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영업익 10.4조…반도체·디스플레이 '쌍끌'
스마트폰 부진…TV는 올림픽 효과에 '선방'
삼성전자가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부진했던 과거를 완전히 씻어냈다. AI(인공지능) 시장 확대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회복되며 반도체 사업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디스플레이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힘을 보탰다. 다만 갤럭시S24 출시 효과가 사그라들며 스마트폰 사업은 다소 부진했다.
반도체 비중 절반 넘었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74조700억원, 영업이익 10조4400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밝혔다.
영업이익은 지난 2022년 3분기 영업이익(10조8520억원) 이후 약 2년 만에 10조원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15.6배 이상 급증했다. 본격적인 실적 회복세를 보였던 전기 대비로도 3조8379억원 늘었다.
이번 호실적은 반도체 메모리 업황 회복에 따른 결과다. HBM(고대역폭메모리)와 DDR5(더블데이터레이트5) 등 AI향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가 크게 늘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은 올 2분기 매출 28조5600억원, 영업이익 6조45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흑자 전환한 것은 물론 전기 대비 영업이익도 3.4배 늘었다. 특히 매출은 대만 TSMC의 매출(6735억1000만 대만달러·약 28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DS부문은 지난 1분기 5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흑자 폭을 늘리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서버 응용 중심으로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생성형 AI 서버용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해 실적 개선을 이끌어냈다. 업계 최초로 개발한 1b나노 32Gb(기가바이트) DDR5 기반의 128GB 제품 양산 판매를 개시한 것도 실적에 보탬이 됐다.
시스템LSI의 경우 주요 고객사 신제품용 SoC(System on Chip)·이미지센서·DDI(Display Driver IC) 제품 공급 증가로 실적이 전년 대비 50% 성장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파운드리는 주요 응용처의 전반적인 수요 회복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특히 시황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도 5나노 이하 선단 공정 수주 확대로 전년 대비 AI와 고성능 컴퓨팅(HPC) 분야 고객 수가 약 2배 증가했다는 게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다.
디스플레이 웃었지만…스마트폰은 부진
삼성디스플레이도 반도체와 함께 2분기 실적 개선을 이끌어낸 공신이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2분기 매출은 7조6500억원으로 전기 대비 41.9% 늘었다. 재품 판매가 늘어난 결과다. 영업이익도 전기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난 1조10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90%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형 패널은 플래그십 제품의 견조한 수요와 리지드(Rigid) 판매 기반 강화로 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은 게이밍 모니터 시장 중심으로 고해상도·고주사율 신제품 판매를 확대했다. 프리미엄 TV 시장 내 OLED TV 수요도 늘어나고 있어 안정적 판매를 유지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사업과 달리 스마트폰 사업을 맡은 MX(디바이스경험)부문은 실적이 다소 부진했다.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든 탓이다. 갤럭시S24 시리즈가 출시됐던 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8.3%, 영업이익은 36.5% 감소했다.
특히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 탓에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26.6% 감소했다. 다만 매출은 갤럭시S24 시리즈의 판매 호조가 지속되며 7.2% 늘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럭시S24 시리즈는 2분기와 상반기 출하량·매출 모두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을 달성했다.
VD(영상디스플레이)는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 2024와 파리 올림픽 등 글로벌 대형 스포츠 이벤트 특수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됐다.
생활가전은 성수기에 접어든 에어컨 제품 매출 확대와 비스포크 AI 신제품 판매 호조로 실적 회복세가 지속하고 있다. 이에 VD·가전 사업의 매출은 전년, 전기 대비 매출이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수익성은 떨어졌다. 영업이익도 전년, 전기 대비 각각 33.8%, 7.5% 감소했다.
하반기도 '메모리'가 살린다
삼성전자는 하반기에도 메모리 중심의 실적 개선 흐름을 가져갈 것으로 보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하반기에도 AI향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HBM의 경우 생산 능력을 확충해 HBM3E 판매 비중을 확대할 예정이다. 낸드의 경우 서버·PC·모바일 전 분야에 최적화된 QLC(쿼드레벨셀) SSD(데이터저장장치) 라인업을 기반으로 고객 수요에 적기 대응할 계획이다.
이날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3분기도 2분기에 이어 우호적 업황이 지속되고 전반적인 시장 가격 상승 추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제품별 가격 상승폭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수익성 중심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실수요 위주로 공급에 대응해 사업 성과를 지속 개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이날 노조 파업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지난 8일 총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삼성전자 측은 "파업이 조기 종결되도록 노조와 지속 소통하고 협의하고 있다"며 "현재 고객 물량 대응에는 전혀 문제가 없고, 노조 파업 지속되더라도 경영과 생산에 차질 없도록 적법한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분기 다소 부진했던 스마트폰 사업은 갤럭시Z폴드·플립6 등 신제품 출시 효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파리 올림픽 연계 마케팅 전략으로 시장과 고객의 초기 관심을 이끌어내고, 폴더블과 웨어러블 신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특화된 갤럭시 AI 경험을 적용한 갤럭시 생태계 중심의 매출 성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MX사업부는 수익성 개선에도 총력을 다할 전망이다. 다니엘 아라우호 삼성전자 MX사업부 상무는 "하반기에도 주요 부품 단가 인상이 지속돼 수익성 감소 우려가 있지만, 올해 개발·제조·물류 등 프로세스 전반에 걸친 효율화를 지속해 견조한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