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반감기發 시세 상승 예상
가상자산 업계는 올해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테라-루나 폭락, FTX 파산 등 대형 악재 여파가 올해까지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여러 기업들이 파산하고, 유입되는 투자금도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이런 상황이 반전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국내외 여건이 상당 부분 개선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년여간 지속된 하락장이 끝나갈 것이란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마련된 업권법이 국내외에서 본격 시행되는 첫 해란 점도 이런 기대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투자 심리가 살아나고,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등 가상자산 시장 호재도 예고돼 있다. '무법지대'로 평가되던 시장에 기본적인 규제가 도입되면서, 시장이 건전한 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도 갖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 1월 승인 가능성 '주목'
업계가 내년 이슈 중 가장 주목하는 것은 단연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 기반 현물 ETF 출시 여부다. 기존 금융 시장에 유입되던 투자금이 가상자산에도 유입될 경로가 생기면서, 상승장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현재까지 상황으로는 출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그 동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가상자산 현물 ETF에 대해선 시장 조작 위험 등을 이유로 출시를 거부해왔다. 그러나 이미 거래되고 있는 비트코인 선물 ETF와, 비트코인 현물 ETF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SEC는 이 판결에 최종적으로 항소하지 않은 상태다.
가상자산 업계는 이르면 다음달 10일 비트코인 현물 ETF가 미국 금융 시장에 처음으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청서가 제출된 비트코인 현물 ETF 중 SEC의 최종 기한이 가장 빠른 날짜가 이 날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여부를 알 수 있는 시기가 가깝게 다가오면서 비트코인 시세도 4만 달러 이상으로 연초 1만6천 달러 수준보다 약 2.5배 오른 상태다.
'美 금리 인하 돌입·비트코인 반감기' 가상자산 시장 볕 드나
ETF 외 비트코인에 대한 주요 호재로,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반감기가 거론된다. 비트코인 반감기는 비트코인 시스템 설계에 따라 채굴 보상이 반으로 줄어드는 시기를 뜻한다. 업계는 비트코인 공급량이 감소가 가격 상승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고, 지난 세 번의 반감기마다 이런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반감기는 곧 채굴 보상 감소를 뜻하는 만큼 가상자산 채굴업계의 수익성도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업계는 생존을 목적으로 '규모의 경제' 전략을 취하는 상황이다.
ETF, 반감기 이슈와 맞물려 있는 비트코인 외에도 알트코인 또한 투자 심리가 다소 살아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동안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가상자산을 비롯한 투자 시장의 하락세가 이어져왔다. 그런데 지난 1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내년에는 기준금리를 세 차례 가량 인하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정책 방향을 전환할 조짐이기 때문이다.
7월부터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적용…유럽도 '미카' 시행
내년 7월19일부터 가상자산 관련 불공정 거래 방지를 비롯한 사업자 의무와 위법 시 처벌 규정 등을 담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해당 법안은 테라-루나 폭락, FTX 파산 등의 사건 이후 시세 조작, 사업자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투자자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도입됐다. 따라서 법안 내용도 이 부분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용자 자금에 대한 안전한 보관 의무, 소관기관인 금융위원회의 감독 및 처분 권한 등을 명문화했다.
법안 시행 이후에는 빠른 시일 내에 가상자산 관련 2차 입법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입법 논의 과정에선 법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들도 주요 사안으로 언급됐지만, FTX 파산 이후 2차 피해가 우려되면서 투자자 보호에 대한 법제부터 신속히 도입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져 1차 입법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이견이 있거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내용들은 2차 입법에서 논의하게 됐다.
마찬가지로 유럽도 내년 6월 '가상자산시장법(미카)'를 시행할 예정이다. 가상자산 발행 사업자에 대한 규제는 빠져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이런 사업자에 대한 라이선스 제도를 운영하고, 스테이블코인 사업자 대상 규제 등 보다 포괄적인 규제를 도입하는 것이 특징이다.
유럽 미카에 대해 가상자산 업계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분위기다. 불명확한 규제에 따른 사업 위험을 덜게 될 것이란 기대다.
특금법 시행 3년…가상자산사업자 대거 갱신 필요
내년은 지난 2021년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수리를 한 기업들이 대거 갱신 신고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용어는 '신고'를 쓰지만, 사실상 금융 당국의 허가를 받는 방식으로 제도가 운영되고 있어 수리 여부가 곧 사업 지속 여부를 좌우한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내년 갱신 신고를 받아야 하는 사업자 수는 21곳으로, 폐업한 캐셔레스트와 사실상 사업 중단 상태인 델리오를 제외한 전체 사업자 35곳 중 상당수가 해당된다.
갱신신고를 하는 사업자 수는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 중 여러 곳이 코인마켓 거래소인데 업계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어서다. FIU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코인마켓 거래소 21곳 중 18곳이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