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구체적 병명까지 공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방광암 투병 사실을 공개하고 그동안 맡은 대부분 역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13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카카오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CA협의체 공동 의장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광암이 발견돼 집중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말 김범수 창업자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지 3개월만에 보석으로 풀려난 바 있다.
보석 조건은 주거 제한과 보증금 3억원을 비롯해 수사 관련 인물을 만나는 등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일체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김 창업자가 풀려나면서 카카오는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을 벗어날 수 있게 됐지만, 보석의 조건을 보면 이후 그의 행동반경에는 상당한 제약이 뒤따랐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지난해 7월 구속되기 5일 전까지 김 창업자는 대부분의 카카오 쇄신안을 제시해 마련하기도 했다. 2023년 11월부터 운영한 경영쇄신위원회는 준법과신뢰위원회 신설, 인적 쇄신, 거버넌스 개편 등 그룹 쇄신의 기본 틀을 만들었다.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카카오 대표로 내정하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계열사 대표를 새로 선임하는 등 그룹의 변화를 이끌 인물들을 발탁했다.
카카오 계열사는 김 창업자 구속 직전 기준 124개로, 1년여 전 공정위 발표 당시(147개)보다 23개가 줄었다.
김 창업자 입장에선 쇄신안의 큰 그림을 잡은 가운데 건강악화가 겹치면서 CA협의체 공동 의장 자리를 내려놓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집단 총수가 구체적 병명과 함께 투병 사실을 밝히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일부에선 사법 리스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앞서 법원이 김범수 창업자를 구속영장을 발부한 이유로 "증거인멸과 도망의 우려가 있다"고 한 것은 카카오 내외부에 상당한 충격파를 던졌다.
업계 관계자는 "김 창업자는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최고의 벤처 기업을 키운 인물인데, 흉악 범죄자를 현행범으로 잡았을 때 쓰이는 표현이 나와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한편 김 창업자는 CA협의체 공동 의장에선 물러났지만 그룹의 비전 수립과 미래 전략을 그려가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직책은 계속 수행한다. 그룹 전체의 경영이나 사업 관련 총수 자리와 역할은 놓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