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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고를 쳤다. 트럼프와 아내 멜라니아가 각자 솔라나 기반 밈코인을 발행한 것이다. 한국 시간 1월 22일 오후 2시 50분 기준 트럼프($TRUMP) 코인과 멜라니아($MELANIA) 코인의 총 공급량 시가총액은 각각 424억 달러(61조원), 40억 달러(약 5조7000억원)에 이른다. 시총 기준 주요 코인 반열에 올랐다.

 

특히 트럼프 코인은 출시된 지 24시간이 채 되지 않아 총 공급량 시가 총액 800억 달러(115조원)를 기록하며 시총 최대 밈코인 도지 코인을 능가했다.

 

트럼프 코인, 어떻게 ‘떡상’ 했을까?

2025년 1월 18일 워싱턴에서 크립토 볼(Crypto Ball)이라는 행사가 열렸다. 유력 정치인, 관료, 기업가, 인플루언서 등이 참석한 행사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데이비드 삭스 AI&Crypto 수장,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레티지 회장, 윙클보스 형제 제미니 CEO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티가 한창이던 때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 계정(X, 트루스소셜)에 게시물이 올라왔다. “나의 새로운 공식 트럼프 밈이 여기 있습니다! 우리가 지지하는 모든 것을 축하할 시간입니다: 승리! 특별한 트럼프 커뮤니티에 지금 참여하세요. 지금 $TRUMP를 확보하세요.”코인 커뮤니티는 이것이 진짜인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 계정이 해킹당한 것인지 반신반의했다.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에릭 트럼프가 X에 게시물을 남기자 상황이 반전됐다.

 

“우리가 암호화폐 분야에서 계속 이루어가는 성과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TRUMP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디지털 밈이며 저는 월드리버티 파이낸스(트럼프 일가의 코인 프로젝트) DeFi/CeFi를 혁신하고 금융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우리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입니다!”트럼프가 해당 게시물을 리트윗하자 사람들은 이것이 진짜 트럼프 코인이라 믿기 시작했고 가격이 더욱 폭등했다.

 

바이낸스, 코인베이스와 같은 주요 거래소들도 트럼프 코인을 상장하기 시작하며 트럼프 코인의 반등폭은 더욱 커졌다. n십억, n백억 일확천금으로 큰돈을 번 수익 인증샷이 빠르게 번졌다. 

 

1월 20일 오전 트럼프의 아내 멜라니아까지 $MELANIA라는 밈코인을 발행했다. 트럼프가 해당 게시물을 리트윗하자 사람들은 이것이 진짜임을 인식하고 투기에 열을 올렸다. 

 

멜리니아 코인 가격은 폭등해 단숨에 주요 밈코인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제 슬슬 걱정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것이 이번 사이클 꼭지 신호는 아닐지, 아무리 트럼프 대통령이어도 이건 선을 넘은 것이 아닐지.첫 번째 시도는 신선했는데 두 번째 밈코인은 슬슬 우려된다는 의견이 커뮤니티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멜라니아 코인이 발행된 이후 코인 가격은 전반적으로 폭락하고 있다.

 

시장에 20%만 풀려…나머지 80%는 초기 발행자에 배분

멜라니아는 ‘락업’ 기간을 단 1개월로 설정한멜라니아 코인을 발행했다.
멜라니아는 ‘락업’ 기간을 단 1개월로 설정한멜라니아 코인을 발행했다.

유틸리티를 가진 토큰이 네트워크 검증자에 대한 보상이나 거버넌스, 수익 배분 등의 기능이 있는 반면 밈코인에는 아무런 유틸리티가 없다. 따라서 밈코인은 일반적으로 발행과 동시에 공급량이 전부 풀리고 자유시장에서 가격을 결정짓는 메커니즘이 특징이다. 또한 발행자를 비롯한 인사이더들이 보유한 물량이 적을수록 건전한(?) 밈코인으로 취급받는다. 왜냐하면 인사이더들이 발행한 밈 코인의 상당수를 보유한 채 가격을 통제하며 언제든지 자신들의 물량을 덤핑할 수 있는 구조를 반길 리테일은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코인의 경우에는 전체 10억 개 발행량 중 20%만 시장에 풀렸고 나머지 80%는 인사이더들에게 배분된 물량이 36개월에 걸쳐 시장에 풀리는 구조이다. 인사이더란 밈코인 초기 발행자, 초기 투자자, 초기 유동성 공급자 등을 지칭한다. 인사이더들의 경우 주체에 따라 3개월에서 12개월 동안 락업되고 24개월에 걸쳐 물량이 풀린다. 여타 밈코인과는 달리 인사이더에게 배정된 물량이 너무 높고 대놓고 “한탕 해먹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구조이다.

 

멜라니아 코인은 더욱 착취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전체 발행량 중에서 35%는 팀 락업(프로젝트에 참여한 팀원들이 보유한 코인을 일정 기간 팔지 못하게 묶어두는 것), 20%는 트레저리, 15%는 공공분배, 10%는 유동성, 20%는 커뮤니티에 배정된 것을 보면 인사이더들에게 배정된 물량은 55%로 추산할 수 있다.하지만 락업 기간이 문제이다. 락업 기간은 단 1개월뿐이며 이후 12개월 동안 나머지 인사이더 물량이 시장에 전부 풀리는 구조이다. 약 1년 남짓한 락업 기간은 이례적으로 짧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인사이더들에 의해 배정된 물량이 적고 락업 기간이 길수록 건전한 토크노믹스로 취급받는다. 그래야 인사이더들에 의해 단기적으로 덤핑되는 물량이 최소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코인과 멜라니아 코인 모두 인사이더들에게 배정된 물량이 많고 락업 기간 또한 짧은 편이다.

 

만약 트럼프가 정말로 밈코인 논란에서 자유롭고 싶었다면 인사이더들 물량을 아예 없애거나 최소화하고 보다 건전한 토크노믹스 구조를 갖췄어야 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지금 구조는 무책임하게 토큰을 발행한 뒤 펌프 앤 덤프를 하고 대놓고 리테일에게 토큰을 덤핑해 가치를 추출하려는 것밖에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는 왜 밈코인을 발행했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친코인 기조라는 것은 세계가 모두 알고 있다. 미국 코인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상당한 로비자금을 받고 내각 인사들도 친코인 사람들로 구성한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왜 굳이 이런 논란을 감수하며 그는 밈코인을 발행했을까. 

 

한 가지 추측해볼 수 있는 것은 포퓰리즘이다. 모든 대통령은 임기 내 주식시장이 올라서 국민의 자산이 증가하고 인기를 얻는 것을 희망한다.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렵다. 금리, 인플레이션, 기업 실적, 투자 센티멘트 등 통제하지 못하는 변수가 많고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반면 코인은 아직 시장 규모가 작고 표준화된 밸류에이션 및 실적과 같은 펀더멘털이 없으며 전적으로 수급과 센티멘트에 움직인다.

 

따라서 트럼프 같은 빅 마우스가 영향을 미치기 너무 쉬운 시장이다. 트럼프 본인도 이 점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인기를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코인 시장에 우호적인 포퓰리즘성 언행을 지속할 유인이 있다. 특히 밈코인의 경우 리테일이 일확천금하고 바이럴되기 알맞은 소재이기에 (비록 확률은 지극히 낮지만) SNS 소통에 능한 트럼프 입장에서는 훌륭한 선동 도구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가족 사업이다. 트럼프 일가는 월드리버티라는 사업체를 통해 금융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월드리버티 홈페이지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우리는 전통 금융기관의 지배를 해체하고 권력을 마땅히 있어야 할 곳인 여러분의 손에 돌려줌으로써 금융 혁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월드리버티는 토큰 판매를 통한 자금 조달을 하고 있는데 실제로 트럼프 밈코인 발행 이후 월드리버티에 대한 관심과 펀딩 규모가 증가하는 추세다. 트럼프 일가는 단순히 밈코인을 발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향후 월드리버티를 중심으로 코인 금융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ICO를 하거나 밈코인을 발행하는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대통령과 영부인이 밈코인을 발행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이것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를 판단하기에 앞서 하나의 현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단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코인을 발행하는 사례는 점점 많아질 것 같다. 이것을 본인이 영리적인 목적으로 활용하거나 진성 팬들에게 보상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지 않을까 싶다. 

 

또한 이번 트럼프 밈코인 사건을 계기로 ‘코인판=카지노’라는 대중적 인식은 더욱 강해질 것 같다. 코인 투기가 대중화되고 소셜미디어에 이를 인증하고 트레이딩하는 현상이 더욱 보편화될 것 같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비트코인을 제외한 알트코인의 전체시장(TAM, Total Addressable Market)이 제한돼 나스닥처럼 추세 성장하기보다는 코스닥처럼 급등·급락 순환매 위주로 시장이 돌아갈 것 같다. 

 

오늘날 밈코인 현상을 바라보며 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는 무슨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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