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금리변동 위험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정교히 반영한 '스트레스 DSR' 시행을 하루 앞둔 25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영업점 외벽에 부동산 담보대출 금리표가 붙어 있다. 스트레스 DSR 제도란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차주가 대출 이용 기간에 금리상승으로 인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상승할 가능성 등을 고려해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로 올해 상반기까지 적용되는 스트레스 금리는 0.38%이다.
비대면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으로 대출금리 인하 경쟁을 유도한 금융당국이 사실상 은행들에 가계부채 총량관리를 압박하면서 은행의 금리가 갈지(之)자를 그리고 있다. 은행들이 비대면 대환대출 금리를 유지하며 고객 유치에 나서는 한편, 대면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는 소폭 인상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가 신규 주담대부터 적용되면서 기존 차주와 새로 대출을 받는 차주 간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대면 방식의 주담대 금리를 소폭 올리면서 대면과 비대면, 기존과 신규 차주 간 금리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영업점을 찾아 새로 주담대를 받는 경우 금리 인상과 한도 축소의 이중고를 맞았다. 시중은행은 KB국민·신한·우리은행은 대면 주담대 금리를 소폭 인상했다. 국민은행은 변동·혼합형 주담대 금리를 0.23%p, 신한은행은 0.15~0.2%p 올렸다. 우리은행도 28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1~0.3%p 상향 조정한다.
이런 가운데 26일부터 신규 주담대에 스트레스 DSR이 적용돼 대출 한도가 축소됐다. 스트레스 DSR은 향후 금리인상 및 차주 상환능력 저하 가능성을 고려해 차주의 대출 한도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한 시중은행 시뮬레이션 결과 연 소득 5000만원 차주 A씨가 40년 만기(원리금 균등 상환)로 주담대를 받을 경우 대출 한도가 당초 3억4500만원에서 3억2800만원으로 감소한다.
반면 비대면 대환대출 상품의 경우 은행들이 역(逆)마진 우려까지 감수하며 고객 유치에 나서면서 금리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경쟁하는 시중은행들은 비대면 대환대출 전용 상품의 경우 본부가 조정할 수 있는 가산금리를 내리거나, 우대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금리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실제 우리은행은 비대면 대환대출 갈아타기 전용 주담대·전세대출에 대해서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들의 여신 영업전략 뿐 아니라 차주 간 형평성 문제가 우려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가뜩이나 DSR 규제로 필요한 금액보다 대출을 받기 어려운 차주들이 스트레스 DSR로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대환 대출도 신규 대출이라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의 가계부채관리 대책에 맞춰 갈 수밖에 없다"면서도 "대출금리 미세 조정이나 스트레스 DSR 제도로 대출 수요가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은행들이 준거금리 움직임이 아니라 매달 가계부채 동향에 따라 대출금리를 조정하는 게 관행이 될 경우 은행 여신전략이 무의미해진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정책 보다는 정책금융상품·투자 수요가 핵심이라는 진단도 재차 제기됐다.
실제 최저 1%대 금리로 주택구입자금·전세자금을 빌려주는 신생아특례대출은 지난 1월 29일부터 2월 16일까지 3주간 3조3928억원이 신청됐다. 신생아특례대출은 DSR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정책금융상품으로 연간 25조원 규모가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가계부채 문제는 곧 대출 수요와 직결된다. 현재는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수요가 크지 않다"면서 "부동산, 주식 등 대출을 일으켜 투자했을 때 이자 비용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투자 대상이 있으면 대출이 계속 늘어날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