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캐디 해외 돌풍 이배희 티티엔지 대표
대구 달서구 계명대역 인근 아파트형 공장 4층.
안내해주는 대로 따라 들어가니 박스 포장이 한창이었다. 일본으로 수출하기로 한 로봇 ‘헬로캐디’였다. 헬로캐디는 골프백을 싣고 골퍼를 졸졸 따라다니며 라운딩을 보조하는 자율주행 전동카트 로봇이다. 2014년 설립된 티티엔지가 각종 5년 여 개발기간을 거쳐 2019년 첫선을 보였다. 국내외 골프장에서 큰 관심을 받은 끝에 2021년에는 경주 코오롱가든골프장이 아예 120대를 구입, 로봇캐디를 주력으로 골프장을 운영하면서 업계 화제가 됐다. 이후 군체력단련장(창공대), 자유CC, 클럽72, 파인비치, 사우스링스 영암 등 8월 말 기준 25개 국내 골프장에서 400여대가 운영되고 있다.
로봇캐디를 이용하는 소비자도 생각보다 이용하기 편하고 가격도 합리적이라는 평가. 참고로 코오롱가든골프장의 경우 헬로캐디 이용료는 1인당 9홀 7000원, 18홀 1만 2000원으로 책정돼 있다. 사용해본 김근현 씨는 “한번 설명 들으면 바로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사용이 쉽고 핀까지의 거리, 앞팀, 뒤팀 간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 등 골프장 이용에도 도움이 많이 됐다”라며 “일반 골프장 카트비에 비해 싸고 실제 골프장을 다 걷게 되니 운동도 돼서 좋았다”라고 총평했다.
창업자는 이배희 대표. 2000년대 초 골프에 눈을 뜬 후 다니던 유통대기업을 그만두고 스크린골프, 실외 연습장을 운영할 만큼 골프산업에 진심이었다. 그러다 주요 골프장마다 캐디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해외 골프장은 셀프 라운딩도 보편화돼 있다는 점에서 사업기회를 봤다. 그길로 티티엔지를 설립, 5년 여 공들인 끝에 헬로캐디를 만들었다.
산악지형, 비포장길에 강해
시판 후 이 대표가 방점을 찍고 있는 곳은 해외 시장이다.
그는 “특히 일본의 경우 신세이코퍼레이션과 계약을 체결, 6월에 100대, 8월에 100대를 내보낼 예정”이라며 활짝 웃었다. 하반기 계약된 추가 인도분 300대 제작을 위해 제조공장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일본 외에도 미국, 영국은 물론 동남아시아에 갈 올해 수출계약 대수는 총 500대가 넘었다. 특히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유서깊은 골프장 링컨파크에 도입된 후 현지 주문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후문. 이른바 ‘로봇캐디 한류시대’가 열었다고 할 만하다.
물론 해외 경쟁업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AI(인공지능) 기술을 탑재, 리모컨 없이 로봇이 알아서 골퍼를 인식, 그 사람만 따라다니는 방식의 로봇캐디는 티티앤지가 세계 최초다. 게다가 등판 능력이나 측면으로 기울어진 능선, 언덕도 넘어지지 않는 기술 역시 차별점이다.
이 대표는 “해외 바이어가 여러 제품을 비교해보고 산악지형, 비포장길이 많은 골프장에 최적화돼 있는 로봇이라고 극찬했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단순히 제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해외골프장 경영진 입장을 반영, 헬로캐디를 도입하면 현재 어느 지점에 골퍼가 가고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IT시스템을 같이 제공, 대량 구매로 이어질 수 있게 수출 전략도 짰다. 임범식 신세이코퍼레이션 대표는 “일본 골프장은 인력 조달이 상당히 어렵고 골프장 IT시스템도 개선할 여지가 많은데 이런 니즈를 한번에 해결해주다 보니 한번에 100대 씩 대량 주문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신사업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사람이 이동하면 짐을 싣고 자동으로 따라 움직인다’는 원리 덕에 청소, 물류,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도입 가능해서다. 대구의료원에서는 이미 티티엔지가 만든 세탁물 수거로봇이 활용되고 있다. 환경미화원을 졸졸 따라다니며 쓰레기통 역할을 하는 지원로봇도 곧 나온단다.
이배희 대표는 “골프 외에도 다양한 로봇을 출시하다 보니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겁다”며 “인간의 여가활동 보장,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로봇회사로 기억되고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