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했던 IPO(기업공개) 시장의 열기가 눈에 띄게 식어가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만한 공모주가 다음주 청약을 진행한다.
웨어러블 로봇기업인 엔젤로보틱스는 카이스트 출신의 경영진, 대기업 투자 유치 등에서 공모가 대비 16배 넘게 오른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유사한 점이 많아 공모주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증권가에 따르면 내주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을 받는 기업은 12~13일 삼현, 14~15일 엔젤로보틱스 두 곳이다.
삼현의 상장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 엔젤로보틱스는 NH투자증권이다.
이중에서는 엔젤로보틱스에 관심이 몰린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국내증시에서 핫한 테마 중 하나인 로봇 기업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뉴로메카 등 기존 상장사들은 인간과 함께 일을 나누어서 하는 협동로봇을 생산하는 곳이었다.
엔젤로보틱스는 재활이나 고강도 노동을 위해 신체에 착용하는 형태인 웨어러블 로봇을 생산한다.
지난해 두산로보틱스를 비롯해 최근의 케이엔알시스템까지 로봇주는 공모주 시장에서 인기가 많았다.
지난달 26~27일 청약을 진행한 케이엔알시스템에도 증거금 8조500억원이 몰려 2266.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케이엔알시스템은 지난 7일 코스닥 상장일에도 공모가 대비 100.4%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2주간 신규 상장한 새내기주들이 에이피알 5.8%, 이에이트 17.5%, 코셈 106.6%, 케이웨더 50.0%의 공모가 대비 종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꽤 괜찮은 숫자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엔젤로보틱스가 투자 포인트 측면에서 현재 코스닥 시총 9위인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닮아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우선 엔젤로보틱스를 이끄는 공경철 대표는 현직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다. 레인보우로보틱스도 이정호 대표, 오준호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비롯한 경영진들 대부분이 카이스트 출신으로 구성돼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초 삼성전자로부터 870억원(지분율 14.83%) 규모의 지분 투자를 받았다.
엔젤로보틱스도 창업 초기 LG전자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LG전자의 지분율은 7.22%로 공 대표에 이어 2대 주주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지난 2021년 2월에 공모가 1만원으로 상장해 현재 주가가 16만원선에 달하고 있다. 특히 로봇주 열풍이 분 지난 한해 동안에만 주가가 4배 넘게 올랐다.
두 회사의 체급 차이는 어느 정도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실적을 보면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매출액 118억원, 영업손실 22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엔젤로보틱스는 매출액 37억원, 영업손실 49억원으로, 매출액 기준으로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엔젤로보틱스보다 3배 가량 크다.
하지만 시가총액을 보면 레인보우로보틱스가 현재 3조2000억원대인 반면 엔젤로보틱스는 공모가 희망범위 상단으로도 2100억원으로 15배 가량의 차이가 난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이 361억원인 두산로보틱스는 시가총액이 5조원을 넘고 있다. 엔젤로보틱스의 상대적 저평가가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실적에 대한 부담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엔젤로보틱스는 지난 3분기 누적 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 24억원, 2021년 48억원, 2022년 71억원 등 매년 수십억원대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엔젤로보틱스는 2026년에 100억원대 흑자가 난다는 가정으로 공모가를 산출했기 때문에 너무 낙관적인 전망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김지은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희망 공모가 밴드 기준으로 경쟁사 대비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될 수 있지만 상장 이후 로봇이나 의료기기 투자 심리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엔젤로보틱스와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코스모로보틱스, 헥사휴먼케아, FRT로보틱스 모두 현재 영업이익 적자 상태인 점, 경기 둔화와 로봇 시장 침투율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성장 속도가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회사가 제시한 실적 전망치 달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