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거래소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 발표
금융주 포함 유력…주춤한 증시 분위기 바꿀지도 관심
정부가 올해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마련한 기업 밸류업 방안 중 하나인 'K-밸류업 지수'가 마침내 공개된다. 시장은 밸류업 바람을 타고 올해 주가가 크게 오른 금융주나 기업가치 제고가 필요하다고 평가받는 저평가된 가치주 등이 지수에 담길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새롭게 등장할 지수가 기관이나 외인의 자금 유입을 이끌어 올 초 밸류업이 주목받았을 때만큼 증시 전반을 주도할 수 있을지도 주목하고 있다.
23일 금융 당국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거래소)는 오는 24일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선정·공개한다. 이후 최대 3개월 시장 반응을 살핀 후 지수를 직접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융 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거래소의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 발표는 지난 5월 정부가 기업가치 제고 방향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최초 공개된 사안으로 우리나라 정부가 처음으로 시도한다는 점에서 'K-밸류업 지수'로 불리고 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방안 중 핵심이자 이미 이행되고 있는 상장사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가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가 선행돼야 했다면 K-밸류업 지수는 정부가 직접 엄선하고 주도한다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도 존재한다.
지수에 포함될 종목들에 대한 관심도도 높다. K-밸류업 지수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판단 기준으로 이어져 주가가 오르거나, ETF 출시 이후 구성 종목들에 자금이 유입되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할 수 있어서다.
다만 그간 정부가 지수에 담길 종목을 선정하는 데 있어 힌트가 될 만한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최상위 종목들이 K-밸류업 지수에 담길지, PER(주가수익비율)이나 PBR(주당순자산비율)이 낮다고 평가받는 금융이나 자동차·소비재·소재 관련주 등이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이에 일본판 밸류업 지수로 불리는 'JPX 프라임 150 지수'와 유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도 시장에서는 지수에 담길 종목들에 대한 전망에 상당 부분 입을 모으고 있다. 올초 정부의 기업 밸류업 기조가 주목받자 큰 폭의 오름세를 그린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주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금융주는 올해 가장 큰 폭으로 주가가 오른 업종 중 하나로 꼽힌다. 거래소에 따르면 은행·보험·증권 등 우량 금융 종목들로 구성된 'KRX300 금융' 지수는 올해만 30.33%(9월 20일 종가 기준) 상승했으며 각 업종별 주요 종목들을 담은 'KRX은행', 'KRX보험', 'KRX증권' 역시 30%에 육박한 지수 상승률을 그렸다.
종목별로 봐도 올해만 50% 넘게 오르면서 코스피 시가총액 8위까지 진입에 성공한 '금융 대장주' KB금융을 비롯해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메리츠금융지주,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금융주들이 올해 들쑥날쑥한 국내 증시 흐름에서도 우상향한 종목으로 꼽힌다.
K-밸류업 지수를 주시하고 있는 증권가도 우선 금융주가 지수에 포함될 것이라는 시각에 공감하는 모양새다. 우선 신한투자증권은 국내 증시에서 밸류업이라는 키워드가 투심을 움직이는 역할을 할 때 관심을 가져야 할 업종으로 금융주를 추천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주가 약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금융주는 기업가치 제고 공시와 밸류업 지수 출시 기대감에 힘입어 상대수익률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반도체주 약세에 상방이 제한된 코스피에 밸류업이 혈을 뚫어줄 수 있을지 발표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KB증권도 금융주를 예상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다만 ROE(자기자본이익률)이나 배당수익률,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주주환원에 초점을 맞춰 꾸준히 정부의 밸류업 기조에 동참한 종목이나 업종 또한 K-밸류업 지수에 담길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 전망했다. 이에 금융주 전반을 비롯해 현대차, 기아, 삼성전자, LG화학, POSCO홀딩스, NAVER, KT 등 대형주도 이름을 올렸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시가총액 상위주(2조원 이상)만 모으면 금융주가 31개 중 14개로 주를 이룬다"며 "비금융 중에서는 자동차, 에너지, 산업재,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꼽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국내 증시가 연일 지지부진한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K-밸류업 지수에 담긴 종목이나 업종에 대한 관심보다 발표 자체가 시장에 활기를 부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이도 적지 않다. 앞서 밸류업 정책을 펼친 일본만 해도 밸류업 지수 발표 후 이를 추종하는 ETF가 출시됐으나 기대한 만큼의 자금 유입을 이끌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수 발표 이후 올해 밸류업 기조로 순항한 종목들의 주가가 더 오른다면 이들이 올해 말까지 증시를 주도할 것"이라면서도 "발표 이후 분위기가 크게 바뀌지 않는다면 더 이상 밸류업에 대한 시장 관심도가 낮다는 해석이 될 여지도 있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 기조는 기업의 목표와 주주환원 계획을 투명하게 밝혀 투자자가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K-밸류업 지수도 이러한 기조를 투자자들에 잘 어필할 수 있도록 발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