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금융 플랫폼에 금융 서비스 결합
연초부터 금융지주 회장들도 관심
위험성 없는 비이자이익 수익원으로 주목
은행의 올해 화두는 ‘임베디드 금융’이다. 임베디드 금융은 비금융 플랫폼에 금융 서비스를 결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관련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지난해부터 임베디드 금융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먼저 가장 열심인 곳은 KB국민은행으로, 지난해 초 기업고객그룹 내 임베디드영업본부를 영업1·2부로 나눠 영업력을 키우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4월 삼성금융네트웍스 ‘모니모’와의 협력 계획을 발표하며 모니모 전용 입출금통장의 올해 4월 출시를 예고했다. 스타벅스와 연계한 특화 상품도 출시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공급망금융을 통해 관련 사업을 강화하는 중이다. 지난해 11월부터 공급망금융 협약을 맺은 현대제철에 비대면 판매론 서비스를 시행했는데, 현대제철의 온라인 철강 판매 플랫폼 ‘에이치코어 스토어’에 입점한 중소기업들에 전자방식으로 대출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또 이랜드그룹 멤버십 애플리케이션(앱) ‘이멤버’에 ‘E페이머니 by 신한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신사업제휴추진부와 혁신기술플랫폼부를 신사업제휴부로 통합했다. 토스 앱에서 미성년 자녀 명의의 우리은행 계좌를 개설·관리할 수 있도록 제휴 서비스 론칭한 것이 대표적인 임베디드 금융 서비스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네이버페이와 쿠팡페이 등과 손을 잡았는데, 네이버페이와 쿠팡페이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은행 계좌 개설과 관련해 특례를 적용받았다. 하나은행은 지난 2023년부터 당근·당근페이, 쿠팡, 이디야커피, 인천국제공항공사 등과 협업을 통해 고객기반을 넓히는 중이다.
올해 초 금융지주 회장들도 임베디드 금융을 강조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연초 신년사를 통해 “이업종, 빅테크, 플랫폼 기업은 더는 우리의 경쟁자가 아니라 새로운 길을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다”라며 “임베디드 금융을 통해 우리의 상품,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휴사로부터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여 함께 살아가고, 성장하는 공동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지난달 주요 투자자들에게 발송한 투자설명회(IR) 서한을 통해 “임베디드 금융 제휴 등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을 지속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권은 임베디드 금융 활성화가 비이자이익 확보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임베디드 금융은 위험가중자산 관리 부담이 없고 불완전판매 이슈도 없다. 고객군이 다양해지면 투자자들에게도 매력적인 요소가 되기 때문에 밸류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4대 금융의 비이자이익은 10조9390억원으로 2023년(10조4947억원)보다 4443억원(4.2%)가량 늘었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임베디드 금융을 통해 비이자이익을 확대하려는 이유는 늘 이자장사 비판을 받는 은행들에 오랜만에 찾아온 새로운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금리 인하가 지속되면 은행 대출금리 하락 등으로 순이자마진(NIM) 하락세가 본격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은행들이 임베디드 금융에 열심인 이유다.
한 금융권 관계자 “은행들이 이제는 큰 수익성을 낼 수 있는 분야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라며 “정해진 파이 안에서 나눠먹기로 수익을 내야 하는 형국이기 때문에 임베디드 금융만이 살길이라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