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의 2%는 사라"...美 운용사들 '매수권고' 받는 비트코인
전세계 최대 운용사 블랙록 "비트코인 할당 합리적"
출시 1년 안 된 비트코인 현물 ETF들에 자금 대거 유입
美서 '디지털 금' 인식 확산..."세계 최강국서 인정"
운용자산 수천조원의 자산운용사들이 비트코인을 투자 대상에 포함하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14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보고서에서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최대 2%를 비트코인에 할당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블랙록은 "위험을 수용할 수 있는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크고 대규모 매도세에 취약한 측면이 있어 일부 주의가 필요하며, 미국 증권시장에서의 기술주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관 투자자들도 비트코인을 채택하고 있으며, 주식과의 상관관계와 변동성 측면을 정기적으로 검토하면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블랙록이 지난 1월 출시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쉐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는 13일 정오 기준 538억 달러(약 77조원) 상당 자산을 운용 중이다. 현재 IBIT가 보유 중인 비트코인 개수는 약 53만개에 달한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상품으로, 개인이나 기관이 규제 준수 플랫폼인 증권시장을 통해 비트코인을 매수할 수 있다. 운용 자산 수백조원 이상의 자산운용사 10곳가량이 비트코인 가격과 연동되는 상품을 출시했고, 개인이나 기관이 상품을 매수하면 각 자산운용사들은 그만큼의 비트코인을 매수해야 한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증권 시장 규제를 충족하는 만큼, 출시 당시 비트코인 투자를 늘리려는 기관 투자자들의 유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됐다.
최근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거래되면서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매일 수천억원~수조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블랙록 IBIT는 최근 블랙록이 수년째 운용 중인 금 기반 ETF의 운용자산을 뛰어넘기도 했다. 출시 1년이 되지 않은 상품에 이같은 자금이 몰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현재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들이 보유 중인 물량은 약 110만개(약 158조원)다. 출시 1년도 안 된 상품의 보유자들이 전체 비트코인 발행량의 상당 부분을 갖고 있게 된 셈이다.
또 다른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사인 비트와이즈도 블랙록과 유사한 분석을 최근 제시했다. 비트와이즈 리서치 애널리스트 라이언 라스무센은 "2025년 비트코인 ETF에 올해보다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한다. 비트코인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3%를 할당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들이 투자대상으로서 비트코인을 언급한 것은 미국 투자업계에 유행하는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라는 내러티브(인식) 때문으로 예상된다. 금은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을 헤지(회피)할 수 있는 자산으로 인식돼왔다. 국가 임의대로 발행량을 조절할 수 있는 법정화폐의 경우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지만, 금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양이 제한돼있고 경제 위기 시에도 가치가 안정적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비트코인도 금과 마찬가지로 총 발행량이 제한돼 있고 일정 주기마다 채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든다.
또 최근 미국 정부 차원에서도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라는 언급이 나온 바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지난 5일 뉴욕타임스가 주최한 한 행사에서 "비트코인이 달러에 대한 믿음 부족 때문에 상승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비트코인은 금과 같은 투기자산으로, 디지털 금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도 최근 한 보고서에서 "가상자산은 작은 규모에서 시작했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현재 시가총액은 전통 금융 자산 및 실물 자산(부동산)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투기적 관심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성장을 이어왔으며, 탈중앙화 금융 생태계 내에서 '디지털 금'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경필 쟁글 리서치센터장은 "달러 가치와 비교했을 때 비트코인의 가치는 계속 높아질 것이다. 시점은 알 수 없지만 5억원, 10억원을 넘어서는 것은 정해진 미래라고 생각한다"며 "세계 최강국인 미국 대통령이 비트코인을 팔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세계 경제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연준 의장인 파월이 비트코인은 금의 경쟁자라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산운용사들이 비트코인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도록 권고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비트코인이 주요 자산 클래스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기관들의 비트코인 투자를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