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지속…경영쇄신 필요성 대두
장남 신유열 상무, 유통 사업 영향력 확대 전망
신세계그룹이 지난달 20일 대표 40%를 교체하는 물갈이 인사를 단행하면서 유통 경쟁사인 롯데그룹의 내년도 정기 임원 인사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롯데그룹이 대대적인 인적 쇄신 혹은 문책성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유통 계열사로 자리를 옮길 지도 관심사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롯데그룹은 해마다 11월 넷째 주 목요일 그룹 전체 인사를 발표해왔지만, 올해는 인사 시점을 다소 앞당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영 위기감이 지속됨에 따라 인적 쇄신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통상 10월에 진행하던 정기 임원 인사를 9월로 앞당겨 진행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을 대표를 비롯해 대표 40%를 대거 교체하는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유통사업에 대한 위기 의식과 부진한 실적에 대한 문책이 반영된 ‘물갈이 인사’였다는 평가다.
이에 유통 맞수인 롯데그룹 또한 경영 쇄신 차 파격 인사에 나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인사 시기나 방향성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롯데그룹의 실적은 악화됐다. 롯데그룹의 올해 재계 순위는 지난해 13년만에 5위에서 6위로 밀려났다. 또 주요 계열사 신용등급도 내려가며 경영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임원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상현 롯데유통군 총괄대표 겸 부회장, 정준호 롯데쇼핑 대표,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 최홍훈 호텔롯데 월드사업부 대표, 나영호 롯데온 대표 등이 대상이다.
김 부회장과 정 대표, 나 대표는 순혈주의를 강조한다고 평가 받던 롯데가 이례적으로 외부에서 영입한 임원이다. 이들은 롯데그룹 유통부문의 핵심 분야를 이끌고 있지만 실적 반등에서는 아쉬움을 보인다. 실적 부진에 따른 책임론 혹은 조직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그룹의 핵심인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큰 폭의 인사가 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롯데쇼핑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2% 줄어든 3조6222억원, 영업이익은 30.8% 감소한 515억원이다. 롯데쇼핑의 주력 사업인 백화점뿐만 아니라 이커머스, 홈쇼핑까지 계열사 전반이 부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를 통해 헤드쿼터(HQ) 조직이 축소되거나 재편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7월 이완신 전 호텔군 HQ 총괄대표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하면서 조직이 축소된 탓이다. 다른 HQ 또한 계열사간 시너지가 크지 않아 내부에서는 HQ체제에 대한 회의론이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각 계열사의 책임 경영으로 다시 방향이 설정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무엇보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유통 부문 데뷔를 할지도 관심사다. 현재 롯데그룹은 3세 경영 승계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신 회장은 신 상무를 국내외 주요 석상에 동석하며 공공연히 ‘후계자’로서 입지를 굳히는 모양새다.
신 회장은 신 상무의 유통 사업 활동 가능성도 시사했다. 신 회장은 지난달 22일 베트남 롯데몰 웨스트레이크하노이 오픈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들은 여러 가지 공부를 하고 있는 상황이며, (유통 부문도) 앞으로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과 소비 침체로 업황이 좋지 않아 유통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세계그룹이 대대적인 인사를 한 만큼 롯데그룹의 인사도 변화의 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