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코치는 “공을 잘 보고 있나”라고 질문하지 않는다. 좋은 코치는 구체적으로 질문한다. 예를 들어 “공이 들어올 때 어떤 식으로 회전하나” 또는 “공의 스핀 방향을 알았을 때 키커의 왼발은 어느 쪽을 향하고 있나”라고 질문한다.
구체적인 질문은 확실한 답을 가져온다.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은 지금 인공지능(AI)에 사활을 걸고 있다. 왜일까. 왜 빅테크 기업들은 AI를 해야 살아남을까. MS를 예로 들어 구체적인 질문해 보자. 그러면 확실한 답이 보인다.
챗GPT, 모든 산업에 적용 가능
MS는 2020년과 2021년 시가 총액 순위에서 애플을 꺾고 1위를 차지한 적이 있다. 현재 시가 총액에서도 꾸준히 1~5위 안에 드는 MS는 이제 구글·아마존·애플을 다 제치고 1위를 탈환하고자 한다. 무엇을 발판 삼아? AI를 발판 삼아….
MS가 시가 총액 1위를 위해 AI를 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지금 생성형 AI 챗GPT가 적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다. 정치·경제·사회·문화·모빌리티·의료·제조·교육·연예 등 분야에서 이 AI 챗GPT 수요가 늘고 있으니 이 분야의 일등 공급자가 되면 시가 총액 1위에 큰 힘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둘째, 클라우드가 AI가 발전할수록 수요가 더 늘기 때문이다. 클라우드가 MS 제1의 주력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1위는아마존의 아마존웹서비스(AWS)다. 아마존이 점유율 34%로 부동의 1위다. MS의 클라우드 애저의 점유율을 20%다. 시장점유율을 상승시키려면 확실한 전략이 필요하다.
마침 시대가 MS를 도와주고 있다.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필요로 하는 AI 개발은 큰 기회다. AI 기술을 개발할 때도, 개발한 AI를 엔드 유저들이 이용할 때도, 대용량·고품질 데이터 커뮤니케이션은 필수다. 수많은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업로드되고 다운로드되고 수정되고 전송되고 삭제되고 추가된다.
이 과정에서 오류 없는 안정적인 인프라 환경은 클라우드가 보증해 줘야 한다. 수많은 기업이 클라우드 업체에 컨설팅을 받고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클라우드 업에 남다른 지식과 확실한 노하우가 있는 기업은 반드시 살아남는다. 그래서 MS는 AI를 밀고 있다. AI는 태생적으로 클라우드를 물고 오기 때문이다.MS는 오픈AI에 투자해 오픈AI가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클라우드 인프라로 제공하고 그 대신 챗GPT 기반이 되는 GPT3 독점 사용권을 받아 냈다. 그래서 클라우드 애저에 챗GPT 기능도 추가한다.
셋째, AI를 접목한 MS 오피스로 혁신적인 매출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폰트를 칼리브리(Calibri) 로 바꾸고 글자 크기 11에 왼쪽 정렬로 해줘.” MS 워드를 사용할 때 앞으로는 인간이 메뉴를 클릭할 일이 없어질 것이다. 그 대신 이렇게 대화를 통해 글을 편집, 수정한다. 대화형 AI 챗GPT 덕분이다. 이렇게 기능도 탁월하고 동시에 ‘사용하는 재미’도 주는 MS 오피스는 시장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다른 타사 편집기보다 확실한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MS 오피스의 모든 제품군인 워드·파워포인트·엑셀·팀스·아웃룩 등에 모두 챗GPT가 활용된다. 반복되는 단순 업무를 자동화해 인간의 시간을 아껴 준다. 누가? AI 챗 GPT가. 엑셀의 데이터 분석, 그래프 제작도 채팅하듯 AI 챗GPT가 만들어 준다. “표 헤더는 회색으로 본문은 희색으로 셀 간격은 가장 보기 좋게 제안해 줘. 폰트는 헤더만 13포인트로 해줘. 이 표를 가지고 파이 차트를 표 오른쪽에 그려줘. 초록색을 사용하되 점유율 숫자가 큰 것부터 명도를 조정해 순차적으로 보여줘.” 이런 식으로 말이다. 물론 중간중간 AI 챗GPT도 인간에게 질문할 것이다. 이 방식이 맞는지, 이렇게 하면 되겠는지, 마음에 드는지 말이다. 넷째, 검색 광고 시장도 AI가 좌우하기 때문이다. 현재 검색 광고 시장은 구글이 독점하고 있다. 그것도 90% 이상으로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MS는 2위지만 점유율은 고작 3%다. 하지만 AI 챗GPT가 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챗GPT 대화형 검색, 안정적 시장 수요 확보할 것
구글의 주력 사업인 검색 엔진은 검색 결과에서 이용자가 제휴 광고 사이트를 클릭함으로써 광고 수익을 얻는다.
MS는 방식이 다를까. 챗GPT는 AI가 학습한 정보를 바탕으로 사람과 유사한 텍스트를 생성해 사람과 대화한다.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결론을 내 사람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정보를 색인하고 순위를 매겨 사용자에게 제공하면 사용자가 그중에서 원하는 정보를 선택하는 구글과 다른 점이다. MS의 챗GPT 검색은 단순하고 일반적인 정보보다 창의적인 과제 해결, 새로운 전략 아이디어 짜기, 코딩하기, 글쓰기 같은 검색에서 훨씬 더 힘을 발휘한다.
MS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라고 명명된 AI 기능은 어떤 특정 이미지를 생성해 달라고 요청하면 곧바로 그림을 그려 준다. 인포그래픽 차트를 사용할 때 같이 쓸 비주얼 스토리도 제공해 준다.
빙 챗봇은 지금 바로 사용할 수 없다. 대기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그러려면 윈도를 업데이트해 검색 엔진의 기본값을 빙으로 해야 하고 엣지도 업데이트해야 한다. MS는 지금 노를 확실히 젓고 있다.
게다가 AI의 자연스러운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람들이 사용을 하면 할수록 ‘학습된 정보’가 더 방대하게 쌓이니 계속해 더 나은 결과를 줄 수 있게 진화한다. 특정 업계의 전문가를 따로 계약해 상담하거나 컨설팅할 필요도 없어질 것이다. AI 챗GPT의 대화형 검색 결과에서 제시하는 광고는 검색한 사람의 의도와 취향을 아주 높은 확률로 적중시킬 것이다. 양질의 검색 서비스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광고 수익 창출로 이어진다. 비용적인 면에서나, 시간적인 면에서나, 대화한다는 재미 면에서나 AI 챗GPT의 대화형 검색은 안정적인 시장 수요를 확보할 것이다.
사실 이는 AI 검색 업체에만 좋은 소식은 아니다. 광고주나 엔드 유저에게도 흥미로운 소식이다. 한 회사가 독점하지 않는 다양한 방식의 검색 메커니즘, 다양한 방식의 광고 타입, 다양한 광고 매출·수익 구조 옵션은 검색 광고 시장을 더 활성화할 것이다. 모든 경쟁이 그렇듯이….
검색 광고 시장에서 점유율이 1% 상승할 때마다 디지털 광고 수익은 약 20억 달러 증가한다는 것을 이 업계에서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험난한 개발 과정이 있을지라도,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들더라도 빅테크 기업들이 AI 대화형 챗GPT를 통해 검색 광고 시장을 차지하려고 하는 이유다.
애플은 생성형 AI 시대가 이미 가시화됐는 데도 아직 어떤 전략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AI가 우리가 가진 모든 제품, 모든 서비스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하드웨어를 유통한다는 점에서 다른 빅테크 기업과는 비즈니스 전략이 다를 수밖에 없을 애플. 시장을 장악하는 역량이 언제나 톱인 애플의 AI 전략도 궁금해진다.
글: 정순인 ‘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 저자·IT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