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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연체율 30개월래 최고…가계신용 '주범'
빚내려는 수요도 늘어…'돌려막기' 그림자도
금융권 대출금리 조정도 전이 막기에는 '한계'

 

은행 대출영업에 '부실'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빚을 안정적으로 갚아왔던 가계부터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부동산 경기 급랭 여파도 적잖은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경제주체들의 부실은 슬금슬금 늘어나는데, 돈을 빌리려는 요구는 늘고 있다는 것이다. '돈을 잘 빌리고 잘 갚는' 금융 선순환의 연결고리가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금융권 내부에서부터 나온다.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추이

떠오르는 '연체'의 악몽

지난 25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지난 2월 기준 국내 은행 전체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6%였다. 이는 전월 대비 0.05%포인트 상승한 것이자, 최근 30개월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3~4월 연체율은 코로나19가 심했던 시기 수준이 0.4%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권 관측이다.

 

연체율 상승의 주범은 가계신용 부문이었다. 이른바 '마이너스 통장' 등의 개인신용대출이다. 2월 대출 연체율은 가계신용이 0.64%로 가장 높았다. 이어 중소법인 0.52%, 개인사업자 0.39%, 가계담보 0.2%, 대기업 0.09% 순이었다.

 

그동안 가계는 경제 주체 중에서도 가장 빚을 잘 갚는 주체로 분류됐는데 이번에는 가장 높은 수준의 연체율을 기록한 것이다. 가계신용 연체율은 1년 전인 지난해 2월말 0.37%였지만 지난해 12월말 0.46%까지 올랐고 올해 들어서는 매월 0.09%포인트씩 빠르게 상승했다.

 

은행 여신관리부 관계자는 "가계 신용대출 연체율이 가장 높아진 것은 작년 금리 상승과 경기침체 본격화가 실질적인 대출 상환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역전세' 등까지 나타나는 주택경기 급랭도 가계 신용 부실화의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

 

반면 상대적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연체율 수준이 유지됐다. 코로나19 시기 정책적 금융 지원이 크게 늘었던 탓에 엔데믹(감염병 해소 국면) 이후 부실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된 부문이다.

 

앞선 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경제주체 중 가장 연체율이 높았던 것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었다"며 "이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속적인 정책을 이어나가고 있어 연체율이 크게 높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못 갚아도 계속 빌리려는' 가계

가계는 빌린 대출을 잘 갚지 못하고 경우가 늘고 있지만, 금융권을 찾아 돈을 융통하려는 경우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을 연결하면 '빚을 빚으로 막는 형국'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2023년 1분기 대출행테 서베이 자료를 보면 가계일반 대출수요지수는 -11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0을 기준으로 0보다 낮을 경우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적다는 것이고, 반대로 0보다 높을 경우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많다는 얘기다.

 

1분기 가계일반 대출수요지수가 마이너스임에도 대출 수요는 상대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지수가 점점 0으로 접근하고 있다. 실제 이 지수는 지난해 1분기에는 -33, 2분기에는 -17. 3분기에는 -22, 4분기에는 -19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핵심 경제주체인 가계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 문제인데 이들에 대한 핀셋 지원은 쉽지 않다"라며 "현재 추진 정책 역시 금융취약계층 중심으로 한정돼 펼쳐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상생지원, '약'일까 '독'일까

그나마 은행들이 가산 금리를 줄여 대출금리를 조정하고 있다는 점은 가계 숨을 돌리게 하는 부분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을 중심으로 '상생' 경영을 펼쳐달라고 주문한 영향이다.

 

이 원장이 '이자 장사' 비판 여론을 업고 은행들을 압박하자 은행들은 가계대출, 기업대출의 금리를 잇달아 내렸다. 금감원은 이러한 상생방안을 통해 약 170만명이 3300억원 가량의 이자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는 현재 가계가 처한 상황을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가계 부담에 변수다. 한국은행이 연내 한 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정부가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구사하기에도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당국 미시적 금리 조정이 충돌한다는 지적도 있는 상황"이라며 "연체율 상승이 가계 부실로 이어질지도 주의 깊게 봐야겠지만 이를 막기 위한 묘책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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