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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 '트럼프 포비아'에 노심초사
"VEU 이어 보조금 정책 손댈 가능성"

VEU

 

미국 대선이 한국 산업계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前) 미국 대통령의 '안보 장사'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 그의 재선 가능성은 여전히 큰 상황인데요. 이에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일각선 '트럼프 포비아'라는 말도 나오고 있어요.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한국 반도체 산업이 또다시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합니다. 그가 강경한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숨통을 틔웠던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제도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이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가장 노심초사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VEU는 사전에 승인한 기업에만 지정된 품목의 수출 및 반입을 허용하는 일종의 포괄적 허가 제도입니다.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VEU’로 지정한 바 있는데요. VEU로 지정됨으로써 별도 허가 없이 미국산(첨단) 반도체 장비를 중국 공장에 도입할 수 있게 됐었죠. 사실상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무제한 유예조치였습니다.(▶관련기사:[인사이드 스토리]미국 반도체 규제…삼성·SK "급한 불은 껐지만")

 

VEU 지정 4개월만 맞닥뜨린 '트럼프 리스크'

그런데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해당 유예조치가 언제까지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확률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일부 현지 언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불똥이 튈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서기도 했는데요.

 

지난해 10월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 관계 및 중국 내 반도체 수급 문제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한국 기업들의 VEU 지정을 결정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이를 번복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최근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가 "한국 등 동맹국들도 미국과 유사하게 중국 내 첨단반도체 장비 수출을 규제해달라"는 내용의 공식 요청을 미국 정부에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중국 내 국내기업 반도체 공장
중국 내 국내기업 반도체 공장

VEU가 번복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피해는 막심합니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의 40%를, SK하이닉스는 D램의 40%와 낸드플래시의 20%를 중국에서 만들고 있는데요. 양사가 중국에 투자한 규모는 각각 30조원이 훌쩍 넘습니다.

 

하지만 중국 공장 내 첨단 장비 반입이 막히게 되면 생산라인 업그레이드와 기술 향상이 어려워지게 됩니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 주요 생산시설로 자리 잡은 중국 공장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되는 겁니다.

 

"중·러 협력 물꼬 터 실리 챙겨야"

전문가들도 이러한 시나리오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권이 바뀌면 VEU 뿐만 아니라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보조금 정책 등 전반적인 주요 정책에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됩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전문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반도체 산업을 한국과 대만이 뺏어갔다'는 표현을 언급했을 정도로 과격한 편"이라며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다시 반도체 산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한국 및 외국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압박을 택할 수 있고, VEU 번복에 이어 보조금 지급 조건 등을 변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미중정책연구소 소장)도 "현재로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이 큰데, 미국 역시 정권이 바뀌면 전임 대통령에 대한 부정을 하는 것이 통상적이어서 바이든 정부가 중시했거나 약속했던 것들을 지키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김 교수는 "최근 NATO 발언에서 알 수 있듯 트럼프는 국가 관계를 비즈니스의 관계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고 미국 중심의 자국보호주의 혹은 자국중심주의 정책을 펼 것이기 때문에 동맹국의 경제적 사정 및 동맹 자체의 이익을 위한 약속들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할 우려가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위기가 현실화 될 시점은 생각보다 빠를 수 있습니다. 올해 미국 대선이 끝난 후 내년부터 당장 공약들이 실천에 옮겨지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바이든 정부와의 관계에 올인했던 윤석열 정부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중 패권전쟁 시기엔 경제가 곧 안보인 만큼 치밀한 전략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김 교수는 "한국 외교 안보의 기본 원칙은 미국과의 동맹이지만, 동시에 중국·러시아 등과 협력할 여지를 남길 필요도 있다"며 "경제와 산업을 우선으로 하는 유연한 안보 정책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모든 강대국과의 조화와 협력을 중시하며 실리를 챙기는 '화용외교(和用外交)'를 추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교수는 이어 "지금 시기엔 어떠한 결정을 하더라도 국민과 기업들에게 부담과 비용을 안겨다 "이라며 "공감과 동의를 구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만 내부 공동체의 결속이 단단해질 있다"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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