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P4에 이달 말까지 설비 반입
AI 서버 ‘기업용 eSSD’ 수요 대응
삼성전자가 오랜기간 지속돼 온 반도체 감산에 마침표를 찍었다. 반도체 시황이 개선되면서 삼성이 신규 메모리 투자에 착수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택 4공장(P4)에 낸드플래시 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달 말까지 주요 설비를 반입할 계획으로, 정식 발주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를 가장 많이 만드는 회사다. 삼성의 투자는 반도체 시장이 완전한 상승기(업턴)로 전환했다는 판단에 따른 의사 결정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과 업계 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평택 낸드플래시 라인은 P4에 처음 들어서는 반도체 제조 라인이다. 삼성전자는 P4 건물과 인프라를 완성하고도 반도체 경기 침체 때문에 그동안 설비는 들이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신규 라인 투자에 나선 건 감산을 시작했던 2023년 초 이후 처음이다.
반도체는 코로나에 따른 비대면 서비스 활성화로 호황을 맞았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침체로 2022년 하반기 들어 업황이 급속 악화됐다.
공급과잉이 심각해지자 SK하이닉스가 2022년 말 먼저 감산에 나섰고, 세계 최대 메모리 업체인 삼성전자도 이듬해 감산을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최근까지 감산 기조를 이어왔다. 웨이퍼 투입량을 축소하고, 최신 기술로 제조 공정을 전환하며 메모리 출하량을 줄였다. 반도체가 회복 기미를 보인 작년 말과 올해 1분기, 이어진 2분기까지도 삼성은 이런 기조를 놓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은 올해 하반기 들어 새로운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수요 회복이 확실시 돼 라인 신설, 즉 신규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특히 P4 첫 양산 제품을 D램이 아닌 낸드플래시로 결정한 건 인공지능(AI) 서버에서 낸드플래시 수요가 매우 강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AI 서버는 AI 학습·추론을 위한 컴퓨팅 장치로, 고속 연산을 위해서는 메모리 뿐만 아니라 빠른 데이터 저장장치도 필요하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낸드플래시는 소비자용 SSD보다 AI 서버 제조사에서 필요로 하는 기업용 SSD(eSSD)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시장 1위인 삼성전자도 이에 대응해 증설에 나서는 것”이라고 전했다.
P4 신규라인에서는 9세대 V낸드 양산이 유력시 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쿼드 레벨 셀(QLC)' 9세대 V낸드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QLC는 셀당 4비트(bit)를 저장할 수 있어 TLC 대비 단위면적당 고용량을 구현할 수 있어 고용량·고성능을 요구하는 eSSD에 적합하다.
삼성전자는 낸드에 이어 P4에 D램 생산라인도 구축할 방침인 것으로 파악됐다. P4 두 번째 라인(페이즈2)을 D램 라인으로 만드는 것이 골자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대응은 물론, 범용 D램 시장에서도 확고한 점유율을 늘려가겠다는 전략으로 메모리 투자가 완전 재개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