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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형저축은행 위기감...대출자 신용도 "빨간불"

한국 가계빚 규모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1위다. 제로(0)금리 시대에 크게 불어난 가계빚은 고금리·고물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연체율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섰던 청년층 빚 문제는 금융시스템 부실로 번져 대한민국 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 폭탄으로 지목된다. 정부는 채무조정을 통해 이들의 재기를 돕고 있지만 도덕적 해이 논란은 더욱 번지고 있다. 은행권 연체율이 오른 것도 문제지만 중·저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내주는 저축은행의 건전성 악화 역시 우려 수준을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올 2월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지만 미국의 강한 통화긴축 정책으로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는 7%대 재진입을 앞두고 있다. 한·미 간 금리 격차가 급격히 확대되는 것을 우려한 한은은 올 4월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와 대출자의 빚 걱정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의 대출금리가 치솟으며 덩달아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저축은행은 상대적으로 저신용 이용자들이 많은 데다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비중이 큰 만큼 도미노 부실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조여오는 연체율 공포... 도미노 무너진다

지역별 연체율

저축은행들은 금리 상승으로 연체율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3.71%로 같은 해 6월(3.49%)보다 0.22%포인트 증가했다. 그해 3월(3.47%)에서 6월 사이 0.02%포인트 증가에 그친 것과 비교해 상승폭이 크게 확대됐다.

 

전국 79개 저축은행을 거점별로 나눠 살펴본 결과 연체율은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서울(2.8%)과 경기·인천(3.0%) 등 수도권과 광주·전남·전북·제주(2.9%) 등은 3% 이하로 나타났다. 반면 부산·울산·경남(3.4%)과 대전·충남·충북(3.6%)은 3%대 중반을 기록했고 대구·경북·강원(4.2%)은 4%대에 달했다. 연체율이 가장 낮은 곳(서울)과 가장 높은 지역(대구·경북·강원)의 차이는 1.4%포인트에 달한다.

 

주목할 부분은 자산규모다. 예금보험공사가 저축은행의 최소 자산규모 기준으로 삼는 '3000억원 이하'의 저축은행은 연체율이 가장 높은 대구·경북·강원에 7곳이 밀집된 반면 서울엔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았다. 경기·인천도 2곳에 그친다.

 

이어 ▲부산·울산·경남 5곳 ▲광주·전남·전북·제주 2곳 ▲대전·충남·충북 2곳 등으로 각각 집계됐다.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부실화는 수도권보다는 지방에서, 대형 저축은행보다 소형 저축은행에서부터 터질 가능성이 크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업계에선 '올해가 진짜'라는 말이 들리곤 한다"며 "그동안 리스크 관리를 잘한 곳은 그나마 괜찮겠지만 기본 체력이 약한 소형 저축은행이나 연체율, 건전성 관리가 미흡했던 곳들은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예금금리 인상 후폭풍?... 저축은행의 속사정

저축은행 자산규모별 연체율

문제는 연체율 악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출금에 대한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1월 저축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자금 대출 금리는 연 14.82%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14.75%)과 비교해 0.07%포인트 오른 수치로 월간 기준으론 2019년 10월(15.24%)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의 대출금리 인하 권고에 따라 올 1월 저축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일반신용대출 금리(16.65%)는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16.72%)에 비해 0.07%포인트 떨어졌지만 여전히 16%대에 머물고 있다.

 

주요 저축은행 대출 금리는 법정 최고금리(20%)에 육박한다.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 공시를 살펴보면 올 2월 SBI저축은행 '직장인대출' 평균금리는 19.47%로 한 달 전(19.02%)보다 0.45%포인트 올랐고 중금리 상품도 같은 기간 연 15.47%에서 15.93%로 상승했다. 웰컴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 상품 평균금리 역시 14.78%에서 15.09%로 한 달 새 0.31%포인트 상승했고 같은 기간 페퍼저축은행 '페퍼신용대출'의 평균금리는 18.09%에서 18.36%로, 중금리대출 역시 13.96%에서 14.41%로 각각 올랐다.

 

저축은행의 대출금리가 치솟는 배경으론 지난해 예·적금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린 게 지목된다. 현재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3%대 중반까지 떨어졌지만 한 때 6%대 선을 육박하기도 했다.

 

출혈경쟁 뒤 남은 건 수익성 악화뿐.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의 지난해 3분기 순이익은 2573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줄었고 같은 기간 OK저축은행은 1164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41% 급감했다. 이자비용이 늘어난 게 주요 원인이다. 저축은행들은 그나마 대출금리를 올려 마진을 내고 있지만 법정 최고금리 한도에 발이 묶인 상황이다. 저축은행들의 속내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수익성을 위해선 신규대출을 확대해 이자를 불려야 하지만 연체율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예금 매력도가 떨어지며 수신금액도 빠져 나가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2022년 12월 말 120조2384억원으로 한 달 전인 11월 말(121조3572억원)에 비해 1조1188억원 줄었다. 수신금액이 줄어든 건 2021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저축은행 차주들의 신용위험 지수는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저축은행 대출자들의 신용위험지수는 45로 지난해 4분기(52)에 비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초기인 2020년 1분기(19) 이후 두 번째로 높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2022년은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곧바로 수신금리를 올리는 등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했지만 올들어선 현상유지만 해도 선방하겠다는 분위기"라며 "올해 모든 저축은행들은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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