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로 인한 비용부담, 내수경기 회복의 장애물 돼
주담대 늘리는 부동산 관리 정책에 역량 집중해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하는 지난 8월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BSI)가 55.4로 체감경기의 기준인 100을 한참 밑돌고 있다. 올 1월 48.1에서 3, 4, 5월에 60을 조금 상회했다가 다시 50대로 떨어졌다. 소상공인·자영업자는 내수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는데, BSI가 50대 수준인 것은 내수경기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수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요인 중에는 금리가 있는데, 현재 3.5%의 기준금리 수준은 경기를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금리인하가 필요한데, 한은이 올 하반기에 어느 정도 금리인하를 할 수 있을 것인가가 주목을 받고 있다. 기준금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인 2022년 1월 1.25%에서 전쟁이 촉발한 물가 급등으로 인상되기 시작해 2023년 1월에 3.5%까지 오른 다음, 지난 1년 9개월 동안 동결된 상태다. 이제 물가가 2%대로 안정되면서 하반기 금리인하가 예상된다. 이달 한국 기준금리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미국 기준금리(현재 5.5%)도 인하될 전망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 한은도 금리를 인하는 할 텐데,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에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 움직임이 변수가 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발표한 정례 보고서에서 한국의 가계부채 급증이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며 경고를 했다. 과거 성장기엔 부채를 통한 소비증가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 반면, 지금의 경제 성숙기에서 낮은 경제성장의 시기에 민간신용 증가는 그 부담으로 인해 소비 위축을 가져온다는 지적이다.한국의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22.7%(BIS 기준)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 중 가계부채 비율은 100.5%이고 기업부채 비율은 122.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경기침체 속에서도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것은 최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것과 맞물려 통화정책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통화정책에서 금리인하의 필요성은 크지만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금리 수준 결정에 어려움이 있음을 최근 한은총재도 인정했다.
오랫동안 지속된 내수경기 침체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태에서, 금리 수준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은 꺾이지 않고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130조원으로, 한 달 전보다 9조3000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역대급 수준이라 한다. 부동산시장도 꿈틀거리며 강남3구와 수도권을 중심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서 금리인하 결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물론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관리를 강화하면서 그 효과가 시차를 가지고 나타날 것이기에 가계대출 증가폭이 낮아질 수는 있겠지만 지금의 대출 규모는 향후 민간소비 위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올 한 해 한국 경제에는 수출 호조세가 어느 정도 기여할 수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결국 민간소비가 살아나서 내수경기 위축이 해소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가 해소되지 못하고 금리인하에 부담을 준다면 소비가 살아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가계와 기업 모두에 비용부담이 커지면 경기회복에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는데, 그 비용부담 해소의 방식 중 하나가 금리인하이며, 그 과정의 장애물인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가 금리인하의 발목을 잡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정부는 가계부채 및 부동산가격 관리에 정책의 일관성과 함께 모든 역량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