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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현대자동차·LG·롯데 등을 시작으로 기업들이 자기주식(자사주) 소각부터 배당 확대, 실적 개선 등 다양한 주주환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다. 이 정책은 기업 스스로가 기업가치를 올릴 계획을 세우고 이를 이행토록 하는 게 핵심이다. 기업이 스스로 세운 계획을 얼마나 잘 지킬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그동안 밸류업에 적극적인 금융주와 통신주 위주로 주가가 상승했다. 비관론이 커지면서 추풍낙엽처럼 하락하던 국내 증시가 기업의 밸류업 정책 참여로 모처럼 반등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재계, 너도나도 밸류업

① 삼성전자 ‘10조 자사주 카드’

 

엄밀히 말해 밸류업 정책을 위한 계획을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삼성전자는 향후 1년 동안 10조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한다.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 행렬에도 ‘4만 전자’까지 찍자 강수를 둔 것이다. 삼성전자가 10조원에 가까운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것은 2017년 1월 이후 7년여 만이다.이 중 3조원은 11월 18일부터 내년 2월 17일까지 3개월 내 장내 매수 방식으로 사들여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보통주 5014만4628주, 우선주 691만2036주다. 나머지 7조원의 매입 시기 및 활용 방안 등에 대해서는 추가로 이사회를 열고 결정하기로 했다. 7조원어치 자사주의 전체 또는 일부에 대한 추가적인 소각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의미다.

 

자사주 매입은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이다. 통상적으로 기업은 주식을 발행해 주주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자사주 매입은 주식을 팔았던 기업이 이를 되사는 경우를 뜻한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의 수가 줄고 주당순이익이 높아져 주가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다.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오름세로 전환하며 5만3000~5만8000원 선을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11월 15~27일).② SK하이닉스 “주당 배당금 25% 올린다”

 

SK그룹 지주사 SK(주)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10월 28일 공시했다. 경영실적과 상관없이 최소 주당 5000원의 배당금을 매년 지급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연간 약 2800억원 규모다. 금융권을 제외한 지주회사 중에서는 SK(주)가 처음으로 공시에 참여했다. 

 

SK(주)는 시가총액 1∼2%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거나 추가 배당하기로도 했다. 연초부터 진행 중인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산매각 이익, 특별배당 수입 등을 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1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도 밝혔다. ROE는 기업이 투입한 자본 대비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SK그룹 계열사 중 현재까지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SK, SK텔레콤, SK스퀘어 등 세 곳이다. 

 

올해 고대역폭메모리(HBM) 호황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SK하이닉스도 밸류업 정책에 동참했다. 넉넉해진 주머니 사정에 과거보다 한층 더 강화한 주주환원책을 내놓았다. 고정 배당금을 주당 1200원에서 1500원으로 25% 올리겠다고 밝힌 것. 연간 현금 배당액은 1조원 규모로 확대된다. 이 배당 정책은 내년부터 2027년까지 3년간 적용한다. 재원은 3년간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의 50%다.연간 투자 규모를 매출액 대비 평균 30%대 중반 수준으로 구체화한 ‘설비투자 원칙’ 등 추가 밸류업 계획도 내놨다.

 

③ 현대차 자사주 1조 매입현대차는 앞으로 3개월간(2025년 2월 말까지) 자사주 466만5868주를 1조원에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 390만6545주(8731억1281만원)와 배당을 우선 받는 우선주 등 기타주 75만8323주(1268억8723만원)를 장내매수 방식으로 취득한다. 총 발행 주식의 1.7%다. 매입한 자사주 가운데 7000억원 규모는 소각할 전망이다. 나머지 3000억원 규모는 임직원 보상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같은 결정은 지난 8월 열린 ‘CEO(최고경영자) 인베스터 데이’에서 밝힌 3년간 4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의 일환이다. 

 

현대차는 11월 27일 기준 보통 주식의 1.7%인 350만6065주, 기타 주식의 4.8%인 296만2756주를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다.

 

ROE는 2025~2027년 11~12%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일본 도요타그룹 ROE(10%)와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수준이다. 계열사들의 밸류업 시도도 잇따르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밸류업 계획을 공시하고 총주주환원율을 기업가치 제고 핵심 지표로 삼기로 했다. 총주주환원율은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감안해 주주들이 일정 기간 얻을 수 있는 총 환원율을 의미한다. 실질적 투자 성과 지표로 활용된다.

 

현대모비스도 총주주환원율을 현재 20% 수준에서 향후 3년간 30% 이상으로 확대한다. 이를 위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3년에 걸쳐 소각한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④ 7개 상장사 동시에 밸류업 발표한 LG그룹11월 22일 LG그룹 내 7개 상장사들이 대규모의 주주환원책을 동시에 쏟아냈다. 자사주 소각부터 배당 확대, 실적 개선, 중간 배당 정책 도입 등의 내용을 담았다. 국내 주요 대기업이 전 계열사들과 밸류업 계획을 함께 발표한 이례적인 사례다. 

 

LG그룹 지주사 (주)LG는 5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2026년까지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소각 계획인 자사주는 보통주 605만9161주다. 또 기존에 분할 단주로 취득한 자사주(보통주 4만9828주, 우선주 1만421주)도 2025년 정기주주총회 승인을 전제로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LG생활건강도 자사주 3014억원어치를 2027년까지 전부 소각하기로 했다.

 

배당성향도 대폭 끌어올린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 총액을 뜻한다. (주)LG는 내년부터 배당성향을 기존 50%에서 60%(별도 재무제표 기준)로 올리기로 했다. 

 

LG생활건강 25%→30%(2025년), LG이노텍 10%→15%(2027년)→20%(2030년) 등도 배당 정책을 확대한다. LG화학은 배당성향을 20%→30%로 올리기로 했으나 정확한 시점은 검토 중이다. 

 

(주)LG와 LG생활건강은 내년부터 1회 실시하던 현금 배당도 중간 배당을 통해 연 2회 지급해 배당의 연속성을 높이기로 했다. LG전자는 반기 배당은 지속하고 추가로 분기 배당에 대해 검토 중이다.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는 ROE를 10% 이상으로 높일 방침이다. 지난해 세 회사의 ROE는 차례대로 3.7%, 4.2%, 7.5%였다. LG이노텍은 지난해 12%이던 ROE를 2030년 15%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⑤ ‘위기설’ 롯데도 밸류업 동참

 

롯데지주가 2026년까지 3개년에 걸쳐 주주환원율을 35%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주주환원정책을 내놨다. 

 

롯데웰푸드는 2028년 해외 매출 비중을 35% 이상으로, 2028년 ROE는 8∼10%를 목표로 한다. 롯데칠성음료는 2028년 매출액 5조5000억원과 ROE 10∼15%, 부채비율 100% 이하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롯데쇼핑은 2030년 매출 20조원(해외 3조원), 영업이익 1조3000억원, 최소 주당배당금 3500원을 제시했다.

 

롯데지알에스는 롯데리아·크리스피크림 브랜드 수익성 강화와 엔제리너스 턴어라운드(실적 개선) 신규 브랜드 출시 목표를 세웠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우량점 출점과 저수익 점포 효율화 등을 통한 흑자전환 목표를 정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송도 바이오캠퍼스 1공장의 성공적 구축이 최우선 목표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밸류업 계획 현황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밸류업 계획 현황

 

주가 UP’ 금융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밸류업 정책은 주주환원 의지가 높은 저평가주를 발굴하고 지원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가치 저평가)를 해소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핵심 전략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 및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 등이다. 정부는 지난 9월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100개 기업을 발표했다.현재 주요 금융지주 중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이 밸류업 지수에 포함됐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첫 밸류업 지수 발표 때는 빠졌다. 다만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과 주주환원율 50% 달성 등 정책을 내놓아 추가 편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꼽히는 금융주는 밸류업 정책에 힘입어 올해 주가가 크게 뛰었다. KB금융은 주가가 연초 대비 75% 이상 오르며 코스피 시총 순위 10위권에 진입했다.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은 40% 이상 상승했다. 전직 회장의 친인척 불법대출 사태 등 잇따른 악재를 겪은 우리금융도 30% 가까이 올랐다.

 

AI 앞세운 통신 3

통신 3사도 밸류업 지수 편입을 노리고 있다. 통신 3사는 첫 지수 발표 때 ROE가 낮아 제외됐다. ROE를 높이기 위해선 수익성 개선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3사는 미래 먹거리로 인공지능(AI)을 낙점하고 탈통신 전략을 가동해왔다. 지난 3분기 이들의 실적에서 AI 관련 매출 성장이 나타나면서 지수 편입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지고 있다. 

 

ROE 목표치도 밝혔다. SK텔레콤은 2026년까지 10% 이상, KT는 2028년까지 9~10% 수준, LG유플러스는 구체적인 시점을 밝히진 않았으나 8~10%를 제시했다.

 

SK텔레콤은 연결 기준 조정 당기순이익 50%의 주주환원율, LG유플러스는 최대 60% 수준의 주주환원율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KT도 2028년까지 1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을 추진한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나란히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11월 27일 기준).

 

◆리밸런싱·2000 긴급 투입

한국거래소는 12월 20일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구성 종목을 추가로 편입한다. 기존 종목의 편출은 없어 밸류업 지수의 구성 종목은 내년 6월 정기변경 때까지 한시적으로 ‘100+알파’로 늘어날 전망이다. 신규 편입 심사 대상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 발표 이후 12월 6일까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이행한 기업이다. 현재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따르는 ETF가 출시됐다. 한국거래소와 증권, 공기업, 유관기관 등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2000억 규모 펀드를 투입한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밸류업 펀드 조성 계획 발표 후 1.35% 상승했다(11월 18일). 금융당국은 3000억원 규모의 2차 펀드 조성도 준비하고 있다. 

 

이상헌 iM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자의 이해 편의 및 비교 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기업 개요-현황 진단-목표 설정-계획 수립-이행 평가-소통 등 6개의 항목을 작성해 공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이사회의 보고, 심의 또는 의결을 거치는 것이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이사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한국 기업의) 신뢰도를 높인다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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