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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력 높아지는 로봇들, 범용 장비로 발전하고 있어
인간 손 닮기 위해 인공지능 적용한 동작 젱 기술도 개발 나서

로봇

로봇에도 사람의 손처럼 각종 물체를 다루고 조작하는 역할이 있다. ‘엔드 이펙터(end effector)’로 불리는 이 부분은 지금까지 꾸준히 발전해 왔다. 용도에 따라 맞춤화된 전용 장비를 넘어 미래에는 사람의 손처럼 범용 장비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로봇 손, 다양한 작업 가능한 범용 도구

로봇 분야에서 엔드 이펙터는 로봇의 끝부분에 장착돼 각종 작업을 수행하는 기구부를 지칭한다. 사람의 몸으로 비유하면 손이나 발과 같은 역할이다.

 

자동차 공장에서 용접·절단·운반 작업을 하는 로봇의 끝부분에 달려 다양한 각도로 움직일 수 있는 용접 장비나 절단 장비, 적재용 장비가 바로 로봇의 엔드 이펙터다. 오늘날 사용되는 대부분의 엔드 이펙터는 산업용 로봇의 용접·절단·적재용 장비처럼 특정 작업에 특화된 로봇 전용 장비다.

 

용접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을 절단 공정에 투입하려면 용접용 엔드 이펙터를 절단용 엔드 이펙터로 교체해야 한다. 또한 용접용·절단용 등의 기존 엔드 이펙터는 로봇 전용 장비이므로 너무 크고 무거워 사람이 사용할 수도 없다.

 

로봇 손은 기존 엔드 이펙터의 한계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도 사람의 손처럼 많은 손가락을 가지고 있어 시각·촉각 인식용 인공지능(AI)과 결합되면 작업 대상의 형태·크기·경도·표면 질감 등의 속성이 달라지더라도 별다른 장비의 교체 없이 각각의 속성에 맞춰 작동 방식을 바꾸는 등 신속하고 융통성 있게 대응할 수 있다.

 

사람의 손은 27개의 뼈, 27개의 관절, 34개의 근육과 피부 전체에 걸쳐 분포한 촉각 신경 등이 한데 어우러진 복잡한 구조다. 크고 작은 각종 사물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이유다.

 

로봇 손의 궁극적인 모습도 사람의 손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 섬세하고 다양한 사람의 동작을 모방하려면 로봇 손도 사람 손처럼 작고 가벼운 동시에 많은 관절부로 구성돼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로봇 손의 진화는 사람의 손과 유사한 구조, 사람의 손과 유사한 감각 기능, 섬세한 동작을 모방한 동작 제어 등 세 가지 분야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사람 손의 형태를 닮아 가는 로봇 손

엔드 이펙터 중에서 사람 손처럼 물체를 잡고 다루는 역할을 하는 장비를 그리퍼(gripper)라고 한다. 일반적인 그리퍼는 두 개의 직선형 손가락으로 구성돼 있어 둥글거나 울퉁불퉁한 형태 등 비정형적인 형태의 물체를 잡는 데는 부적합하다. 다양한 형태의 사물을 잡는 데는 사람의 손처럼 여러 개의 손가락을 가진 다지형 그리퍼가 유용하다. 한국의 원익로보틱스는 로봇 손의 동작과 기능을 개발하는 세계 각국의 기업·연구소들이 도입한 로봇 손인 알레그로 핸드(Allegro Hand)를 출시한 바 있다.

 

로봇용 엔드 이펙터 시장의 선도 기업인 슝크(Schunk)는 SVH 5 핑거 서보-전기 그리핑 핸드라는 로봇 손을 시판 중이다. 길이 24cm로 사람의 손과 유사한 크기인 로봇 손 SVH 5 핑거는 엄지를 포함한 총 5개의 손가락으로 돼 있고 손가락 끝과 손바닥 부분에는 탄성을 가진 재질로 감싸여 있어 물체를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다.

 

현재 출시된 로봇 손 중에서 가장 의인화된 것은 이탈리아 큐비로보틱스(qb robotics)의 제품들이다. 큐비로보틱스가 개발한 소프트핸드 인더스트리(Softhand Industry), 소프트핸드2 리서치(Softhand2 Research) 등 총 3종의 로봇 손은 사람 손처럼 다섯 개의 손가락으로 구성돼 있고 각 손가락마다 2~3개씩 총 19개의 관절을 가진다.

 

큐비로보틱스의 로봇 손들은 사람 손보다 조금 큰 수준이고 무게도 최대 1kg 정도에 불과한 데다 최대 2kg의 사물을 다룰 수 있어 각종 수작업 공정에서 사람과 협업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3종의 로봇 손 중에서 소프트핸드 인더스트리는 산업용으로 개발된 최초의 로봇 손으로 불리고 협동 로봇처럼 사람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협업용 그리퍼로 인증받은 제품이기도 하다. 큐비로보틱스의 로봇 손은 협동 로봇 1위 기업인 유니버설 로봇(Universal Robots)이나 산업용 로봇의 선도 기업 ABB와 쿠카(Kuka) 등의 로봇에 장착해 다양한 작업용 사용될 수 있는 범용성을 자랑한다.

 

사람의 피부처럼 감지하는 로봇 손

로봇 손이 사람 손처럼 자유자재로 사물을 다루려면 많은 관절과 다수의 손가락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물이 손상되지 않도록 형태·경도·질감 등 사물의 속성을 제대로 감지할 수 있는 시각·촉각 등의 감각 기능을 갖춰야 한다.

 

사물의 질감을 제대로 감지하는 데는 촉각 기능이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촉각 기능을 구현하는 기술 중 대표적인 것은 인체의 말초 신경을 모방한 전자 피부를 들 수 있다. 영국 글래스고대 연구팀은 인체의 말초 신경이 신속하게 작동하듯이 로봇 손에서 사물과 접촉한 부위의 압력 센서만 전기적 스파이크 형태로 신호를 전달하는 전자 피부를 개발하고 있다.

 

한국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팀도 사물이 딱딱할수록 더 많은 전기적 스파이크를 발생시키는 전자 피부를 개발 중이다. 영국 브리스톨대 연구팀은 사람의 피부처럼 피부 내부에 돌기를 가진 로봇용 인공 피부를 개발하고 있다. 로봇용 인공 피부는 사람의 피부 구조와 유사한 돌기 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망사를 이용해 만들어진다. 연구팀에 따르면 로봇 손을 통해 수집한 전기 신호는 사람 손에서 감지된 신경 신호와 상당히 일치했다고 한다.

 

진화하는 동작 제어

손에 있는 많은 관절을 각각의 임무에 따라 작동하도록 하는 데는 고도의 동작 제어 기술이 필요하다. 동작을 제어하는 전통적인 방식은 프로그램 방식이다.

 

다만 프로그램 방식은 로봇 손을 신속하게 제어하는 데는 적합하지만 다양한 동작을 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로봇을 작동하기 전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동작을 예측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AI의 발달에 힘입어 딥러닝 등 AI를 적용한 동작 제어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딥러닝 AI 등으로 무수히 많은 동작 시나리오를 미리 학습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딥러닝 AI만으로 수백, 수천만 가지 동작을 학습시켜 실제 로봇에 적용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기도 한다.

 

로봇 손의 동작 제어 수준을 고도화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시뮬레이터 기술도 등장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기반이 아이작 팀(Isaac Gym)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로봇 손이 의도된 위치·방향·자세에 일치하도록 동작을 제어하고 로봇 손을 학습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큐브를 조작하는 방법을 로봇 손에 학습시킬 때 아이작 팀 시뮬레이터를 이용하면 실제 로봇 손을 이용하는 것보다 최대 1만 배 이상 빠르게 학습시킬 수 있다고 한다. 로봇 손이 실제로 작동하는 시간과 로봇 손을 정비하고 보수하는 데 드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 하드웨어는 일정한 횟수나 시간 동안 가동한 다음 열을 식히기 위해 가동을 멈춰야 한다.

 

느슨해진 나사를 조이고 케이블을 교체하는 등 파손된 부품을 교체하고 정비하는 작업도 해야 한다. 그래서 실제 로봇을 이용하면 실험 주기가 느려지고 학습 시간도 길어진다.

 

하지만 가상의 로봇을 이용한 시뮬레이터는 가상 로봇의 동작 속도를 실제 로봇보다 빠르게 할 수 있고 정비할 필요도 없으므로 학습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시뮬레이터를 이용하면 별도의 중앙처리장치(CPU) 클러스터가 필요하지 않아 컴퓨팅 비용도 최고 200배 정도 절감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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