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디스플레이, 오늘(20일)부터 주말 출근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도 주6일제 검토 중
2015년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군 글이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현재 X)의 한 사용자가 게재한 것으로, "프랑스에서 야근하면 동료들이 '우리 노동자들이 힘들게 싸워서 쟁취한 권리를 훼손하지 마'라는 말을 듣는다"라는 내용이었다. 이 트윗은 당시 많은 공감을 얻었다.
그런데 정작 한국에서는 2024년에 '주6일제'가 되살아나고 있다. 삼성그룹의 일부 계열사 임원들이 주6일제에 동참하면서 2010년대 이후 겨우 자리 잡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무너뜨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이를 두고 '워라붕(워라밸의 붕괴)'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삼성의 주6일제, 이게 맞나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그룹의 전자 계열사 임원들은 오늘(20일)부터 토요일과 일요일 중 하루를 주말출근한다.공식 지침은 아니지만 '비상 경영'이라는 이유로 주요 계열사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주6일제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도 주 6일제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일부 임원들에 국한돼온 주6일제가 그룹 전체로 퍼지고 있다. 최근까지는 삼성전자 지원·개발부서의 일부 임원들과 삼성중공업, 삼성E&A 등 설계·조달·시공(EPC) 3사 임원들만 주 6일 근무를 해왔다.
평일 근무가 끝난 뒤 임원들은 토요일 또는 일요일 중 하루를 선택해 출근해야 한다. 삼성전자 임원들이 대부분 토요일 근무를 선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계열사에서도 토요일 근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주6일제 시행을 두고 삼성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경영 환경이 좋지 않아 비상 경영에 돌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한편에서는 '하루 더 출근하는 것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구시대적 발상' 또는 '업무 효율성과 상관없는 보여주기식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인, 겨우 '휴식 있는 삶' 찾아가는데…
문제는 재계 1위인 삼성에서 주6일제를 시행하게 되면 다른 대기업들도 동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SK그룹은 지난 2월부터 수뇌부와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토요일에 모여 현안을 논의하는 '토요 사장단 회의'를 20년 만에 되살렸다. SK그룹이 토요일 회의를 재개하는 것은 2000년 7월 주 5일제 도입 이후 처음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삼성그룹의 주6일제가 언론에 보도된 이후 다른 회사에서도 '삼성도 하니 우리도 해야 한다' 식의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글이 게재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1인당 평균 연간 근로시간'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국 취업자의 1인 평균 근로시간은 2124시간으로 OECD 평균(1770시간)보다 1.2배 가량 길었다. 이 시간은 2016년 2052시간으로 줄었으나 여전히 OECD 국가 가운데 2위에 헤당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휴식이 있는 삶을 보장하기 위한 '일·생활 균형 및 1800시간대 노동시간 실현'을 국정과제로 삼았고, 2018년 노동시간을 주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인당 평균 근로시간은 1874시간으로, 주52시간 단축 5년 만에 노동시간이 1800시간대로 내려갔다. 그러나 여전히 같은 기간 OECD 회원국의 평균 근로시간(1752시간)과 비교하면 122시간이 많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전국 일-생활 균형 실태조사(2022년)'에 따르면 취업자의 희망 근무 시간은 주 36.7시간으로 나타났다. 상용근로자의 경우에는 주 37.63시간을 희망하며, 임시·일용 근로자의 희망 근로 시간은 주 32.36시간으로 조사됐다.
한편, 노동계에서는 '주4일제 도입'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은행권은 주4일제 시도를 코앞에 두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지난 1일 업계 최초로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를 시범 도입했다. 임직원의 복지 증대 차원에서 월 1회 주4일제를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야당의 핵심 공약 역시 '주4일제 법제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