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주 투자 기회” 주장도
국내 증시에 상장한 종목 가운데 절반 이상이 주가순자산비율(PBR·시가총액 ÷ 순자산) 1배를 밑도는 저PBR주인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의 실적 부진에 12·3 계엄 사태 이후 정치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연초보다 저PBR주가 더 늘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시장 종목 2450개(스팩·우선주 제외) 가운데 전날 기준 PBR이 1배 미만인 종목이 55.6%(1363개)였다. 올해 1월 2일 기준 2376개 종목 중 저PBR주가 44.3%(1052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더 늘었다. PBR 1배 미만이면 회사가 보유한 자산을 모두 팔고 사업을 접을 때보다도 현재 주식 가치가 싸다는 의미다.
정부가 연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띄우며 기업가치 재평가에 속도를 냈지만,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국내 상장사의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과정에서 증시 부진만 길어지고 있다. 12·3 계엄 사태라는 돌발 변수까지 나오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증시 이탈도 멈추지 않고 있다.
올해 하반기 들어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매달 내림세다. 전날까지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의 연중 하락률은 각각 8.5%, 22%로 전 세계 주요국 주가지수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다만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꾸준히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앞서 일본도 10년 넘게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정책을 펼쳐 왔다.
단기 과제로는 더 많은 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밝히고 이행하는 것이 꼽힌다. 현재 87개 상장사만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상장사들은 공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예고했던 세제 혜택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저PBR종목이 늘어난 상황을 투자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독립리서치 플루토리서치에 따르면 PBR 0.3배 미만이면서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인 기업은 30곳이다. 롯데쇼핑, 이마트, 현대백화점 등 모두 내수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종목들이다.
이상민 플루토리서치 대표는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PBR 0.3배 미만인 기업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당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할 만큼 여야를 떠나 문제의식이 있는 상황“이라며 ”소비자심리지수가 곤두박질치면서 내수부양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어 저PBR 내수주를 투자대상으로 고려해 볼만 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