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공급 과잉 읽는 바로비터
대구 남구, 충북 음성이 가장 심각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미분양 재고가 늘고 있다는 것은 수요 대비 공급이 많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주택 시장에는 상당한 악재로 통한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지역이 같은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방의 미분양 물량은 2010년 12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비해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주택 시장이 초호황을 보였던 2020년이나 2021년 수준보다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2017~2019년 평균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 지방은 미분양이 많고 수도권은 적다고 도식적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지방에서도 미분양이 적은 지역이 있고 수도권 외곽 지역에도 안성이나 평택과 같이 미분양이 많은 곳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세부 지역별 미분양 물량을 따져보고 어느 지역이 공급 과잉에 빠져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 수치만 따져보면 경북 포항시가 4546채로 전국에서 미분양 재고가 가장 많은 지역이고 그 뒤를 충남 천안시(4145채), 대구 수성구(3105채), 대구 남구(3088채), 대구 달서구(2435채) 순으로 잇고 있다.
2022년 12월 말 기준으로 1000채 이상 미분양 재고가 남은 지역은 전국에 총 22개 지역이 있는데, 영남 지방이 가장 많은 11개 지역(경북 포항, 대구 수성, 대구 남구, 대구 달서, 울산 울주, 대구 북구, 경북 경주, 울산 남구, 경남 김해, 대구 동구, 대구 중구)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둘째로 미분양 지역이 많은 곳은 충청 지방으로 5개 지역(충남 천안, 충남 아산, 충북 음성, 대전 서구, 충남 홍성)이다. 그다음이 수도권으로 3개 지역(경기 평택, 경기 안성, 경기 양주)이 있다. 이에 반해 호남 지방(전남 광양), 강원 지방(강원 원주)은 각각 1개 지역만 미분양 위험 지역으로 분류될 수 있다.
미분양 재고 수준만으로 지역 간 비교하면 안 돼
그런데 이렇게 단순히 미분양 재고 수준만으로 지역 간 비교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예를 들어 1만 가구가 사는 A라는 지역에 미분양 재고가 100개가 있고 1000가구가 사는 B라는 지역에 미분양 재고가 50개 있다고 가정해 보자.
단순히 미분양 재고만 보면 A지역이 B지역보다 미분양 재고가 두 배나 된다. 하지만 그 지역에 사는 가구 수, 그러니까 잠재 수요까지 감안하면 A지역은 전체 가구 수의 1%만 미분양이 발생한 것인데 B지역은 5%나 된다. B지역은 그 지역 수요 대비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분양이 많은 것이다. 그러므로 지역별로 비교를 하려면 가구 수 대비 미분양 재고가 얼마나 많은지를 따져봐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표1>은 10만 가구당 미분양 재고를 지역별로 비교한 것이다.
미분양이 단순히 많은 순위는 경북 포항시, 충남 천안시, 대구 수성구, 대구 남구, 대구 달서구 순이지만 실제로 그 지역 거주 가구수까지 감안한 미분양 지역은 충북 음성군, 대구 남구, 충북 옥천군, 충남 홍성군, 대구 중구 순이다. 대구 남구만 제외하고 상위 5개 지역이 모두 바뀐 것이다.
그 지역 거주 가구 수 대비 미분양 재고가 1% 이상 되는 지역이 전국에 23개가 있는데 영남 지방이 9개 지역(대구 남구, 대구 중구, 울산 울주, 경북 포항, 대구 수성, 경남 고성, 경남 사천, 경북 경주, 대구 달서)으로 가장 많다. 그다음 2위 지역이 충청 지방(충북 음성, 충북 옥천, 충남 홍성, 충남 아산, 충남 천안)과 수도권(인천 동구, 경기 안성, 인천 중구, 경기 연천, 경기 양주)으로 각각 5개 지역씩 포함된다.
그다음으로는 호남 지방(전남 광양, 전남 영암, 전북 군산)으로 3개 지역이 포함되고 강원 지방은 강원 평창군 1개 지역만 포함돼 있다.
그런데 미분양 재고라는 것은 과거 어느 시점(통상 3년 이내)에 발생해 현재 시점까지 누적된 수치다. 이에 따라 미분양 재고만 보면 공급 과잉 현상이 과거에 벌어져 진행 중인지 아니면 완화되고 있는 추세인지 그것도 아니면 더 나빠지고 있는 추세인지 알기 어렵다.
가구 수 반영하고 1년 전과 비교해야
그러므로 현재의 추세를 알려면 과거의 특정 시점(예를 들면 1년 전)에 비해 그 지역의 미분양 재고가 늘고 있는지, 줄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2021년 12월 말부터 2022년 12월 말까지 지난 1년간 미분양 물량이 급증한 지역은 충남 천안시이고 그 뒤를 대구 남구·수성구·달서구가 뒤따르고 있다. 지난 1년간 미분양이 1천 채 이상 증가한 지역이 전국에 18개가 있는데 영남 지방이 9개 지역(대구 남구, 대구 수성, 대구 달서, 울산 울주, 경북 포항, 대구 북구, 경북 경주, 울산 남구, 경남 김해)으로 가장 많다.
그다음이 충청 지방으로 5개 지역(충남 천안, 충남 아산, 충북 음성, 충남 홍성, 대전 서구)이고 수도권이 2개 지역(경기 평택, 경기 안성), 호남 지방과 강원 지방이 각각 1개 지역씩 분포돼 있다.
미분양 증가분을 분석할 때도 그 지역의 가구 수를 감안해야 보다 정확한 비교가 가능하다.
대구 남구와 충북 음성 지역의 미분양 증가 문제가 심각한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년간 미분양 물량이 가구 수 대비 1% 이상 늘어난 지역은 전국에 18개가 있는데 영남 지방이 8개 지역(대구 남구, 울산 울주, 대구 수성, 경남 고성, 대구 서구, 경남 사천, 경북 경주, 대구 달서)으로 가장 많다. 둘째로 충청 지방이 5개 지역(충북 음성, 충북 옥천, 충남 홍성, 충남 아산, 충남 천안)이고 그다음 수도권이 4개 지역(인천 동구, 경기 안성, 경기 연천, 인천 중구)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호남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군산 지역이 18위에 올라 있다.
그러면 이런 분석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네 개의 표에서 많이 언급된 지역일수록 공급 과잉에 빠져 있다는 것이고 당분간 반등 가능성도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 시장 특히 주택 시장은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 그런 지역별 차별화를 심화시키는 요소는 수요와 공급인데 미분양은 그중 공급 과잉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