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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마 USA 미국 2공장 조감도.
콜마 USA 미국 2공장 조감도.

 

한국의 선크림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8억 달러, 원화로 1조원이 조금 넘었습니다. 미국, 중국 다음 가는 세계 3위에 이름을 올렸어요.

 

전 세계 인구 1등인 인도나 이웃 국가인 일본보다도 선크림이 많이 팔렸습니다. 그만큼 한국인이 선크림을 많이 사서 쓴다는 얘기죠. 이게 얼마나 많은 것이냐 하면요. 1인당 연간 구매액이 9만5000원인데 세계 평균이 1841원입니다. 평균의 50배가 넘어 이 분야 세계 1등입니다.

 

한국에선 피부 노화의 주범이 햇빛이란 인식이 커서 여자든 남자든 밖에 나갈 때 선크림을 바르는 게 일상화됐는데요. 외국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한국인이 너무 많이 바르는 것인지, 외국인이 너무 덜 바르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하는데요. 어쨌든 한국인이 선크림에 있어서만큼은 진심인 듯하네요.그래서인지 한국은 선크림도 잘 만듭니다. 해외에서도 인기가 좋죠. 미국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에선 한국 선크림이 판매 1위를 휩쓸고 있을 정도입니다. 조선미녀, 스킨천사 같은 제품인데요. 한국인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미국에선 꽤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당연히 제품이 좋아서 그렇고요.

 

그런데 여기서 또 놀라운 부분이 있는데, 이러한 한국의 선크림을 거의 한 회사가 대부분 만들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콜마란 회사입니다. 남의 화장품을 대신 만들어주는 화장품 ODM 업계에서 코스맥스와 함께 양대 산맥인 회사죠. 특히 선크림 분야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 선크림 시장점유율이 70~80%에 달할 정도입니다. 한국콜마는 어떻게 선크림의 제왕이 됐을까요.

세계 선케어 시장 규모
세계 선케어 시장 규모

◆선크림 허위표기 논란이 기회로

한국콜마는 윤동한 회장이 1990년에 세운 한국 최초의 화장품 ODM 회사입니다. 윤 회장은 대웅제약을 다니다가 화장품 제조 분야에서 빠르게 외주화가 진행될 것이란 판단을 하고 사업체를 꾸렸어요. 하지만 돈도 기술도 없는 상황에서 화장품 제조를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손을 잡은 게 일본 콜마였어요.

원래 윤 회장은 미국 콜마에서 화장품 제조 기술을 가져오려고 했습니다. 콜마란 이름은 1921년 미국 위스콘신 밀워키에 세워진 콜마 연구소에서 시작됐고 일본 콜마는 미국 콜마의 일본 라이선스 사업을 하고 있는 곳이었어요. 하지만 미국 콜마가 윤 회장의 사업 제안을 거절했고 윤 회장은 곧바로 일본으로 날아가 일본 콜마에 같은 제안을 했어요. 그리고 이 제안을 일본 콜마가 받아들입니다. 기술과 돈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었어요. 그래서 회사 이름이 한국콜마가 됩니다. 

 

일본 콜마는 한국콜마 설립 초기에는 기술 교류를 많이 했지만 지금은 단순 주주로만 남아 있습니다. 현재 일본 콜마는 한국콜마 지분 11.7%를 보유한 2대주주입니다. 또 한국콜마의 모기업인 콜마홀딩스 지분 7.2%도 보유하고 있죠. 참고로 콜마란 이름은 2022년에 콜마홀딩스가 상표권을 사들여서 한국콜마가 온전히 사용하고 있고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한국콜마가 전부 쓰고 있어요.

현재 한국콜마는 화장품 제조뿐 아니라 화장품 용기 제조, 제약 사업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용기 제조는 한국콜마의 자회사인 연우란 회사가, 제약 사업은 HK이노엔이란 회사가 하고 있고요. 전체 매출 비중은 작년 상반기 기준 화장품 ODM이 54%, 용기가 11%, 제약이 35%가량 됩니다. 여기서 화장품 ODM 사업만 따로 떼어서 다시 보면 한국을 비롯해서 중국, 미국, 캐나다에서 생산을 하고 있는데 당연히 한국이 주력입니다. 매출 기준 80%, 이익 기준 97%를 한국 본사에서 창출하고 있어요. 한국 본사의 매출에서 선크림 비중은 약 30%입니다. 나머지 70% 가운데 50%는 스킨케어, 20%는 메이크업이고요. 주요 고객사는 중소형 인디 화장품 브랜드 회사들입니다. 조선미녀, 스킨천사도 그중 하나고요.한국콜마가 지금처럼 선크림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갖게 된 건 2020년 말의 한 사건에서 비롯됐습니다. 자외선 차단 지수인 SPF 허위 표기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었어요. 한 유튜브 방송에서 선크림 20개의 SPF 검사 영상을 올렸는데 5개 브랜드 제품에서 문제가 발생한 겁니다. SPF 50 이상으로 표기해놓고 실제론 30 미만으로 확인됐어요.

 

SPF란 피부 표피층에 침투해서 홍반, 일광화상 등을 일으키는 자외선 B를 얼마나 차단해 주는지 나타낸 것인데요. SPF 15는 피부에 침투하는 자외선 B의 양이 15분의 1로 줄어든다는 의미입니다. SPF 50이면 50분의 1이 되고요. 허위 표기 논란이 불거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까지 나서서 검증을 했는데 실제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죠.

 

여기서 알아야 할 게 선크림 브랜드는 엄청 많아도 만들어주는 곳은 몇 곳 안 된다는 점인데요. 선크림뿐 아니라 화장품 대부분이 그렇죠. 그런데 한국콜마가 만들어준 브랜드 제품은 SPF 허위 표기가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어요. 선크림 브랜드 회사 입장에선 한국콜마와 우선적으로 거래를 해야 할 이유가 생긴 겁니다. 기존 제조사와 관계를 끊고 한국콜마로 달려가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폭증합니다. 2021년 36% 수준이었던 선크림 한국 시장 점유율이 2022년 59%, 2023년 70%, 지난해 80%로 계속 올라간 이유였어요.

 

◆미국에 선크림 전용 공장 설립

일감이 얼마나 많았는지 한국콜마의 한국 본사 공장 가동률이 100%를 넘어 110%까지 치솟습니다. 경쟁사인 코스맥스나 씨앤씨, 코스메카의 공장 가동률이 30~70%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일감이 한국콜마로 몰린 것이죠. 사실 가동률이 100%를 넘는다는 건 비정상적인 것이죠. 사람도 하루 8시간 일하다가 12시간씩 일 하면 효율이 확 떨어지잖아요. 한국콜마 공장 근로자가 야근, 특근을 해도 물량을 다 처리 못 한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콜마 주가도 선크림 주문에 반응했어요.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주가 평균을 내보면 2분기에 확 치솟고, 3분기부터 내리막을 걷기 시작해서 4분기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패턴이 반복됐어요. 투자자 입장에선 11월쯤 주식을 사서 들고 있다가 이듬해 6월쯤 팔면 된다는 인식이 생겼죠.한국콜마는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증시에서 부정적인 인식도 불식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미국에 선크림 공장을 짓기로 한 겁니다. 사실 한국콜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2016년 인수한 공장이 이미 있어요. 또 인근 캐나다에도 공장이 있고요. 하지만 기존 미국공장은 주로 색조를 하고 있고 캐나다 공장은 기초화장품 위주로 만들고 있죠. 그래서 선크림 전용 라인으로 하나 더 세우는 겁니다. 사실 이 결정이 쉽진 않았아요. 미국 공장 가동률은 50%를 밑돌고 캐나다 공장은 이보다 더 안 좋거든요. 하지만 선크림 주문이 워낙 많고 이게 또 미국이나 북미에서 많이 판매되고 있어서 미국 전용 라인을 세우기로 한 거죠.

 

미국 선크림 공장이 본격적으로 돌아가면 납품해야 할 물건의 생산 시간이 단축되어 추가 주문이 들어올 수 있어요. 물건 빨리 받고 싶어하는 브랜드 입장에선 주문을 더 낼 수 있는 것이죠. 또 한국 본사 공장을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어 고객사를 늘리는 데도 좋아요.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여기에 대응하기도 좋죠. 미국에서 선크림 많이 파는 브랜드 입장에선 한국콜마의 미국 공장을 활용하면 추가 관세를 물지 않거든요. 한국콜마가 선크림을 잘 만든다고 해도 이게 다 팔릴 것인가 하는 의문도 있는데요. 우선은 긍정적입니다.

 

지금 한국 선크림을 가장 많이 주는 곳은 한국이 아닌 미국이죠. 조선미녀의맑은쌀 선크림 아마존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거의 매년 1위를 하고 있어요. 스킨천사의히알루시카 워터핏 선세럼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니스프리, 네오젠 같은 브랜드도 인기가 많고요. 한국 선크림은 자외선 차단 기능뿐만 아니라 수분 공급, 미백, 보습 같은 기능성 화장품 역할까지 해요. 여성분들은 화장을 덧바르기 좋게 만들었고요. 자외선 차단 기능은 강력하면서도 피부가 하얗게 되는 백탁현상도 적어요. 여기에 가격까지 저렴하고요. 그래서 기존에 선크림을 바르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사게 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시장 규모를 점점 키우는 것이죠. 실제로 세계 선크림 시장 규모는 2020 77 달러에서 4 만인 지난해 115 달러로 50% 성장했어요. 기간 코로나 사태가 있었지만 이걸 감안해도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은 확실한 같아요. 한국콜마가 미국에서 생산한 선크림이 얼마나 많이 팔릴지 벌써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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