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그룹의 로봇 계열사 HD현대로보틱스가 프리(pre)-IPO 투자 유치를 위해 재무적투자자(FI)들과 접촉하고 있다. 7조~8조원대의 투자 전 기업가치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로보틱스는 투자 유치를 결정짓고 지난해 말부터 잠재적 원매자들로부터 의향을 묻고 있다. 주식(에쿼티) 형태로 받는 방안이 유력하며 투자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HD현대로보틱스는 지난 1984년 현대중공업에서 시작한 로봇 사업의 명맥을 잇고 있다. 1987년 처음으로 산업용 로봇을 생산했으며 이후 국내외 자동차 제조 공장에 납품해 왔다. 2021년에는 산업용 로봇의 누적 생산량이 6만대를 넘었으며, 현재 국내 로봇 시장에서 압도적인 매출액 1위를 기록하고 있다.
HD현대로보틱스의 대주주는 지분 90%를 보유한 HD현대다. 2021년 500억원을 투자한 KT가 나머지 지분 10%를 들고 있다. KT가 투자할 당시 기업가치는 5000억원이었던 것이다.
HD현대로보틱스는 이번 pre-IPO 투자에서 최소 7조원대의 기업가치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23년 연간 매출액이 1727억원으로 2021년(1892억원)보다 오히려 줄었으나, 몸값은 14배 이상 뛴 셈이다.
HD현대로보틱스가 높은 기업가치를 기대하는 근거는 비교기업 두산로보틱스다. 연 매출액이 530억원에 불과한 두산로보틱스의 시가총액이 최대 8조원(2023년 12월 주가 기준)을 기록했던 만큼, 매출이 그 3배가 넘는 HD현대로보틱스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7조~8조원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두산로보틱스 주가는 고점 대비 절반 가까이 하락한 상태임에도 시총이 4조5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 자회사가 된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비교해도 HD현대로보틱스가 기대하는 몸값이 결코 과하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2023년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연 매출액은 HD현대로보틱스의 10분의 1도 안 되는 152억5000만원이었다. 현재 시총은 7조2000억원 수준이다.
HD현대로보틱스의 이번 투자 유치에 대해 시장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로봇 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워낙 좋기 때문에 국내 운용사들은 물론 pre-IPO 투자를 많이 하는 해외 헤지펀드들도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두산로보틱스가 상장해서 주가가 올랐을 때와 지금은 시장 상황이 많이 다르다”면서 “과연 얼마나 많은 투자자가 7조~8조원대 몸값을 인정하고 투자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pre-IPO 투자를 유치하는 만큼, 시장에서는 HD현대로보틱스가 늦어도 향후 2년 내 상장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