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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매체, TSMC·인텔 파운드리 합작설 보도 
인텔 파운드리로 기술 유출 우려 
"대만이 다 뺏어가" 압박 수위 높이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 정부가 TSMC에 인텔과의 반도체 합작법인 설립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만 디지타임스 등 현지 매체는 미국 정부가 지난 12일(현지시간) 대만 TSMC 경영진과 회동에서 미국 내 반도체 생산과 관련해 세 가지 제안을 내놓고 압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12일 회동에서는 팻 겔싱어 전임 CEO 취임 이후 파운드리 강화에 나선 인텔과 기술 협력, 합작 법인 구성, 미국 내 고객사에 공급할 패키징 등 후공정 인텔에 위탁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TSMC는 기술력이 한참 뒤처지는 경쟁사와 협력하라는 제안을 받은 셈이다. 이를 두고 대만 내에서는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인다면)트럼프의 관세 정책보다 대만 파운드리 대기업을 더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만이 다 뺏어갔다"는 트럼프

TSMC는 94조원 투자해 미국에 공장 지어 

지난 1월 말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주요 수입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로 자국 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는 상호 관세 조치를 발표하면서 자동차·반도체·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3일 “대만이 미국에서 반도체 산업을 빼앗았다”며 “한국에서 조금 생산되긴 하지만 대부분이 대만산(産)이다. 지금 당장 미국에서 반도체 칩을 생산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때부터 ‘공급망 재편’을 위치며 미국으로 제조업 생산공장을 끌어들이고 있다. TSMC는 이미 650억 달러(약 94조원)를 투입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공장 3개를 짓고 있다. 현재 애리조나 공장에서는 4㎚ 칩을 생산 중이다. 두 번째 공장에서 2027년 하반기부터 3㎚ 칩을 양산하고 2030년까지 제3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트럼프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미국 투자를 더 확대할 계획도 세웠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TSMC는 애리조나에 네 번째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는 로드맵을 논의하고 있다.

 

적자는 늘고 기술은 뒤처진 인텔

TSMC 입장에서는 인텔과 손잡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이미 엔비디아, 애플 등 빅테크 고객을 독차지하고 있고 기술력도 인텔보다 한참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합작사를 운영할 경우 TSMC의 기술력이 유출되거나 수익성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

 

지난해 3분기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5%였다. 특히 AI 반도체 등에 필요한 미세공정(10나노·nm 이하)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나노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의미하는 단위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앞선 양산 기술은 3나노다. 반도체 회로 선폭이 좁을수록 소비전력이 줄고 기술 처리가 빨라지는 만큼 수율 기술 난이도가 높다. TSMC는 올해 2나노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반면 인텔은 정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2021년 파운드리 사업에 재진출하며 ‘반도체 왕국’ 재건을 노렸지만 투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막대한 적자가 지속됐다. 2023년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적자만 약 7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된다. 파운드리 재건을 목표로 삼았던 팻 겔싱어 전 CEO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TSMC나 삼성전자보다 기술력이 뒤처지면서, 파운드리 고객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2024' 행사에서 인텔 관계자들이 방진복을 입고 등장했다
지난해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2024' 행사에서 인텔 관계자들이 방진복을 입고 등장했다

 

대만 "관세부과보다 더 나쁘다"

미국 정부가 TSMC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자 대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만경제연구소 산하 대만산업경제데이터베이스의 연구원인 류페이천은 TSMC가 미국 경쟁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할 경우 기술 유출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TSMC는 일본, 독일에서도 협력회사와 합작사를 세웠지만, 이들은 모두 TSMC의 고객이다. 

경쟁사인 미국 기업과 합작투자를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TSMC가 기술 우위에 서 있는 첨단 공정 기술 유출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앞서 미국 투자은행인 베어드(Baird)의 애널리스트 트리스탄 게라는 “TSMC가 엔지니어를 인텔의 3나노·2나노 공장에 파견해 제조 공정을 개선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TSMC 첨단 기술 분야 리더십은 대체 불가능하며 강력한 협상력을 제공한다미국이 수입 칩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비용 증가가 미국 TSMC 고객들에게 전가될 있다 말했다. 따라서 인텔과의 합작투자는 TSMC 최악의 선택이며 트럼프의 관세 계획보다 불리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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