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경제를 버티게 해주던 소비력이 약해지고 있고 미국 지방 중소은행들의 연쇄 부도 후유증이 남아 있어 빠르면 이번 분기에 침체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 경제는 지난달 초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채권왕' 그로스, 침체 경고
4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채권왕’으로 불리는 전설적인 고정자산 투자가인 빌 그로스 전 핌코 공동창업자가 미국 경제가 이번 분기(10~12월)에 침체에 빠질 수 있으며 앞으로 발표될 경제 지표들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라고 소셜미디어 X에서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로스는 지난 2일 경제전문방송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이번 분기 미국 경제가 1.5% 이하의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을 언급하면서 경가 둔화가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는 활발한 소비에 힘입어 지난 3·4분기 4.9% 성장했다.
그로스는 “우리는 (국내총생산(GDP) 둔화를) 4·4분기에 공식으로 볼 수 있을 것”이며 11월과 12월에 고용과 일자리, 지표가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로스의 전망은 미국 경제가 강한 회복력으로 인해 연내 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뉴욕 금융가의 시각과는 다르다. 지난해 한때 9%가 넘었던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올해 내내 고용 시장이 활발함을 보여왔다.
이에 대해 그로스는 "미 국채수익률은 지난 16년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고 미국 중소 지방은행들은 올봄 실리콘밸리은행 붕괴로 타격을 받았다"면서 "보통 이 같은 문제는 경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암시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대출금 체납이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자동차 대출금 연체가 평균 60일 정도 늦고 있다.
그로스는 소비가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나 소비자들의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신규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15만개로 기대치에 3만개가 못미치는 등 저조했다.
JP모건도 내년에 세계에서 동시에 성장 둔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 포캐스터들은 미국 경제가 내년에 가벼운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은 남아있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유로존, 에너지 가격 상승 여부에 긴장
유로존 경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으로 성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경고했다.
지난 3일 경제전문방송 CNBC는 골드만삭스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억제되지 못할 경우 유로존 경제가 성장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의 유럽 경제 담당 애널리스트 카트야 바슈킨스카야는 중동 전쟁이 계속 이어질 경우 지역의 교역 감소와 소비자 신뢰 지수 저하, 높은 에너지 가격과 금융 시장 악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연구노트에서 밝혔다.
유로존 경제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지난해 3월에도 소비자 신뢰지수가 급격히 떨어진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전쟁이 중동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긴축적인 금융시장도 이미 높은 금리로 위축된 유로존과 영국의 성장과 경제 활동을 더 둔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바슈킨스카야는 중동 사태 악화가 유럽 경제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우려는 석유와 가스 시장으로까지 확산되는 것으로 “최근 전쟁이 발생한 후 상품시장의 변동성은 높아졌으며 브렌트유와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각각 약 9%와 34% 상승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상품팀은 예상 시나리오로 공급 차질 여부에 따라 유가가 앞으로 약 5%에서 20% 뛸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바슈킨스카야는 유가 10% 상승이 1년내 유로존의 실질 GDP를 0.2%p를 잠식하고 소비자 물가를 0.3%p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지난 10월30일 공개한 분기별 보고서에서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지역으로 확산될 경우 배럴당 150달러 이상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바슈킨스카야는 최근 브렌트유 가격이 전쟁 발발 이전 수준으로 돌아온 것에 주목하면서 유가가 계속해서 높은 수준을 보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전쟁으로 유럽 국가들과 중동 국가 간 교역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으나 유로존의 대 이스라엘 수출이 GDP의 0.4%, 영국은 대 이스라엘 수출은 GDP의 0.2%에 불과해 타격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