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6일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다. 계엄·탄핵 사태 등에도 견고한 대외건전성으로 신용등급은 떨어지지 않았다.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심리 위축, 미국 신정부의 관세 정책 영향으로 올해 우리 경제가 1.7%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계엄·탄핵에도 AA-…정치불안 장기화 우려
6일 피치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AA-, 안정적(Stable)'으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피치는 "견고한 대외건전성, 안정적인 거시경제 성과 및 수출 부문의 역동성과 함께, 지정학적 리스크,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신용등급은 유지했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을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피치는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앞으로 수 개월간 지속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정치적 교착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에는 정책 결정의 효율성, 경제 성과, 재정건전성 등이 악화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또한 정부부채가 신용등급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피치는 "올해 정치 상황에 따라 향후 재정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고령화 지출 등으로 정부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경우 신용등급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7%로 제시했다. 기존 전망치 2.0%보다 0.3%p 낮춰잡았다.
"韓경제 신뢰 재확인"
가계부채는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봤다. 또한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 역시 정부의 선제적인 정책대응 등으로 관리가능한 수준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피치는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와 GDP 대비 23%(자체추정)에 달하는 순대외자산이 한국의 견고한 대외건전성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최근 강달러 현상 등으로 원화 약세가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강력한 정책 대응에 힘입어 자본 유출 리스크가 완화됐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한국 경제에 대한 흔들림 없는 신뢰를 재확인했다"면서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불안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대외신인도 관리에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12·3 계엄 사태 이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피치, S&P, 무디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 고위급 인사와의 면담을 각각 두 차례 실시해 한국의 정치적 상황과 정책 대응 방향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오는 11~14일 최종구 국제금융협력대사가 홍콩과 싱가포르를 방문해 피치, 무디스, S&P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한국 신용등급 담당자들을 만나 긴밀한 소통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