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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노력 구매하는 '레이지 이코노미'
중국에서도 '란런경제' 트렌드

젊은층 사이에서 '레이지 이코노미'(lazy economy·게으른 경제) 현상이 대두되고 있다. 이는 시간과 노력을 돈으로 사는 소비 행태를 뜻한다. 배달 서비스를 비롯해 청소나 세탁 등 가사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또 명품 매장이나 맛집, 콘서트 입장을 위해 줄을 대신 서는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것 역시 레이지 이코노미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과거 합리적 소비는 '저렴한 가격'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오늘날 소비자들은 단순히 가격보다는 '시간 및 노력 절약'에 더 높은 가치를 두고 있는 셈이다.

"시간은 곧 돈"…내 시간 절약해주는 대행 서비스 인기


최근 청소·세탁 등 가사노동 시간을 줄이고 싶어하는 젊은층의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 생활 커뮤니티 '당근'에선 "분리수거와 쓰레기 배출 같은 집 청소해 주실 분 구한다","24평형 빌라 대청소 도와주실 분 구한다", "냉장고, 부엌, 화장실 청소만 해주실 분" 등의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에 가사 대행 서비스 플랫폼 매출 또한 느는 추세다. 비대면 모바일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의 매출액은 ▲2019년 16억원 ▲2020년 70억원 ▲2021년 153억원 ▲2022년 370억원 ▲2023년 492억원으로 최근 5년간 30배 이상 성장했다. '런드리고'는 세탁물을 내놓으면 수거 후 세탁해 다음 날 방문 앞으로 다시 배송해주는 대표적인 가사 대행 서비스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워라밸을 중시하는 2030세대와 1인 가구의 증가가 꼽힌다. 보통 1인 가구는 일과 주거를 혼자 해결해야 하므로, 일과 가사의 경계가 모호하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젊은층은 편리함과 시간 절약을 위해 가사 대행 서비스에 대한 소비를 주저하지 않는 셈이다. 실제로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23년 7월 발표한 '시간 절약 서비스'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2.4%는 현대 사회에서 '시간'을 가장 큰 자원으로 여기고 있었다. '시간이 곧 돈'이라는 인식을 가진 응답자도 77.7%에 달했다.

日도 中도 낯설지 않은 '가사 대행 서비스'…성장세 유지할 듯


다른 나라 역시 국내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일본도 가사 대행에 대한 수요가 높은 편이다. 일본 내무성이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육아를 위해 가사 대행 등 외부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지를 묻는 질문에 '이용하고 싶다'는 응답자가 74.1%로, 2019년 지난 조사보다 40.6%포인트 상승했다.

또 중국에선 레이지 이코노미와 유사한 개념으로 '란런경제'(懶人經濟)가 있다. '란런'은 '게으른 사람'을 의미하는 중국어 표현이다. 즉, '란런경제'란 가사, 요리, 청소 같은 귀찮게 여겨지는 일에 들어가는 시간을 최소로 줄여 본인이 원하는 일에 시간을 쓰려는 것을 뜻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종 궂은일을 다 대행해주는 '란런방(懶人坊·게으름뱅이 마을)'이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음력 설)을 앞두고 가사 대행 서비스의 수요는 더욱 늘고 있다. 일본 뉴스 서비스 업체 AFPBB는 이달 "중국의 많은 가정에서 춘절을 앞두고 대청소를 하고 있다"며 "이에 가사 대행 서비스 업체에는 관련 요구가 쇄도하고 있으며 업무량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미디어 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의 가사 대행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15년 2776억 위안(약 55조원)에서 2022년에는 1조890억 위안(약 215조원)으로 3배 가까이 확대됐다. 시장 규모는 향후에도 성장세를 유지해 2027년 1조3000억 위안(약 257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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