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 '기린 배터리' 양산…1000㎞ 주행 가능 주장
사실일 경우 국내 업체들 타격…실제 성능 지켜봐야
배터리 점유율 1위인 중국의 닝더스다이(CATL)가 최대 1000㎞까지 주행이 가능한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다. 그동안 중국 업체들의 제품보다 주행거리가 길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던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더 이상 이런 강점을 어필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K배터리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000km 배터리가 온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CATL은 최근 '기린(Qilin) 배터리' 양산에 돌입했다. 기린 배터리는 지난해 6월 CATL이 발표한 고용량 배터리다.
CATL은 기린 배터리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기반으로 했지만 최대 1000㎞까지 주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LFP 배터리는 국내 업체들의 주력인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보다 저렴한 대신 배터리 효율이 낮아 주행거리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CATL이 주행거리를 늘린 비결은 '셀투팩(CTP·Cell to Pack) 기술'이다. CTP 기술은 중간 단계인 모듈을 생략하고 셀을 모아 바로 팩을 구성하는 기술이다. 보통 배터리는 '셀-모듈-팩'으로 구성된다. 셀을 모아 모듈을 만들고 모듈을 여러 개 합쳐 배터리팩이 되는 방식이다. CTP를 활용하면 기존 모듈이 차지하던 공간을 셀로 채울 수 있어 배터리 용량을 늘릴 수 있다.
기린 배터리는 같은 CTP 기술을 적용한 테슬라의 4680 원통형 배터리팩보다 에너지 용량이 13% 많다는 게 CATL 측의 설명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아직 실물을 보지 못해 정확한 평가는 어렵지만, CATL 주장대로라면 배터리 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3사 계획은
CATL의 주장대로 기린 배터리의 실제 주행거리가 1000㎞에 달한다면 향후 국내 업체들에게는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기린 배터리는 LFP 배터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NCM 배터리보다 저렴한 데다, 주행거리도 길어 향후 CATL이 점유율 싸움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현재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저렴한 LFP 배터리를 기반으로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는 CATL이었다. 가성비를 내세운 중국 업체들의 전략이 통한 셈이다.
CATL은 중국을 제외한 배터리 시장에서도 계속 성장 중이다. CATL은 비(非)중국 배터리 시장에서 전년 대비 8.3%포인트 늘어난 22.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은 29.7%로, 전년 대비 5.4%포인트 줄었다. 1년 사이 두 회사 간 격차가 한 자릿수로 줄어들었다.
최근 국내 업체들도 점유율 확보를 위해 LFP 배터리 개발에 나섰지만, CATL이 기린 배터리 수율을 높여 생산성을 확보한다면 추격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배터리 업계는 실제 기린 배터리의 성능이 CATL의 주장대로 나오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FP 기반 배터리는 구성물질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CTP 기술로만 주행거리를 1000㎞까지 늘리긴 힘들다"며 "주행거리는 외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탓에 실제 배터리를 봐야 정확한 주행거리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