대가 거세 일정이 지연됐다. 또 지주회사 내 통합 비율을 둘러싸고 대등한 입장을 요구하는 닛산과 조율이 난항을 겪었다.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혼다가 닛산의 주식을 대거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혼다는 닛산의 회생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하고, 닛산을 자회사로 만든 뒤 혼다 주도로 경영을 재건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이다. 닛산은 지난해 11월 전 세계적으로 9000명의 인력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혼다 측은 이 조치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닛케이는 "대등한 경영 통합을 원하는 닛산 내부에서 반발이 커졌다"며 "양측의 입장 차이가 커지면서 통합 협의를 일단 중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일본 자동차업체 2, 3위인 혼다와 닛산자동차 로고.
일본 자동차업체 2, 3위인 혼다와 닛산자동차 로고.

"우리가 ?" 자존심만 확인 

 

이번 협상의 향방은 일본 자동차 산업의 재편과 글로벌 시장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양사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미국 테슬라와 중국 BYD 등과 경쟁이 심화되면서 기술 협력 강화를 추진해 왔다. 기술 격차와 저가 공세에 버티며 혁신을 도모하기 위해선 몸집을 키워야 한다는 게 혼다와 닛산의 통합 배경이었다. 양사는 통합 발표를 하면서 "배터리나 모터 같은 장치 산업은 규모가 커질수록 원가를 낮출 수 있다. 규모의 경쟁을 위해선 협력이 필수"라고 강조했지만 협상이 무산되면서 체질 개선이 요원해졌다. 

 

시장에서는 콧대 높은 일본차 브랜드가 여전히 자존심을 내려놓지 못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일본 자동차 산업은 내연기관 전성기 시절부터 독자기술에 대한 자부심, 이른바 '자사주의'가 강하기로 유명하다. 기업마다 고유의 엔진 개발 철학과 부품 생산 체계를 고수하는 관행이 오랜 세월 뿌리박혀 있어 합작회사의 장점을 살리기보다 이해관계 충돌과 내부 갈등으로 이어진 사례도 적잖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일본차끼리라도 손을 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지만 일선 현장과 기업문화는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닛산의 간부는 요미우리신문에 "양측의 주주들이 받아들일 있는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경영 통합은 사실상 무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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