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세계에 '10%+α' 상호관세
경기 침체·무역 전쟁 우려에 투매 확산
S&P 4.84%·다우 3.98% ↓…5년 만 낙폭 최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폭격이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를 강타했다. 주요 3대 지수 모두 5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며 미 증시에선 이날 하루 시가총액이 무려 3조1000억달러(약 4500조원) 증발했다. 월가 예상을 웃돈 관세율로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시장을 덮치자 투매 물량이 쏟아졌다. 달러 가치와 국제유가는 급락했고,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국채 가격이 뛰며 10년물 금리는 4% 선까지 내려왔다.
S&P500 4.8%·나스닥 6% 폭락…투매 물량 속출에 5년來 낙폭 최대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79.39포인트(3.98%) 하락한 4만545.93에 장을 마감했다. 2020년 6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274.45포인트(4.84%) 폭락한 5396.52,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050.44포인트(5.97%) 미끄러진 1만6550.6에 거래를 마쳤다. 두 지수는 각각 2020년 6월,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최악의 날'을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전 세계 모든 교역국을 상대로 최소 10% 이상의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했다.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관세를 부과한 뒤 각국의 관세·비관세 장벽을 두루 살펴 무역장벽이 높다고 판단되는 이른바 '최악의 침해국(worst offender)'에는 '10%+α'의 관세를 부과한다. 한국에는 25%, 중국과 유럽연합(EU)에는 각각 34%, 20%의 관세가 적용된다.
당초 전망을 넘어선 공격적인 관세율로 미 경기 침체 및 글로벌 무역 전쟁 우려가 커지며 투자자들은 앞다퉈 주식을 던졌다. 이른바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전날보다 39.6% 급등한 30.02를 가리켰다. 지난해 8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월가서 관세發 경기 침체 경고 잇달아…트럼프, 아랑곳 않고 "주식 호황 누릴 것"
월가에서는 이번 상호관세 조치로 경기 침체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는 상호관세 여파로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를 기록해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 상승률은 통화당국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도는 3.7%로 전망했다. UBS는 미 경제가 2개 분기 연속 역성장하는 기술적 침체에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상호관세로 올해 인플레이션이 1.5%포인트 추가 상승하고, 이로 인해 소비가 억제돼 "미 경제가 위험할 정도로 침체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생크추어리 웰스의 메리 앤 바텔스 선임 투자 전략가는 전날 상호관세 수준은 "최악의 시나리오였고 이는 시장 가격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시장에) 위험 회피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증시 '발작'에도 시장이 호황을 누릴 것이라며 관세 공격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그는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시장도, 주식도, 국가도 호황을 누릴 것"이라며 "나머지 세계는 (우리와) 거래를 성사할 방법이 있는지 알길 원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엔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수술이 끝났다"며 "환자는 살아남았고 치유되고 있다"고 밝혀 상호관세(수술)가 미국(환자)의 경제 회복과 재건을 이끌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나이키 14%·애플 9% ↓ '줄폭락'…달러·유가 내리고, 국채 가격 급등
주식은 대부분 하락했다. 종목별로는 해외 생산에 의존하는 나이키가 14.4% 급락했다. 중국에서 가장 많은 아이폰을 생산하는 애플은 9.25% 폭락했다. 할인 소매업체로 주로 수입품을 판매하는 파이브 빌로는 27.8%, 달러트리는 13.3% 미끄러졌다. 의류업체 갭은 20.3%나 하락했다. 위험 회피 선호 현상으로 기술주도 폭락 행렬에 동참하면서 엔비디아와 미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각각 7.8%, 5.5% 내렸다.
달러 가치와 국제유가는 미 경기 침체 우려로 하락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일 대비 1.76% 하락한 101.67을 기록 중이다. 국제유가는 6% 넘게 폭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보다 4.76달러(6.64%) 내린 배럴당 66.95달러, 글로벌 원유 가격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전일 대비 4.81달러(6.42%) 하락한 배럴당 70.14달러에 장을 마쳤다.
안전자산인 채권 투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는 급락하고 있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5bp(1bp=0.01%포인트) 하락한 4.03%,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미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21bp 급락한 3.69%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